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신세돈의 시대 공감] 왕안석의 신법과 정부의 4대 개혁

조광윤 건국(AD960년) 후 100년이 된 1060년대 북송(北宋)은 중국역사상 유례없는 융성시대(경력(慶曆)의 치: 1041~1048)를 지나 심각한 재정난에 허덕이고 있었다. 서쪽 하나라와 북쪽 신흥강국 요나라를 무마하는 과정에서 밖으로는 국가적 지출이 컸고 안으로는 수입이 줄고 사치로 인한 씀씀이는 헤펐다. 국가재정문제의 근본원인에 대해 당시 관료 층의 의견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뉘었다.

북송시대 왕안석의 개혁 신법은
혁명적이나 실현 가능하지 못해
현 정부의 4대 개혁 추진도
국민이 마음으로 수용해야 성공

왕안석(1021-1086)으로 대표되는 신법당은 낡아빠진 제도와 법에 문제가 있다고 봤다. 당연히 왕안석의 신법당은 신속하고 강력한 법과 제도의 개혁, 즉 '조세개혁'을 주장했다. ‘천변도 무서워할 것 없고(天變不足畏), 조종의 규칙도 신경 쓸 것 없고(祖宗不足法) 언론도 겁낼 것 없다(言論不足恤)’는 '삼부족론(三不足論)'을 내세우며 개혁의 절실함을 역설했다.

반면 사마광(1019~1086)으로 대표되는 구법당은 법·제도는 아무 문제가 없으니 그냥 두고 관료와 국민의 도덕성 회복과 같은 의식개혁이 절실하다고 봤다. 사마광은 왕안석의 신법이라는 것이 “결국에는 백성들의 곡간(穀間)에 머리를 처박고 더 많이 거두어들인다는 말에 지나지 않는다.”라고 반박했다. “하늘이 내린 재화는 백성에게 있거나 관청 곡간에 있거나 둘 중에 하나인데 국가재정을 해결한다는 것은 결국 이상한 방법을 만들어 백성의 것을 빼앗지 않고서는 안 되는 것이니 부세를 더 걷는 것보다 나쁜 방법이다.“라고 강조했다.

황제 신종(재위 1067~1085)은 즉위한 그 해 바로 왕안석에게 모든 권력을 위임했고 왕안석은 즉각 재정수입의 근본인 염철과 조세와 토지를 관장하는 '삼사조례사'를 설립하는 한편 균수법, 청묘법, 농전수리법, 모역법, 시역법, 방전균세법, 치장법, 보갑법, 보마법 등과 같은 일련의 개혁입법을 내놓았다. 균수법이란 지방세 수입을 관장하는 관료들에게 재량권을 더 높여줌으로써 재정수입을 확장하자는 법이고 시역법은 중소상인에 대한 저리 융자제도였고 청묘법은 춘궁기 농민에 대한 저리융자제도였다. 모역법은 노역을 돈으로 대신 내도록 하는 법이었고 방전균세법은 농업 생산성을 높여 세수를 확보하기 위해 정확한 농지통계를 조사하는 법이었고 농전수리법은 수리시설 개선을 통해 농업의 생산성을 확대하자는 법이었다.

왕안석의 신법은 농민이나 상인을 위한 획기적이고 혁명적인 내용을 담지 않은 것이 없었다. 세종 때의 변계량이나 정조대왕 뿐 아니라 많은 후세 사가들이 왕안석의 법을 높이 평가하는 이유도 바로 내용의 혁신성 때문이다. 그러나 왕안석 신법의 문제는 실현가능성에 치명적인 결함이 있었다. 너무 이상에 치우치고 현실과의 괴리가 많은 법이라는 맹점을 지니고 있었던 것이다.

균수법의 경우 새로운 제도와 법으로 인해 힘이 더 커진 관료들이 신법을 바탕으로 자신들의 이익을 불리는 방법으로 제도를 운용함으로써 과거에는 대상인이나 부호들이 가져가던 이익을 관료들이 가져가는 체제로 바뀌었을 뿐이다. 백성들에게는 신법이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한 것이다. 청묘법이나 시역법도 갚을 때를 신중하게 생각하지 않은 농민과 상인들에게 무분별하게 대출받게 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농민과 상인들의 부채가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커지게 하는 부작용을 낳고 말았다.

8년 만인 1074년 왕안석은 실각했고 그의 신법들은 철종과 사마광에 의해 깡그리 폐기처분되고 말았다. 왕안석의 신법이 무너진 것은 그 법의 내용이 개혁적이 아니어서도 아니고 밀어붙이지 못해서도 아니다. 오직 그 법을 적용하고 실행함에 있어서 관료들과 국민의 현실적 동참이 따라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공공, 노동, 교육 그리고 금융부문의 소위 4대 개혁을 연내에 마무리하기 위해 매우 서두르고 있다. 그러나 임금피크제로 인한 절감된 재원을 반드시 청년고용에 활용한다는 ‘의무규정’도 없고, 노사정 합의위반에 대한 ‘제재규정’도 없다. 또 핵심사안인 청년고용촉진협의체를 구성하는 문제나, 근로계약 체결 및 해지의 기준과 절차를 충분한 협의를 거쳐 한다고 규정한 것을 가지고 진정한 개혁인지 의문스럽다. 또 국회에서 법으로 통과될지 여부도 불투명하다. 그러나 설혹 밀어붙여서 법으로 통과된다 하더라도 바뀐 제도와 법을 당사자들이 받아들이지 않거나 위반하면 무슨 소용이겠는가. 역사에 남을 개혁다운 개혁이 성공하려면 먼저 진정으로 박수를 받을만한 개혁적인 법·제도를 내놓아야 하고 그것을 정치지도자가 확실하게 밀어붙여야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런 다음에도 온 국민과 관료가 합심하여 바뀐 법·제도를 마음으로 꾸준히 받아들여야 하는 게 아닌가?

신세돈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