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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톱! 불량 국감] “예산 요청하라” “문희상 사건 집안 문제”…낯뜨거운 법사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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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석(左), 서영교(右)

지난 1일 서울 서초동 서울고검 청사에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서울중앙지검 등에 대한 국정감사가 진행됐다. 오전 10시 시작해 12시간여 동안 이어진 국감은 애초부터 ‘정책 국감’과는 거리가 멀었다. 여당, 야당 의원 가릴 것 없이 자기 하고 싶은 말만 늘어놓아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오전 질의의 초점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사위의 마약 사건 수사와 박원순 서울시장 아들 주신씨의 병역 의혹 등 여야 대권주자들의 가족 비리 들추기에 맞춰졌다. 오후엔 법사위원들의 ‘사심(私心) 질의’가 난무했다.

 오후 2시쯤 질의에 나선 정갑윤 새누리당 의원은 “이번 국감을 세게 하려고 준비 많이 했는데, 주변에서 압력이 너무 많이 들어온다. 내년에 선거도 있고 해서 살살하겠다”고 운을 뗐다. 이어 울산에서 근무한 검사장 실명을 일일이 거명하며 친근감을 과시했다. 정 의원의 지역구는 울산이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지역구 표심을 챙기려는 의도 아니냐는 지적이 여기저기서 제기됐다.

 서영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같은 당 문희상 의원의 처남 취업청탁 의혹 수사를 진행 중인 오세인 서울남부지검장을 다그쳤다. 오 지검장에게 “문 의원과 미국 물류업체 대표가 최근에 만난 적 없다는 것은 이미 확인하지 않았느냐” “이번 사건은 처남이 매형하고 누나한테 돈 달라고 시작한 사건” “집안 문제” 등 수사 외압에 가까운 발언을 쏟아냈다.

 하이라이트 질의는 오후 9시쯤 벌어졌다. 이병석(63·경북 포항북구) 새누리당 의원이 이정수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장을 단상 앞으로 불러낸 뒤 최근 국제검사협회(IAP)에서 ‘올해의 검사상’을 수상한 점을 치하했다. 이어 박성재 서울중앙지검장에게 먼저 “첨단범죄수사부 산하 인터넷범죄센터를 보강하기 위해 예산이 필요하지 않느냐”고 묻고는 “이번에 (예산)요청서를 한번 내보라”고 말했다. 이에 박 지검장은 “의원님이 많이 도와주십시오”라고 답했다. 문제는 이 의원이 현재 서울중앙지검이 수사 중인 포스코그룹의 포항 지역 협력업체 비리와 관련해 조사 대상이라는 점이었다. 질의가 끝나자 이상민 법사위원장이 “이 부장 혹시 포항 출신이시냐”며 뼈 있는 농담을 던졌다.

 이러다 보니 정작 짚어야 할 검찰 내부의 문제점과 이슈는 수박 겉핥기식으로 넘어갔다. 국감장에는 서울고검 산하 서울·인천·경기·춘천 소재 9개 지검의 검사장과 지청장, 차장·부장검사 등 50여 명이 나와 있었다. 하지만 박민표 서울동부지검장, 박성재 중앙지검장 등 서너 명을 제외한 대다수 간부들은 입술에 침 한 번 바르지 못한 채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1년에 한 번뿐인 국감을 이런 식으로 진행하는 건 큰 문제다. 특히 검찰과 같은 권력기관에 대한 감사를 소홀히 하는 건 국회의원의 기본 책무를 저버린 것이다. 검찰 국감을 ‘무늬만 국감’으로 만든 게 누군지, 의원들이 자성해야 할 때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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