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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보다 콘텐트가 중요, 남다른 시각·지식·네트워크 가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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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말 휴가차 귀국한 손현호 매니저가 광화문 일대를 걷고 있다. 그는 피델리티 한국과 홍콩법인을 거쳐 영국 본사에서 근무 중이다. [사진 피델리티운용]

영어는 권력이다. 외국어를 잘하면 기회가 많아진다. 하지만 영어는 외국어 이상의 무엇이다. 오죽하면 ‘잉글리시 디바이드(English divide·영어 격차)’란 말까지 나왔을까. 영어 실력이 소득과 출세 여부를 결정하는 현상을 뜻하는 잉글리시 디바이드, 일면 맞고 일면 틀리다. 영어 그 자체가 출세와 고소득을 보장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영어 능통자 대부분이 영어권 국가에 체류한 적이 있거나 그에 상응하는 사교육을 받았다는 점에선 맞는 말이기도 하다. 타고난 경제적 기반의 차이가 영어 격차를 만들고 이게 곧 소득을 결정하니 말이다.

 이런 영어 격차의 상징 같은 직업이 외국계 운용사의 현지 펀드매니저다. 한국인이지만 외국에서 살았거나 공부한 경험을 기반으로 외국계 회사에서 일하는 고액 연봉자, 연예인이나 아나운서 같은 미모의 여성을 트로피처럼 부인(트로피 와이프)으로 얻는 사람. 홍콩·런던·뉴욕 같은 글로벌 금융도시에서 일하는 펀드매니저의 이미지다. 그런데 그는 아니었다. 국내 대학을 나온 토종 한국인으로 국내 증권사 애널리스트 보조(RA)로 출발, 외국계 증권사의 한국과 홍콩법인을 거쳐 런던 본사에 입성한 피델리티 월드와이드 인베스트먼트의 손현호(40) 매니저 얘기다. 올해로 런던 생활 4년째의 그는 영어 이름도 없다. 그의 명함엔 한국 이름 손현호가 영어로 쓰여 있었다.

 “다들 제가 영어를 유창하게 한다고 생각해요. 아니에요. 영어도 못하는데 어떻게 런던에서 일하느냐고요? 영어보다 콘텐트가 중요해요.”

 지난 8월 말 휴가차 귀국한 그는 “영어 잘하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 영어로 일하는데 영어를 못해도 되나.

 “영어 잘하는 사람이 필요하면 현지인을 뽑으면 된다. 서양인에게 없는 남다른 시각과 지식, 네트워크가 중요하다. 하고 싶은 말의 60~70%만 전달할 수 있으면 소통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 영어 공부할 시간에 실력을 쌓아야 한다.”

 - 어떤 실력이 필요한가.

 “런던에 오던 2011년만 해도 중국에 대한 관심이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최근 1년 사이 분위기가 달라졌다. 다들 아시아팀을 줄이고 중국팀을 늘린다. 중국어를 배우고 중국에 대해 공부하면 도움이 될 거 같다.”

 - 중국인과 경쟁할 수 있을까.

 “중국엔 한국과 비슷한 게 많다. 예를 들어 중국의 대표적인 메신저 위챗은 카카오톡·라인의 변형이다. PC방도 한국과 중국에만 있는 독특한 문화다. 최근 주식 시장이 급락한 것도 1980년대 이후 한국 상황과 비슷하다는 분석이 많다.”

 - 2006년 피델리티 한국법인에 입사한 뒤 홍콩(2010년)을 거쳐 런던(2011년)에서 일하고 있는데, 각국의 일하는 문화가 다르던가.

 “홍콩 사람도 빨리빨리 일하더라. 반면 런던은 정말 느리다. 개인 생활도 중요하게 생각하고. 일과 개인 생활의 조화와 양립, 이런 게 가능하다.”

 - 일 처리가 느린데도 런던이 경쟁력이 있다.

 “런던이라서 가능하다. 전 세계에서 돈과 인력이 모여 부가가치를 창출하지 않나.”

 - 한국 같은 개발도상국, 후발주자는 영국이나 미국과 경쟁할 수 없는 건가.

 “피델리티 런던 본사에 한화로 1조원이 넘는 차이나스페셜시추에이션펀드를 운용하던 앤서니 볼턴이란 유명 매니저가 있었다. 그가 아시아 시장을 유망하게 보는 이유로 일하는 문화를 들더라. 회사 일을 자기 일처럼 한다는 거다. 가정도 제쳐 놓을 정도로 말이다. 한국에선 그게 문제라고 하지만 외국인의 눈엔 경쟁력으로 해석되기도 하더라.”

 - 글로벌테크놀로지펀드를 운용하는데, 보유 종목 톱10에 삼성전자가 있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테크 시장 내 비중보다 많이 들고 있고 애플은 적게 들고 있다. 어떤 면에선 삼성이 애플보다 더 좋은 회사다.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사업한다는 게 애플의 약점이다. 소비자는 변덕이 심하고, 제품을 바꾸는 데 기회비용도 거의 없다. 하지만 삼성은 기업 간(B2B)에 거래되는 반도체 비중이 크다. 삼성 반도체 사다 쓰는 기업은 거기에 맞춰 장비와 인력을 갖춘다. 그래서 제품을 바꾸기 힘들다. 이게 삼성의 경쟁력이다.”

정선언 기자 jung.sune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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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