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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에서 사라진 바다사자 다시 볼 날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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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광현씨와 유리에 비친 고래상어 세밀화를 겹쳤다. 고래상어는 남해와 제주 바다에서 볼 수 있다. 몸길이가 20m에 이르는 세상에서 가장 큰 물고기다. 멸종 위기종으로 보호받고 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전어철이다. ‘봄 숭어, 가을 전어’라 했다. 화살처럼 빠르게 헤엄쳐서 전어(箭魚)다. 그 고소한 맛에 빠진 사람들이 돈을 아끼지 않는다고 해서 전어(錢魚)라고도 쓴다. 조광현(56)씨가 그린 전어 세밀화를 보자. 바다에서 갓 나온 듯 싱싱하다. 등은 푸른빛, 배는 은빛이다. 몸통 비늘에는 까만 점이 줄줄이 박혀 있다. 등지느러미 맨 끝에는 줄기 하나가 실처럼 길게 늘어졌다.

 조씨는 국내 바닷물고기 세밀화의 1인자다. 우리 바다와 갯벌에 사는 생명체를 되살린 어린이·일반도감을 10종 가까이 만들어 왔다. 어린이잡지 ‘개똥이네 놀이터’에도 5년 넘게 물고기 이야기를 연재했다. 2년 전 나온 『바닷물고기 도감』(보리)은 중간역쯤 된다. 국내 바닷물고기 158종의 생태를 담았다. 그는 요즘 ‘물고기 대도감’ 작업에 구슬땀을 쏟고 있다. 내년까지 우리 바다에서 뛰노는 물고기 500종을 재현할 작정이다. 형형색색 물고기의 비늘·가시 하나하나를 잡아채야 하는 고된 작업이다. 추석 연휴 직후인 지난달 30일 서울 구로구 궁동에 있는 그의 작업실을 찾았다. 82㎡(약 25평) 크기의 공간에 그림 도구와 물고기 관련 자료가 빼곡하다. 얼굴이 넙데데해서 ‘넙치아저씨’라고 불리는 그의 명함에 인쇄된 바다거북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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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왜 거북이인가.

 “바다거북은 제 브랜드다. 바닷속에서 거북의 눈을 직접 보면 태고의 비밀과 마주치는 느낌이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신비하다. 거북은 답답할 정도로 느리지만 스케일이 대단하다. 수심 1000m까지 내려갈 수 있다. 전 지구적인 삶을 한 몸에 담고 있다. 느리지만 멀리 가자, 나만의 대양을 찾아가자, 내 인생도 그랬으면 한다.”

 - 바닷속에도 직접 들어가나.

 “동해·서해·남해·제주 등 안 들어간 곳이 없다. 외국의 유명한 다이빙 장소도 순례했다. 물고기라는 게 바다에서 나오면 바로 색이 변하거나 썩기 시작한다. 자연 그대로의 생명을 만나려면 나 스스로 물고기가 돼야 한다. 일례로 물고기 지느러미는 헤엄칠 때에만 활짝 펴진다. 어시장 좌판에 있는 죽은 물고기로는 싱그러운 생명을 잡을 수 없다.”

 - 홍익대 서양화과를 나왔는데.

 “젊어선 유명 화가가 되고 싶었다. 개인전도 여러 차례 열었다. 미술학원에서 학생들을 지도하며 돈도 벌었다. 하지만 ‘이게 아닌데’ 하는 생각이 끊이지 않았다. ‘나만의 무엇’을 찾으려고 잠시 붓을 접었다. 생명과 자연을 좋아했기에 일단 몸으로 부닥치자고 했다. 전문가 수준의 해양·산악 과정을 수료했다. 그러다 갯벌을 만났고, 그 관심이 바다로 이어졌다.”

 - 왜 세밀화인가. 훌륭한 사진도 많다.

 “바다를 공부하면서 우리나라에 변변한 어류도감이 없다는 걸 알게 됐다. 기존의 도감은 대부분 사진을 이용한 것이다. 세밀화와 사진도감은 하늘과 땅 차이다. 아무리 고해상도 사진이라도 물고기 한 마리를 온전히 낚아챌 수 없다. 눈에 초점을 맞추면 꼬리가 흐릿해진다. 시시각각 움직이는 비늘과 지느러미는 어떻게 찍을 것인가. 세밀화는 정보의 집합체다. 생명의 재구성이다. 학술 논문, 국내외 도감 등 숱한 자료를 취합해야 한다. 세밀화 한 작품은 논문 한 편과 맞먹는다. 나라의 학문과 문화 수준을 보여준다.”

 - 많은 시간과 공부가 필요하겠다.

 “지난 10년간 이 작업에 매달려 왔다. 한국해양연구원 명정구 박사 등 전문가들의 많은 도움을 받았다. 다행히 손재주가 좋은 편이다. 시행착오·악전고투의 세월이었지만 나만의 블루 오션을 찾아 행복할 뿐이다. 이웃에,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는데 얼마나 즐겁겠는가. 산과 들을 찾는 화가는 많지만 바닷물고기 그림쟁이는 거의 보지 못했다. 물고기 하나하나가, 하루 순간순간이 용왕님이 보내준 선물과 같다.”

 조씨는 요즘 독도에 꽂혀 있다. 작업실 한편에도 독도(서도) 탕건봉 아래 바위에서 놀고 있는 바다사자의 미완성 그림이 놓여 있다. 지금은 독도에서 사라진 바다사자(강치)를 다시 보고 싶은 마음에서다. 지난달 말 독도에서 열린 수중촬영대회에 다녀온 그는 이달 말 해양연구원 전문가 등과 함께 독도 생태조사에 나설 예정이다. “독도가 운명이 됐다. 독도 생태계를 주제로 미술과 해양학을 결합한 석·박사 논문을 쓸 것”이라고 했다. 그는 바다를 체계적으로 공부하기 위해 지난해 가을 군산대 해양생물공학 석사 과정에 들어갔다.

 - 왜 갑작스레 독도인가.

 “삼면이 바다라고 자랑하는 우리의 해양 연구는 아직 걸음마 단계다. 지금까지 세 번 다녀온 독도만 해도 그렇다. 독도 해양 동식물에 대한 연구가 일본에 비해 크게 뒤져 있다. 아직 데이터베이스조차 갖추지 못한 상황이다. 독도는 한류와 난류의 물고기가 모이는 생태계의 보고다. 바다 위로 솟아난 땅보다 그 밑의 세계가 더 무진장하다. 영토분쟁을 풀어가는 데도 해양학 연구가 필수적이다.”

 - 무슨 말인가, 설명을 해달라.

 “전 세계 다이버의 메카로 불리는 보르네오 북쪽 무인도 시파단을 예로 들 수 있다.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사이에 30년간 영토분쟁이 있었는데 국제사법재판소는 2002년 말레이시아의 실효적 지배를 인정했다. 결정적 계기는 거북이였다. 말레이시아가 이 섬을 거북이 보호구역으로 지정하고, 오랫동안 거북이를 보호·관찰해 왔던 것이다. 독도 문제에 주는 시사성이 크다.”

 - 우리의 분발이 필요하겠다.

 “일본의 바닷물고기 도감은 이미 100% 세밀화로 완성돼 있다. 연구진도, 화가층도 두껍다. 영문판도 나와 있다. 예부터 선진국은 다 해양강국이었다. 우리도 이제 시야를 넓혀 바다로 뻗어 가야 한다. 언뜻 대단치 않아 보이는 세밀화도 그 기초작업 중 하나다. 물고기를 모르고 어떻게 바다를 알겠나. 대양이 우주라면 독도는 행성이다. 비유하자면 태양계의 지구 같은 존재다. 그곳에 풍성한 생명이 있기 때문이다.”

 - 북한의 바다에도 가고 싶겠다.

 “두말할 필요가 있을까. 함경도 북쪽 바다에는 러시아 바다사자가 가끔씩 온다고 한다. 예전에 독도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그 바다사자 종류다. 일제강점기에 남획돼 멸종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듯 물고기 하나에도 역사가, 정치가 들어 있다. 물고기 그림을 보면 자연의 아름다움에, 생명의 소중함에 눈을 뜨게 된다. 화가로서 감격스러운 일이다. 미술과 과학의 만남이다. 갤러리에만 그림이 있는 건 아닐 터다.”

 - 앞으로 물고기가 달리 보일 것 같다.

 “할 일도 많고, 갈 곳도 많고, 배울 것도 많다. 화가의 길이 다양할 수 있다는 걸 후배들도 알았으면 한다. 자기만의 강점을 찾아야 한다. 자신컨대 세밀화만큼은 일본에 앞설 수 있다. 물고기 대도감을 마치면 다른 해양 포유류·파충류 등에도 도전하겠다. 다큐멘터리 영화도 만들고 싶다. 바다는 콘텐트의 보고다. 정말 끝이 없다. 판타지 자체다. 내년에 각국 사진가를 독도에 불러 세계수중촬영대회도 열 계획이다.”

글=박정호 문화·스포츠·섹션 에디터 jhlogos@joongang.co.kr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S BOX] “유배지서 『자산어보』 쓴 정약전 존경 … 그림 없어 아쉬워”

“뒷날 선비들이 이 책에 부족한 것을 보태고 채우면 이 책은 병을 다스리고, 이롭게 쓰고, 이치를 따지는 사람에게 물음에 답하는 자료가 될 것이다.”

 조선시대 대표적 해양생물학서 『자산어보(玆山魚譜)』를 쓴 정약전(1758~1816)이 책 머리말에 남긴 글이다. 천주교 신자로 몰려 전남 흑산도에 유배됐던 정약전은 우리 바다에 사는 물고기의 생태를 꼼꼼하게 기록했다. 『자산어보』가 나온 지 올해로 정확히 201년. 조광현씨는 정약전의 후예임을 자부한다.

 “제가 정말 존경하는 스승입니다. 그만큼 전위적인 인물이 있을까요. 임금이 언제 다시 부를까 노심초사했던 흔한 선비들과 달리 그는 유배지에서 흑산도의 수산물을 연구하고 이를 기록으로 남겼잖아요. 대단히 낙관적인 분입니다. 아쉽다면 그림이 없다는 점이죠. 만약 그림도 남겼다면 세계적인 보물이 됐을 겁니다. 200년 전 선생의 정신을 한 가닥이라도 잇고 싶을 뿐입니다.”

 조씨는 또 한 명의 스승을 꼽았다. 프랑스 해양탐사가인 자크 이브 쿠스토(1910~97)다. 해양 다큐멘터리 ‘침묵의 세계’로 1956년 칸영화제 황금종려상도 탔던 쿠스토는 오늘날 사용되는 스쿠버 장비를 개발한 주인공이다.

 “일반인에겐 다소 생소하지만 쿠스토는 다이버의 아버지로 불립니다. 인류의 행동 반경을 해양·해저로 확장시켰죠. 바다 생물을 그리는 화가로서 정신은 정약전, 기술은 쿠스토를 따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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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