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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산수(飛行山水) ⑬ 금학산에서 본 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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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생활 어디서 했어? 아저씨들 술자리에서 군대 얘기만 한 안주가 있을까. 족보 따지기가 그 시작인데 ‘철원’이라고 하면 우선 한 수 먹고 들어간다. 깊은 산속에서 혹독한 겨울을 났으리라는 짐작 때문이다. 일부만 맞는 얘기다. 철원 땅 3분의 1이 들판이다. 철원평야는 입이 떡 벌어질 만큼 넓다. 지평선이 보인다. 그림 위쪽 여백 부분이 모두 들판이다. 그 끝에 비무장지대가 동서로 누워 있다. 평야 북서쪽에 있는 백마고지는 해발 395m에 불과하다. 이 작은 산을 얻으려고 6·25전쟁 때 피아 병사 1만3000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 들이 끝나는 오른쪽부터 비로소 험준한 산들이 첩첩이 이어진다.

 그림 속 시가지에는 두 개의 읍이 있다. 북쪽 절반은 철원읍이고 남쪽이 동송읍이다. 군청은 갈말읍에 있다. 전역을 내려다보기에는 해발 946.9m 금학산 정상이 으뜸이다. 북녘땅까지 눈에 가득 들어온다. 평지에 불쑥 솟아 보기만 해도 기가 질린다. 웃으며 올라가 울며 내려오기 십상이다. 지팡이 두 개 믿었다가 인대가 놀라 두 달째 한방병원 신세를 지고 있으니 말이다. 지금 저 들판은 온통 황금물결이다. 오염원 없는 환경이 오대쌀과 밀키퀸 같은 차지고 풍미가 뛰어난 쌀을 키워낸다.

 분단의 긴장은 희미하지만 철원 대부분은 아직도 포털 지도로 위성사진을 볼 수 없다. 그림 가운데 학저수지가 보인다. 그 옆 나지막한 동산 안에 아담한 절집 도피안사(到彼岸寺)가 앉아 있다. 피안의 세상에 이르는 절, 총칼의 숲 속에 이 아름다운 이름의 아이러니라니.

 전쟁으로 끊긴 경원선은 신탄리역이 종점이었다. 2012년에 1차 연장공사가 끝나며 백마고지역이 생겼다. 2차 공사가 마무리되는 2017년에는 민통선 안 월정리역이 최북단이 된다. 여기서 금강산까지 직선거리 85㎞, 서울시청까지는 82㎞다. 철책이 걷히고 철길이 다시 이어지는 날 철원은 그 중간 기착지가 되겠다. 부산에서 출발해 런던으로 가는 열차와 리스본에서 출발해 서울로 가는 열차의 하이파이브는 그 소박한 바람이다.

철원=글·그림 안충기 기자 newnew9@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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