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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소비자에 두 손 든 ‘클린 디젤’ … 12억 달러 보상 ‘제2 도요타’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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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크스바겐이 미주 시장 공략을 위해 내세운 ‘클린 디젤’은 연비 효율을 높이지 않고선 달성할 수 없는 목표임이 이번 사태로 드러났다. [중앙포토]


독일어로 ‘대중(Volk)의 차(Wagen)’를 뜻하는 폴크스바겐. 최고급으로 독일 아우디와 영국 벤틀리, 스포츠카로는 람보르기니·포르셰, 중저가 차량으로는 체코산 스코다까지 총 12개 메이커를 휘하에 둔 자동차 제국이다. 폴크스바겐그룹의 명성이 ‘디젤 게이트’로 하루아침에 사라질 위기다. 미국은 ‘소비자 주권’의 기치 아래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꺼내 들며 폴크스바겐을 압박하고 있다. 미국 환경보호청(EPA)이 추산한 벌금 액수만 최대 180억 달러(약 21조2940억원)에 달한다. 올 상반기 기준 글로벌 1위로 올라선 폴크스바겐그룹은 1938년 창사 이후 87년 만에 여태껏 겪어 보지 못한 상황에 처했다.

 시계추를 8년 전인 2007년으로 되돌려 보자. 폴크스바겐이 내세운 캐치프레이즈 ‘클린 디젤’이 어떻게 대중화됐는지 살펴보기 위해서다. 사실 미국은 자국민을 대상으로 저연비의 휘발유(가솔린) 차량 대신 경유(디젤) 차량을 적극 권장했다.

 “이제 미국은 가솔린 의존도를 축소해 나가야 할 때입니다. 미국은 10년 내 연간 휘발유 소비량 가운데 총 20%를 감축할 겁니다.”

 조지 W 부시 당시 미국 대통령이 임기 마지막 해인 2007년 발표한 연두교서(State of the Union) 일부다. 200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아랍권 정세 불안, 좌파 일색으로 치닫는 남미 정세로 인해 유가는 요동쳤다. 2007년 배럴당 50달러 선이었던 유가는 이듬해 7월 145달러까지 치솟았다. 이 틈을 파고든 업체가 독일 폴크스바겐이다. 독일을 넘어 영국 메이커인 벤틀리, 람보르기니 등을 잇따라 인수합병(M&A)해 몸집을 키운 폴크스바겐은 유럽을 넘어 2005년 중국 1위 메이커로 올라섰다.

 남은 곳은 독일 차의 특징인 정숙성 대신 힘이 센 정통 ‘머슬카’를 선호하는 미국뿐이었다. 다만 자동차 메이커가 검사 차량을 직접 선정해 조사 당국에 제출하는 유럽과 달리 미국은 조사 당국이 임의대로 차량을 선정해 디젤차의 배기가스 배출량을 확인하는 게 문제였다. 이 때문에 폴크스바겐은 배기 가스량을 조절하는 ‘특별한 기술’을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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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년 시작된 폴크스바겐의 질소산화물(NOx) 데이터 조작 원리는 사실 간단하다. 운전대의 움직임 여부를 질소산화물제거장치(LNT)에 부착된 센서가 자동 파악한 다음 이 센서가 LNT 가동 여부를 결정한다. 배기가스 검사 중엔 운전대가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당연히 LNT가 100% 최대로 가동돼 질소산화물 배출을 낮추지만, 일반적인 주행 상황에선 운전대가 움직이는 까닭에 배기가스 컨트롤을 무시하고 연비 효율을 극대화한다. 출력(힘)이 높고 연비 효율은 L당 20㎞를 넘는 클린 디젤은 이러한 인위적 조작을 거쳐 만들어진 셈이다.

 여기에 폴크스바겐은 클린 디젤 차량에 ‘친환경차(Eco-friendly car)’라는 칭호까지 붙이는 데 성공한다. 2009년부터 폴크스바겐이 질소산화물 배출량을 조작한 디젤차로 미국에서 받은 세금 혜택만 5000만 달러(약 590억원)에 이른다. 예를 들어 중형 세단 ‘제타’ 구매자 한 명당 받을 수 있는 세금 환급액은 1300달러(약 154만원)다. 미국 입장에선 폴크스바겐으로부터 이중으로 ‘사기(cheating)’를 당한 셈이다.

 현대차만 하더라도 지난해 12월 연비 조작이 아닌 연비 효율을 ‘과장 광고’했다는 명목으로 과징금 1억 달러를 지불했다. 도심 주행과 고속도로 주행 등 도로 조건을 제대로 알리지 않은 채 회사 측에 유리한 결과만을 소비자에게 노출시켰다는 게 당시 미국 EPA의 과징금 부과 사유였다. 도요타가 2009~2010년 겪은 700만 대 리콜 사태도 고의성은 적었다. 당시 도요타의 리콜 항목은 가속 페달이 운전석 매트에 끼는 현상, 가속페달 자체가 뻑뻑해 감속이 제한받는 현상 등 사소하다고 볼 수 있는 결함이 대다수였다. 2010년 2월 도요다 아키오 사장이 미국 하원 청문회에 출석해 눈물을 흘리며 사과하고, 미국 소비자를 대상으로 12억 달러(약 1조4450억원)를 보상하고 나서야 사태가 진정됐다.

 폴크스바겐도 도요타와 마찬가지로 미국 기업이 아니다. 미국 정치권이 본격적인 ‘도요타 때리기(Toyota bashing)’에 나선 때인 2009년도 도요타가 미국 제너럴모터스(GM)를 밀어내고 세계 1위에 오른 2008년 이듬해였다. 더군다나 도요타는 2008년 GM과 합작한 캘리포니아 누미 공장을 폐쇄했다. 김경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국의 환경 규제가 유럽보다 훨씬 엄격한 이유는 환경 보호라는 측면도 있지만 독일 디젤차를 견제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면서 “이번 사태가 미국에서 미국 국적이 아닌 메이커를 상대로 불거졌다는 점에서 도요타 렉서스 사태와 비슷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더군다나 이중 범죄라는 측면에서도 폴크스바겐을 겨냥한 미국 당국의 칼날은 매섭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일 “폴크스바겐이 고의로 규제 당국이나 소비자를 속였다는 증거가 나올 경우 형사 사건으로 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의회도 단단히 벼르고 있다. 조 바턴 미국 하원의원(공화당)은 “폴크스바겐이 미국에서 받은 각종 세금 혜택에 대해 다시 조사할 필요가 있다”며 “의도적으로 미국 정부를 오도했다고 확인될 경우 막대한 경제적 손실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


국내 판매 차 대부분엔 배기가스 저감장치 장착 안 돼 … 보상 가능성 작아

디젤 게이트 파문은 미국뿐만 아니라 한국에도 불어닥쳤다. 폴크스바겐의 지난달 월 판매량은 3000대 밑으로 떨어져 8월(3145대) 대비 약 7% 감소한 2925대에 그쳤다. 개별소비세 1.5%포인트 인하 효과가 반영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디젤 게이트가 차량 판매가 집중되는 월말 실적에 악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한국 소비자는 미국이 주장하는 대로 폴크스바겐으로부터 금전적 보상 조치를 받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국내에 판매된 폴크스바겐 차량 가운데 티구안·제타·파사트 등 ‘유로5’ 기준 엔진(EA189엔진 적용) 차량에는 원가 절감을 이유로 질소산화물제거장치(LNT)가 장착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달리 말하면 국내에 수입된 폴크스바겐 차량은 연비 효율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LNT조차 부착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지난달까지 국내에서 LNT가 부착된 차량은 총 5643대뿐이다. 개별적으로는 제타 2547대, 아우디 A3 2206대, 골프 890대다.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측은 “본사의 설명대로 유로6 엔진 차량에는 배기가스 조절 SW가 설치돼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유로6는 유로5보다 한 단계 강화된 조항으로 3.5t 미만 승용차의 경우 질소산화물(NOx)을 기존 0.18g/㎞에서 0.08g/㎞까지 50% 이상 줄이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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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