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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호갱’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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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진
정치국제부문 기자

생애 첫 미국 여행, 파란 눈의 친구가 “진짜 맛집”이라며 데려간 곳은 한식당이었다. ‘한국에서 12시간을 날아왔는데 한국 음식이냐’는 내 속마음을 읽은 그가 말했다. “다른 한국 친구들은 한식 먹으러 가자고 하면 싫어해서. 너라도 같이 가줘.” ‘한식 세계화’라는 말 자체가 없던 그때, 알탕을 ‘흡입’하던 그의 모습은 그 자체로 한식 세계화의 가능성이었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발표된 미슐랭 가이드 뉴욕판에 새로 진입한 한식당이 없다는 소식을 접하며 그가 떠올랐다. 한식당이 미슐랭의 인정을 못 받았다며 호들갑을 떠는 이들은 정작 얼마나 미식으로서의 한식을 즐길까. 5만원짜리 삼계탕이 있다면 “어떤 삼계탕이기에 5만원일까”를 궁금해 하는 대신 “한식이 뭐 그렇게 비싸”라며 타박하는 게 우리 현실이다. 어느새인가 한식 세계화가 미슐랭 가이드 같은 해외 기관 평가에 안달하는 애국주의 구호로 변질된 것 같다는 느낌도 든다. 미슐랭 가이드가 미식 평가의 정석으로 통하는 건 맞지만, 그렇다고 그들이 신(神)은 아니다. 미슐랭 가이드 정식 한국판이 없다는 이유로 정부가 미슐랭 측에 모종의 로비를 했다는 소문은 창피했다. 해외 평가에 목매는 대한민국은 밖에서 볼 때 ‘매력 빵점 호갱님(호구와 고객님의 합성어로, 어수룩한 상대를 의미)’에 불과하다.

 해외 평가에 예민하고 안달하는 건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 지난달 30일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2015 국가경쟁력 순위’에서 한국이 26위로 추락했다거나, 지난 2일 영국 타임스가 발표한 ‘2015 세계 대학 순위’에서 국내 대학 순위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는 소식을 놓고 페이스북·트위터는 “큰일났다”는 반응으로 후끈했다. “그 평가 기준이 뭔데?”라는 질문은 보이지 않았다. 해외의 평가에 전전긍긍하면 할수록 해외 평가기관들에 대한민국은 쉬운 상대로 보일 뿐이다. 실제로 WEF의 해당 순위 평가는 몇 가지 임의적 통계를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 신뢰도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자신을 호갱으로 전락시키는 눈먼 애국심이 아니라 냉정한 자성과 건설적 자기 평가다. 남에게 어떻게 사랑받을까를 궁리할 시간에 스스로를 사랑해야 한다는 건 연애 교본에서만 통하는 얘기가 아니다. 최근 만난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 교수 같은 외국인 전문가는 “한국을 제일 저평가하는 이들은 한국인”이라고 꼬집었다. 2015년 대한민국은 먼저 스스로를 믿고 사랑할 필요가 있다.

전수진 정치국제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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