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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희 칼럼 D] 아베 신조가 친할아버지를 닮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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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할아버지 세대로부터 두 줄기의 상극하는 피를 이어받았다. 하나는 반전, 평화주의 정치가였던 할아버지 아베 칸의 것이고 다른 하나는 2차대전의 A급 전범인 외할아버지 기시 노부스케의 것이다. 아베 칸은 태평양 전쟁 발발 다음해인 1942년 중의원 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하여 도조 히데키의 군벌정치를 비판하면서 당선된 반골 정치인이었다. 아베의 외할아버지 기시 노부스케는 1936년 만주국 정부 산업부 차관으로 만주의 경제적 침탈을 지휘했다. 그는 1940년 귀국하여 1941년 도조 히데키 내각의 상공대신에 취임하여 군수물자 조달의 책임자가 되었다. 그의 별명은 "쇼와의 요괴"였다.
 
아베 신조는 친할아버지를 제치고 외할아버지를 롤모델로 선택하여 일본의 국군주의적 과거를 선양하는 극단적 보수주의자, 민족주의자, 역사수정주의자가 되어버렸다. 만약 아베 신조가 친할아버지-아버지의 정치적 유전자를 이어 받았다면 아베 신조의 정치노선이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아베 신조의 아버지 아베 신타로는 마이니치 신문 가자출신 정치인으로 농림대신, 내각 관방장관, 자민당 정조회장, 통상대신, 외무대신, 자민당 총무회장 등 거의 모든 요직을 거쳐 총리가 되는건 시간문제였다. 그는 외무대신시절 주변 국가들과의 관계개선을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그의 가장 가까운 한국인 친구는 70년대의 대미 로비스트 박동선이었다. 아베 신타로는 1990년 암 선고를 받고 이듬해 67세로 세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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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_중앙일보

외할아버지가 못다 이룬 꿈을 이루려는 아베에게 평화헌법 9조는 목의 가시다. 헌법을 고쳐 일본을 전쟁할 수 있는 나라로 만들어 다시 세계에 대국으로 군림하는 것이 그의 꿈이 아니라 현실적인 목표다. 아베 내각은 작년 7월 "집단자위권행사를 용인하는 각의 결정"을 내리고 올 들어서는 11개의 안보관련 법안을 중.참의원에서 통과시켰다. 일본은 미국으로부터 더 많이, 더 실질적인 안보역할을 강화하라는 압박을 꾸준히 받아왔다. 그래서 작년 아베의 미국 방문때 두 나라의 외무.국방장관들이 만나는 2+2 회의에서 1978년 제정되고, 1997년 북한의 핵 개발을 염두에 두고 개정된 방위가이드라인을 다시 강화.개정했다. 이 가이드라인은 앞선 두 개정가이드라인의 극동 유사시, 주변사태의 활동범위를 글로벌 규모로 확대하여 미군이 전쟁하는 곳이면 언제, 어디든지 일본 자위대가 참전하는 길이 열렸다. 미일 군사일체화가 실현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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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군국입국에 아시아 국가들은 불안하다. 일본에게는 세계인들이 결코 잊을 수 없는 국제적인 부전(不戰)조약 위반의 전과가 있기 때문이다. 1차대전 후 미국과 프랑스가 부전조약을 체결했다. 일본의 외교적 노력으로 이 조약은 국제연맹의 비준을 받아 "국권의 발동으로서의 전쟁"은 국제법 위반으로 규정되었다. 그런 일본이 독일.이탈리아와 함께 추축국을 형성하여 2차대전을 일으켜 5000만명 이상의 희생자를 냈다. 일본에 대한 주변국가들의 불신이 깊어가는 가운데 집단자위권의 범위 확대, 미일 방위 가이드라인의 강화로 군사.안보에 관한 한 일본이 미국의 51번째 주로 편입되는 인상을 주는 것은 참으로 불길하다.
 
아베에게는 구체적인 전쟁 유전자가 있다. 1954년 자위대가 창설되자 재군비 반대운동이 일어났다. 요시다 시게루의 자유당 정권에 대한 국민적 저항을 본 아베의 와할아버지 기시 노부스케는 하토야마 이치로와 함께 요시다의 자유당 정권을 무너뜨리고 하토야마를 총재로 일본 민주당을 창당하여 간사장이 되었다. 두 사람은 "미국이 강압적으로 만든 헌법을 개정하여 자주헌법을 제정하고, 자위대를 일본군으로 바꾸어 진정한 독립을 확립하는 개헌과 재군비를 주장했다.  그러나 일본 민주당은 1955년 총선에서 개헌선을 확보하지 못하고 결국 자유당과 다시 통합하여 오늘의 자민당을 만들었다. 아베 신조는 외할아버지가 그때 이루지 못한 꿈을 이루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의 포로가 된 것 같다.
 
흥미로운 것은 요시다 시게루는 아소 타로 전 총리(현 부총리)의 외할아버지이고, 하토야마 이치로는 하토야마 유키오 전 총리의 할아버지라는 사실이다. 총리를 세 번 지낸 하토야마 이치로의 두 손자 중 유키오는 이미 총리를 지냈고 쿠니오는 총리 코스를 착실히 밟고 있다. 우리가 북한의 세습정치를 비판할 때 일본 여론이 침묵하는 것은 일본이 지구상에서 세습정치가 가장 심한 나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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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는 헬리콥터 항공모함,이지스함 등으로 하드웨어를 강화하는 한편 "재생교육"으로 교육제도를 뜯어 고쳐 자학사관을 탈피하고 일본에 대한 존경과 자존심을 되살리려고 한다. 그런 틀 안에서 왜곡된 역사교과서가 만들어지고 배포된다.

이마뉴엘 칸트 : "전쟁에 특별한 동인(動因)은 필요없다. 명예욕이 발동하면 전쟁이 일어난다." 일본을 전쟁할 수 있는 나라로 만들어 청사에 이름을 남기고싶은 아베의 치기어린 명예욕이 주위를 불안하게 한다. 시사지 "이코노미스트"의 2013년 1월 5일자 아베의 극우행보 비판 기사 제목이 "역사에 등을 돌리다"(Back to the future)인 건 시사적이다. 영화 백 투 더 퓨처에서는 소년 마티 맥플라이는 타임머신을 타고 1955년의 과거로 돌아간다. 영화 속의 백(back)은 과거로 돌아감을 의미하지만 이코노미스트 기사의 아베 신조는 미래에 등(back)을 돌린다. 아베 묘사에 걸출한 제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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