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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7시 PC 끄는 회사…아빠를 집에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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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수씨가 딸과 함께 그네를 타고 있다. 그는 지난해 육아를 위해 다니던 회사에서 사직했다. [강정현 기자]


서울 관악구의 강경수(36)씨는 지난해 초 6년간 다닌 회사를 그만뒀다. 강씨가 육아휴직 계획을 알리자 회사 측이 “남자 직원이 육아휴직을 한 전례가 없다”며 막아섰기 때문이다. 그는 부인과 의논 끝에 회사를 나와 1년간 아이를 돌보고 그 뒤 프리랜서 통역가로 전직하기로 했다. “아내와 결혼 전부터 ‘아이가 태어나면 첫 2년은 번갈아 육아휴직을 해 우리 손으로 기르자’고 약속을 했어요. 아이의 가장 예쁜 시절을 곁에서 못 보고 흘려보내는 게 너무 아쉽더군요.” 1년간 딸과 시간을 보낸 강씨는 “육아는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인생의 기쁨”이라며 “곧 둘째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남편이 자녀교육 관심 가질수록
아내가 둘째 출산할 가능성 높아
남성 육아휴직 등 배려 절실


 강씨처럼 육아에 적극적인 아빠는 저출산의 고리를 끊는 해결사가 될 수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정은희 부연구위원은 “남편이 자녀 교육에 관심을 가질수록 아내의 육아 스트레스가 줄어들고, 둘째를 출산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2007년부터 자녀 하나를 둔 기혼 여성 648명을 추적 연구한 결과다. 하지만 하루종일 직장에 매여있는 대부분의 대한민국 아빠들에게 육아는 아직도 먼 나라 일이다. 육아정책연구소 도남희 연구위원은 “우리나라 남성들에게 육아를 하기 위한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하다. 기업들의 배려와 지원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포항의 중소기업 ‘세영기업’은 모범사례로 꼽힌다. 이 회사는 직원들에게 육아휴직을 반드시 가도록 권하고, 휴직자에겐 45일간 급여의 100%를 지원한다. 최근 2년간 7명의 남성 직원이 휴직 제도를 이용했다. 이 회사 직원 김용규(41)씨는 지난해 육아휴직을 했다. 사춘기를 겪는 큰 아들(16)과 늦둥이 아들(6)을 기르느라 지친 아내를 돕기 위해서였다. 김씨는 "예전엔 아이들과 대화가 단답식으로 끝나곤 했는데 휴직 이후로 친근한 사이가 됐다. 무섭다던 ‘중2병’도 수월히 지나갔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지난 7월 인구의 날 행사에서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기술신용보증기금 직원 이춘배(39)씨는 올 초부터 탄력근무제를 이용하고 있다. 1시간 늦게 출근하는 대신 저녁에 1시간 더 일한다. 이씨는 "아내가 아침 일찍 출근하고나면 7살, 2살 두 아들을 깨워 밥을 먹이고 돌본 뒤 큰 아이를 유치원에 데려다 준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매일 오후 7시면 업무용 컴퓨터의 전원을 강제로 끄는 ‘PC-OFF’ 제도를 3년째 운영하고 있다. 직원이 불필요한 야근을 하면 부서장의 고과가 깎이도록 했다. 상사의 눈치를 보며 괜한 야근을 하는 문화가 사라졌고, 업무시간에 집중도도 높아졌다. 전남대 이영환 아동학과 교수는 “가정친화적인 제도를 시행하는 기업에 인센티브를 주고, 육아휴직 급여를 인상하는 등 남성의 육아 참여를 실질적으로 돕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이에스더·정종훈 기자 etoile@joongang.co.kr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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