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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오디세이 릴레이 기고] (23) 한반도 번영의 새로운 축은 북방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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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연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단둥은 내 가슴의 동쪽이다. 북한 신의주 건너편 중국 도시인 단둥의 ‘단(丹)’자는 정성, 마음의 뜻도 있다. 내 가슴에 해가 뜨는 곳, 북한을 향한 마음에 불을 붙인 곳이다. 처음 단둥을 방문했을 때 중국 국적의 북한 화교를 인터뷰하고 대접했다. 치아가 몇 개 없고 매우 여윈 남자였다. 그동안 너무 주려서인지 잔뜩 차린 음식을 거의 먹지 못했다. 나는 북한 사람들도 이렇게 대접할 수 있는 때가 오기를 바랐다. 2015년 6월 평화 오디세이 팀의 일원으로 다시 단둥을 방문하였다. 호텔 고층 객실의 창문을 통해 북한 쪽을 보는데 가슴이 미어졌다. 수십 년의 굶주림과 폭정에 시달렸을 동포들. 어렴풋이 보이는 신의주에는 몇 층짜리 새 건물도 제법 보였다. 외형적 발전만큼이나 북한 주민들의 생활도 나아지기를 기도했다.



 일제 강점, 제2차 세계대전, 한국전쟁 등으로 점철된 우리 근대사는 눈물이다. 혹독한 여건에서도 근면히 일하고 독립군으로 싸우면서도 학교를 세우고 후손을 가르쳐서 대한민국을 낳았다. 그런 끈질기게 충성된 기질과 함께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바라는 순수한 성정을 우리 민족은 지녔다. 우리는 눈물을 환희로 바꾸었다. “아부지 이만하면 나 잘 살았지예”라고 통곡하는 덕수의 눈물은 서러움과 그리움, 뿌듯함의 뒤범벅이다. 그리움을 밥 대신 먹고 서러움을 국 대신 삼키며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단기간에 산업화를 이루었다. “탁 하고 치니 억 하고 죽었다”는 군사정권을 꽃다운 청춘의 희생과 자유를 향한 갈망으로 굴복시켜 민주화도 이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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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23일. 중국 단둥시 크라운플라자호텔 객실에서 바라본 압록강의 모습. 강 건너 북한 신의주 시가지가 흐릿하게 보인다. [사진 김병연 교수]


 한국은 필연 성공한 역사지만 기쁨은 여전히 반쪽이다. 외적의 숱한 침공을 함께 막아내고 일제와 피눈물로 같이 싸운 형제지만 반으로 나뉘어져 전쟁을 치렀다. 그리고 항존적인 평화 없이 지금껏 대립하고 있다. 통일은 연평해전과 천안함에서 산화한 이 땅의 아들들, 윤영하 소령과 박동혁 병장의 희생을 더 이상 반복하지 않고 승화하는 길이다. 이 작은 한반도에서 160만 명의 젊음을 군에 묶어둬야 하는 비정상을 정상화하는 것이다.

 우리는 평화를 통해 통일로 가야 한다. 거기에 회복과 치유, 번영이 있다. 나는 꿈꾼다. 우리 민족이 하나가 되어 세계에 평화의 가치를 설파하는 나라가 되기를. 인간을 존중하며 배려와 열림의 문화로 거듭나서 중국인도 부러워하고 일본인도 고개 숙여 존경을 표하는 최고의 문명국가가 되기를. 그러나 반쪽으로서는 어렵다. 총을 쥐고 싸워야 하는 현실에서 안보는 생존이기 때문이다.

 한반도 번영의 새로운 축은 북방에 있다. 1960~80년대 한국 경제는 남쪽 축을 이용하는 경제였다. 부산·구미 등의 축을 기반으로 일본과 미국에 수출해 성장했다. 80년대 이후 중국이 부상하면서 서부 축이 개발됐다. 그러나 남부와 서부를 이용해 개척한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다. 북방이 남아 있는 유일한 번영의 동력이다. 남북한이 평화롭게 시장경제를 기초로 통합한다면 북한 경제는 연평균 13%가량 성장할 것이다. 남북한과 아울러 중국 동북 3성과 연해주까지 아우르는 경제통합이 일어난다면 남한 경제는 연 1% 이상 추가 성장할 것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평화를 위한 용기와 열정이다. 그 첫발을 이산가족과 실향민의 눈물을 닦아주는 데서 시작하자. 박정희 대통령이 파독 광부와 간호사의 손을 잡고 울었듯이 박근혜 대통령은 이산가족의 손을 굳게 잡고 상봉을 약속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하루빨리 북한의 가족을 만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산가족을 위한다면 금강산 관광도 재개할 수 있을 것이다. 실향민이 북한과 남한의 고향을 방문할 수 있다면 백두산 관광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계산과 정치 이전에 가치요, 인권이다.

 남한은 탈북민을 끌어안자. 남한에서의 정착을 도울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찾아보자. 북한 주민을 우리 마음에 품자. 당장 무엇을 할 수 없더라도 그들의 고통을 공감하고 우리의 번영을 쪼개어 그들을 위해 쓸 수 있도록 나눔과 포용의 마음을 품자.

 국제시장의 과거와 연평해전의 현재를 통일이라는 미래로 풀어내자. 통일은 남한에 오지 못해 고통당한 수많은 북녘의 덕수를 회복과 치유로 이끄는 길이다. 통일은 오고 올 이 한반도의 아들·딸에게 자긍심과 보람찬 일자리를 선물하는 길이다. 평화를 안고 북한으로 가자. 거기에서 상생을 전하고 번영으로 갈 길을 함께 찾자. 지금 여기에서 평화와 통일을 위해 무엇을 했는가가 우리 인생의 가치를 결정할 것이다. 평화와 통일, 우리 오디세이의 종착점이자 우리 시대의 소명이다.

김병연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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