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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어빵’ 보험 그만 … 상품 사전신고제 없앤다

 직장인 김모(43)씨는 최근 종신보험에 가입하려 보험사 네 곳에 견적서를 요청했다. 하지만 받아 본 서류는 한마디로 ‘천편일률’이었다. 상품의 내용은 물론 월 납입금도 거의 차이가 없었다. 김씨는 “가장 유리한 상품을 찾으려 발품을 팔았지만 헛수고만 한 셈”이라며 “결국 지인이 설계사로 일하는 보험사의 상품에 가입했다”고 말했다.

표준약관도 단계적으로 자율화
상품 다양화, 소비자 선택권 확대
자동차 보험료 등 인상 우려도

 종신보험 뿐 아니라 자동차보험, 실손보험 등 국내 보험상품은 사실상 모두 ‘붕어빵’이다. 유독 강한 규제 탓이다. 설계도(표준약관)에다 재료(표준이율)까지 같은 걸 쓰니 차별화한 상품이 나오기 어렵다. 게다가 새로운 상품을 내놓으려면 금융감독원에 사전신고를 해야 한다. 말은 신고지만 실제 운영은 인가제나 다름없었다. 물론 그 덕에 소비자가 유해한 상품에 노출되는 건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었다. 하지만 경쟁과 혁신이 사라지면서 소비자의 선택권은 갈수록 좁아지고, 산업의 활력도 뚝 떨어졌다.

 이처럼 보험 상품을 옥죄던 이중, 삼중의 규제들이 단계적으로 풀린다. 사전신고제는 대부분 사후보고제로 바뀌고, 보험 종류별 10개 표준약관도 단계적으로 자율화한다. ‘가격 통제 장치’도 재정비된다. 보험료 책정의 기반이 되는 위험률·할증 한도 규제는 완화하고, 금감원이 지정하는 표준이율은 폐지된다. 1일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기자간담회를 하고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한 ‘보험산업 경쟁력 제고 로드맵’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임 위원장은 “상품 개발·가격 책정에서 보험사의 자율성이 커지면서 경쟁도 본격화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이달부터 규정 개정 작업에 나서 내년 1분기부터 개선방안을 순차적으로 시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험업계는 “핵심 규제가 모두 풀렸다”며 환영의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한편으론 긴장하는 눈치다. 그간 보험사들은 상품보다는 설계사·대리점 등 판매망 확대에 몰두해왔다. 시장점유율도 주로 브랜드 인지도와 판매망을 따라갔고, 상위업체의 순위는 장기간 요지부동이었다.

  그러나 상품 경쟁이 본격화하면 대형업체와 중소업체, 외국계간 시장 쟁탈전이 보다 치열해질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소비자의 선택권은 보다 넓어질 것이란 게 금융당국의 기대다. 금융위 관계자는 “유통망에서 열세인 외국계와 중소보험사를 중심으로 공격적으로 신상품 출시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며 “그간 보험가입이 어려웠던 유병(有病)자나 고령자 대상 상품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보험료가 어디로 튈 지는 미지수다. 이론상으론 경쟁이 일어나면 가격은 내려간다. 하지만 자동차보험, 실손보험은 오히려 반대로 갈 공산이 크다. 그간 당국이 보험료 인상을 억눌러왔던 탓이다. 자동차·실손보험 표준약관을 자율화하는 시기를 다른 보험보다 1년 늦춘 2018년으로 정한 건 이런 이유에서다. 김석영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초기엔 보험료가 오를 가능성이 있지만 먼저 규제를 풀었던 독일·일본처럼 시간이 지나면서 경쟁 활성화의 효과가 나타나고 가격도 안정화하는 과정을 거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민근·염지현 기자 jm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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