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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98% “육아 참여해야”… 실제 48%는 “부인이 도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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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같은 아빠 정대근씨와 그의 세 아이 찬민·다현·윤민(왼쪽부터).


대학 부설 연구소 연구원인 정대근(38·광주광역시 북구)씨는 아들 윤민(9), 찬민(7)이와 딸 다현(5)이의 ‘친구’다. 세 아이는 매일 저녁 뭘 하고 놀까를 궁리하며 아빠가 퇴근해 오기를 고대한다. 귀가한 정씨는 아이들과 두어 시간씩 살을 부대끼며 뛰놀고 이야기를 나눈다. 아이들을 씻기고 잠을 재우는 것도 그의 몫이다.

중앙일보, 0~12세 자녀 둔 500명 설문
1주일에 10시간도 함께 못 놀아
“아빠가 육아에 관심 많을수록 아이들 심신이 균형 있게 성장”


정씨는 맞벌이하는 부인 대신 큰아들 윤민이의 학교에서 운영위원을 맡을 정도로 아이들을 살뜰히 챙긴다. 그는 “아이들이 남들에게 말 못할 고민이 생기면 제게 쪼르르 달려와 이불을 둘러쓰고 소곤소곤 얘기한다”고 자랑스레 말했다. 그런 정씨도 몇 년 전까진 바쁘고 피곤한 한국의 보통 아빠였다. 퇴근 뒤 소파에 누워 TV 야구중계를 보다 잠드는 게 다반사였다.

“3년 전 어느 날 문득 둘러보니 애들도 저를 따라 멍하니 TV만 바라보고 있더라고요. 내가 무심해 아이들을 망치는 건 아닐까 불안해졌습니다.” 그는 저녁에 한두 시간만이라도 아이들과 함께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거실에서 TV를 치웠고, 아이들의 조잘거림에 집중했다.

일이 많은 날엔 일단 귀가해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낸 뒤 연구실로 돌아가 마무리했다. 그는 “제가 육아에 적극 참여한 뒤로 세 아이 모두 훨씬 자신감 넘치고 안정적인 성향으로 바뀐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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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문가들은 정씨처럼 육아에 관심을 많이 기울이는 아빠가 자녀의 성장·발달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본다. 육아정책연구소가 2008년에 태어난 아동 1505명을 5년간 추적 연구했더니 아빠의 양육 참여 시간이 길수록 자녀의 자기 의사표현 능력과 집중력이 좋고 우울한 성향이나 공격성은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북대 이영환 아동학과 교수는 “엄마는 보통 언어적인 놀이를 주로 하면서 감성적 표현을 즐겨 쓴다. 반면 아빠들은 거칠고 몸을 많이 쓰는 놀이를 하고 논리적인 언어를 쓴다. 이렇게 엄마·아빠가 주는 다른 자극을 고루 받은 아이는 그렇지 않은 아이에 비해 균형 있게 성장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한국 남성들도 육아에 참여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절반에 가까운 아빠들이 자녀 양육은 부인에게 맡기고 있다. 중앙일보 조사연구팀이 지난달 2~4일 0~12세(초등학교 6학년) 자녀를 둔 직업을 가진 남성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조사 대상의 98.4%가 ‘아빠의 육아 참여가 필요하다’는 데 동의를 표시했다. 응답자들은 그 이유 중 ‘아이에게 좋은 영향을 줄 것 같다’를 가장 많이(58.9%) 선택했다. 하지만 41%의 응답자는 육아를 대체로 부인에게 맡긴다고 답했다. 7%는 전적으로 부인에게 일임한다고 했다. 생각과 현실 사이의 커다란 간격을 보여주는 결과다. 응답자들이 자녀와 함께하는 평균적 시간은 월요일∼금요일은 5일간을 합해 약 두 시간이었다. 토요일과 일요일은 각 4시간 안팎이었다. 육아에 참여하지 못하는 주된 이유는 ‘바쁘거나 일이 늦게 끝나서’(86%)였다.

 은행원 유현수(37·서울 성동구)씨도 2년 전엔 이 같은 보통의 아빠였다. 부인 없이 딸 서희(6), 서현(3)이와 함께 있으면 어색했다. 먹이고 입히고 놀아주는 육아의 대부분은 부인이 전담했다. 그는 “아이들이 아빠를 봐도 데면데면하고 엄마만 찾는 것을 보고 생각을 고쳐먹었다”고 말했다.

유씨는 아침에 어린이집에 데려다주는 일부터 시작했다. 떼쓰는 아이와 씨름하다 보면 30~40분이 훌쩍 지나 지각 출근으로 여러 차례 몰렸지만 아이에게 집중해 아이의 감정을 읽고 공감하려고 노력했다. 그는 “예전엔 원하는 대로 안 되면 떼를 쓰다 자지러지던 딸아이가 이제는 왜 안 되는지 조곤조곤 설명하면 울음을 뚝 그친다. 작은 정성을 기울였을 뿐인데 아이들에겐 큰 변화로 나타나니 신기하다”고 말했다.

육아정책연구소 도남희 연구위원은 “출퇴근길에 어린이집이나 학교에 데려다주거나 꼭 안아주며 다정한 말을 하는 정도만으로도 아이들은 아빠의 사랑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에스더 기자·김다혜(고려대 영문과 4년) 인턴기자 etoi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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