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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AR 글라스’끼면 물류정보 한눈에 … 운송 효율 25% 높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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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크 아펠 회장이 100% 전기 엔진으로 구동하는 배송 트럭 ‘스트리트 스쿠터’에 올랐다. DP DHL은 내년 말까지 독일 본 시내를 오가는 물류를 전기차·전기자전거로만 배송할 계획이다. [사진 DP DH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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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송 직원이 증강현실 글라스를 끼자(위) 글라스에 스캔한 물건의 배송 정보가 뜬다. [사진 DP DHL]

영국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선수단이 쓰는 각종 축구용품, 자동차 경주의 최고봉인 포뮬러1(F1)을 달리는 경주용 차와 장비, 세계 최대 패션 행사인 뉴욕 패션위크에서 쓰는 각종 의류와 창고 , 희귀 동물인 중국의 자이언트 판다….

 세계 최대 물류 기업인 도이치포스트(DP) DHL의 고객 리스트다. DP DHL은 한국의 주력 수출 제품인 휴대전화·자동차·가전부터 북한을 오가는 구호물자 운반까지 글로벌 국제특송(항공편을 이용해 24시간 내 물건을 전달하는 서비스) 물량의 3분의 1(38%)을 책임진다. 48만 명의 직원이 220여 개 나라에서 서비스를 제공한다.

 프랑크 아펠(54) DP DHL 회장은 “우리는 ‘법이 허용하는’ 모든 물건을 지구 끝까지 전달하는 회사”라고 소개했다. 이런 회사의 정점에 있는 아펠 회장이 생각하는 미래 화두는 뭘까. 그는 미래 경제 50년을 관통하는 키워드로 ‘접속(connect)’을 제시했다.

 “경제가 성장할수록 제품의 질만큼이나 제품에 대한 접근성이 부각될 겁니다. 삼성전자·LG전자가 훌륭한 스마트폰을 만들어도 물류망을 통해 적시적소에 수출하지 못하면 의미가 없지 않습니까. 인류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측면에서도 물류는 필수입니다. 결국 물류가 발달해야 부를 나눌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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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P DHL은 지난해 9월 파슬콥터를 활용한 드론(무인항공기) 택배에 성공했다. [사진 DP DHL]

 물류의 성장 가도를 가로막을 변수로는 시장의 ‘변동성’(volatility)을 꼽았다. 지구온난화뿐 아니라 세계 각지에서 일어나는 분쟁이 제조·물류 업체에 거센 도전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예측 불가능한 것을 최대한 정확하게 예측해 대응하는 게 미래 50년 기업인들의 과제”라고 말했다.

 DP DHL은 기회를 선점하기 위해 ‘메가 트렌드’에 대한 분석과 혁신을 향한 도전에 한창이다. 지난달 18일 DP DHL이 국내 언론에 최초 공개한 독일 트로이스도르프의 이노베이션 센터는 혁신의 상징이다. 이곳은 당장 실용화할 기술보다 미래 트렌드 분석에 초점을 맞춘 DP DHL의 연구개발(R&D) 센터다. 5명의 전문가가 센터에 상주하며 물류뿐 아니라 쇼핑 트렌드, 기후변화 같은 순수 미래만 연구한다. <중앙일보 8월 27일자 B1면>

 그는 “공상과학소설(SF)에나 등장하는 기술을 5년 내 현실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혁신의 성과물은 속속 베일을 벗고 있다.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글라스를 활용한 물류가 대표적이다. 직원이 AR 글라스를 쓰고 제품 바코드를 스캔하면 글라스 화면에 어디로, 언제까지 전달해야 하는, 어떤 물건인지 메시지가 뜨고 선반 어디에 놓으면 될지 알려주는 식이다. 메모할 필요가 없는 데다 제품 정보를 정확하고 빠르게 처리할 수 있다. 그는 “창고 직원에게 ‘더 빨리 뛰어라’고 다그치는 게 서비스 1.0이라면 좀 더 지능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AR 글라스가 추구하는 서비스 2.0”이라며 “네덜란드 물류센터에서 3주간 실험한 결과 기존보다 운송 효율을 25% 높인 것으로 나타났다. 5~10년 내 현실화할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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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류 업계 ‘핫이슈’인 드론(무인항공기) 택배 연구도 진행 중이다. DP DHL은 지난해 9월 4개 프로펠러 가운데 동체에 소포를 매달아 움직이는 ‘파슬콥터’(소포+헬리콥터)에 의약품을 실어 북해의 섬으로 배달하는 데 성공했다. 아마존·구글 같은 정보기술(IT) 업체가 드론 택배 실험에 한창이라면 DP DHL은 상용화의 닻을 올렸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지구온난화에 대응하기 위한 혁신도 거듭하고 있다. DP DHL은 지난해 전기차 벤처기업인 ‘스트리트 스쿠터’를 인수했다. 전기차로 물건을 옮기는 것뿐 아니라 직접 개발·생산까지 나선다는 복안이다. 본사가 있는 본이 실험장이다. 본 곳곳을 스트리트 스쿠터(전기차)와 e-바이크(전기자전거)가 오가고 있다. DP DHL은 내년 말까지 본을 오가는 모든 물류부터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제로’로 만들 계획이다. 그는 “창고 지원 업무 등에 활용하는 자율주행차를 머지않아 일반도로까지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물류 서비스의 혁신은 해당 업계뿐 아니라 물류 서비스를 이용하는 제조업 전반에서의 비용 절감을 의미한다. 물류 서비스 혁신을 통한 ‘서비스 2.0’이 ‘제조업 4.0’의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는 “물류를 저렴하게 제공해야 기업이 줄인 비용을 다른 부분에 투자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며 “물류 기업에 비용 절감은 하면 좋은 것(nice to do)이 아니라 해야만 하는 것(have to do)”이라고 강조했다.

본=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프랑크 아펠=1989년 뮌헨대 화학 석사, 93년 스위스연방공과대 신경생물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뇌 신경을 연구하며 복잡한 문제를 푸는 힘을 키웠다. 실험을 하면 열에 아홉은 실패한다. 실패를 인정하고 다시 시작하는 자세도 배웠다”고 말했다. 93년 글로벌 컨설팅업체인 독일 맥킨지에 컨설턴트로 입사했다. 2000년 DP DHL로 옮겨 2008년 회장에 취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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