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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위해 기도해달라” 교황 한마디에 베이너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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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미국 워싱턴 의사당 발코니에서 상·하원 합동 연설 후 시민들에게 인사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왼쪽) 옆에서 눈물을 닦는 존 베이너 하원의장(오른쪽). 가운데는 케빈 매카시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 [AP=뉴시스]


“나를 위해 기도해달라.”

 대통령·부통령에 이어 미국 권력 서열 3위인 존 베이너 하원의장(공화·66)이 지난 25일 전격적으로 사임을 결심한 건 프란치스코 교황의 이 한마디였다. 워싱턴포스트(WP)와 정치 전문지 폴리티코는 “교황이 지난 24일(현지시간) 최초의 미국 상·하원 합동연설을 마친 뒤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베이너 의장에게 이 말을 건넸다”며 "다음날 새벽 기도를 마친 베이너는 10월 말 하원의장직은 물론 의원직까지 사임을 최종 결심했다”고 전했다.

 베이너는 지난 25일 오후 기자회견에서 “리더십 혼선의 장기화가 의회에 되돌릴 수 없는 상처를 줄 것으로 판단했다”고 조기 사임 이유를 밝혔다. 2011년 1월 하원의장에 취임한 베이너는 올해 초 3연임에 성공해 임기가 1년 여 남아 있는 상황이었다.

 최근 베이너는 공화당 내 강경 보수 풀뿌리운동 티파티로부터 오바마 정권의 이란 핵 협상 합의안을 의회에서 무산시키지 못한 책임을 추궁 당해 왔다. 티파티는 또 낙태 찬성 단체인 ‘플랜드 페어런트후드(가족계획)’에 대한 예산 지원 중단을 요구하며 “2016년 회계연도(올 10월 1일~내년 9월 30일) 정부 예산안 처리와 연계해야 하며, 안 되면 연방정부 셧다운(부문 폐쇄)까지 감수해야 한다”는 강경 입장을 베이너 의장에게 요구해 왔다. 타협쪽으로 기우는 베이너에 대한 항명도 잇따랐다.

 이런 상황에서 교황의 역사적 의회 연설은 베이너에겐 결단의 계기가 됐다. WP에 따르면 교황은 지난 24일 의회에서 자신의 미 의회 연설을 성사시킨 베이너 의장과 단 둘만의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공개되지 않은 자리였다. 정치적으로 코너에 몰려 있는 베이너의 고뇌를 알기라도 한 듯 교황은 베이너의 왼쪽 팔에 자신의 팔을 얹고 “나를 위해 기도해달라”고 속삭였다. 깜짝 놀란 베이너 의장은 하염없이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교황의 이 말 한마디가 베이너에게는 ‘은혜’가 됐고, 세속적인 권력 투쟁으로부터 마음을 비우게 된 결정타가 된 것으로 보인다. 그는 CBS와의 인터뷰에서 “상상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누가 교황을 위해 기도할 수 있겠나”라며 감격을 표했다. 베이너는 “만남 이후 가족들이 들어왔을 때 교황은 6주 된 내 손자에게도 축복을 해줬다”고 말했다.

 베이너는 다음날 사임 회견에서 “솔직히 말해 이제 마음이 놓인다”고 말했다. 실제 베이너는 교황이 연설을 마친 뒤 의사당 남쪽 발코니에서 잔디밭에 운집한 수만 명의 시민에게 손을 흔들고 연설할 때 바로 곁에 서서 북받쳐 오르는 감격을 참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다.

 베이너는 교황의 의회 연설이 끝난 지난 24일 저녁 퇴근길에 마주 친 WP와 폴리티코의 의회 출입 기자에게 이런 내용을 직접 털어놓았다. “교황의 의회 연설이 성사된 이제 더 이상 성취해야 할 일이 남아 있지 않다”는 말도 남겼다. 그리고 이로부터 14시간 뒤인 25일 오전 베이너는 공화당 의원들과의 모임에서 사의를 표했다.

베이너 의장은 오하이오주의 레딩이란 작은 마을에서 조그만 술집을 운영하는 부모의 12남매 중 둘째로 태어났다. 오하이오에 있는 가톨릭계 자비에르대를 졸업한 뒤 소규모 플라스틱 제품 판매사원으로 출발해 사장까지 올랐다. 1985년 오하이오 주 하원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했고 90년 연방 하원의원에 당선된 이후 11선을 기록했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그는 20년간 3명의 교황을 의회 연설에 초청했지만 교황이 수락한 것은 처음이다.

 베이너의 후임 하원의장으로는 현 공화당 원내대표인 케빈 매카시(51·캘리포니아)가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가운데 젭 헨잘링(텍사스) 의원 등 3~4명도 거명되고 있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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