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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속촌 명물 알바생 셋 “우리 보러 민속촌 오신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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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용인 한국민속촌에서 ‘이색 아르바이트’로 인기몰이 중인 장사꾼 신동혁(26), 나쁜 사또 김탁(30), 꽃거지 김정원(27)씨(왼쪽부터). 각자 역할에 따라 민속촌을 찾은 관람객들에게 거리낌없이 수작을 거는 이들 3인방 활약에 힘입어 민속촌을 찾는 젊은층이 크게 늘었다. [용인=임현동 기자]


가을 햇살이 내리쬐던 지난 24일, 한국민속촌은 평일임에도 사람들로 북적였다.

 “얼굴이 약간 토끼상이신데, 토끼 풍선 하나 사시죠?” 한복 차림에 동그란 선글라스를 낀 남성이 다가와 말을 걸었다.

 “한 푼만 줍쇼. 만원 내고 거슬러가셔도 돼요.” 조금 더 걸어나가자 꾀죄죄한 얼굴의 남성이 바가지를 내밀고 구걸을 했다.

 이들을 뿌리치고 관아에 들어서니 멀끔하게 생긴 사또가 앉아있었다. 같이 사진을 찍고 싶다고 했다. 사또가 말했다. “그럼 애교 한 번 부려보거라. ‘나 꿍꼬또, 사또 꿍꼬또(나 꿈 꿨어, 사또 꿈 꿨어)’.”

 나쁜 사또 김탁(30), 꽃거지 김정원(27), 장사꾼 신동혁(26)씨는 요즘 민속촌에서 가장 ‘핫’한 인물이다. 세 사람은 각자 역할에 따라 민속촌을 찾은 관람객들에게 거리낌없이 말을 건다. 때로는 호통을 치고 강매를 일삼는다. 그래도 관람객들은 유쾌하게 받아들인다. 민속촌이 이러한 이색 아르바이트생들을 뽑기 시작한 건 지난해 4월부터다. 덕분에 민속촌이 ‘고루하고 뻔한 곳’이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 젊은이들의 발걸음을 끄는 이색 테마파크로 변화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12년 48%였던 20~30대 관람객 비율은 올해 64.8%로 높아졌다.

 아르바이트생들의 인기는 상상 이상이다. 페이스북·유튜브 등을 통해 동영상이 퍼지며 ‘알바생 보러’ 민속촌을 찾는다는 사람까지 생겼다. 얼마 전에는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인기 투표를 진행했다. 1위는 장사꾼, 꼴찌는 사또였다. 이들 셋을 인터뷰했다.

 신동혁씨(이하 장사꾼)=“저는 부채·풍선·인형 등을 파는데 ‘좀 재밌게 해보자’ 싶어서 가수 자이언티나 휘성 노래를 개사해 부르며 물건을 팔았어요. 이게 엄청 떠서 요샌 제가 노래를 부르면 관람객들이 ‘떼창’을 해요. 제 인기는 한 마디로, ‘독보적’이죠(웃음).”

 김탁씨(이하 사또)=“꼴찌긴 해도 저 팬 좀 있는데…. 저번에는 선물 상자에 간식을 담아 주셨던 분도 있었어요. 감사한데 부담도 되죠. 더 잘해야 되니까. 실망하시면 안 되니까 늘 캐릭터 분석은 열심히 하고 있답니다.”

 김정원씨(이하 꽃거지)=“며칠 전 성대결절이 왔어요. 구걸한 돈으로 화이트보드 하나 사서 거기에 하고 싶은 말을 적어 보여 드렸더니 그것도 재밌어 하시더라고요. 사인해달라는 분도 있어요. 꽤 많은 분한테 해드린 것 같네요(웃음).”

 사또와 꽃거지는 연기를 전공했고, 장사꾼은 쇼호스트 지망생이다. 재미삼아, 또는 생계를 위해 시작한 아르바이트는 삶에 큰 전환점이 됐다. 특히 사또와 꽃거지는 지난 7월 민속촌 정직원으로 채용됐다.

 사또=“원래 연극을 했는데 발목 다치고, 또 허리까지 다쳐서 거의 2년 동안 일을 못하고 있었어요. 그때 민속촌에서 ‘거지’를 뽑는다 하길래 편할 것 같아 지원했죠. 그런데 사또가 됐네요. 관람객들과 소통하며 애드립이 늘고, 연기 연습에도 큰 도움이 됐어요. 쉬는 날에 대학로에서 공연도 하고 있어요.”
 


 장사꾼=“쇼호스트 실습 공부를 여기서 하는 기분이에요. 최근 제 동영상을 보고 한 홈쇼핑사에서 ‘자네 우리와 일해볼 생각 없나’라는 댓글을 달았더라고요. 진짜 기분 좋았죠.”

 꽃거지=“원래는 뮤지컬 배우가 꿈이에요. 정직원이 된 만큼 ‘꽃거지’ 역할에 더욱 충실하려고요. 그게 제 꿈을 이루는데도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휴일도 반납했다. 이들은 다른 민속촌 캐릭터들과 함께 추석 연휴 동안 코믹 마당극 ‘한가위 마을잔치’ 등 다양한 이벤트를 선보였다. 피곤할 법도 한데, 셋은 이 일이 정말 ‘즐겁다’고 했다.

 꽃거지=“요즘 민속촌에 활기가 넘쳐요. 그 활기에 저희가 어느 정도 일조한다고 생각하니 뿌듯하고 감사해요. 근데 한마디만 할게요. 관람객 여러분, 제 바가지에서 돈 좀 꺼내가지 마세요. 벼룩의 간을 빼 먹지(웃음).”

 사또=“여기저기서 민속촌 노하우를 배우려는 사람들이 많이 찾아와요. 참고로 저희는 다 애드리브예요. 그럼에도 다들 호흡이 잘 맞죠. 거제도에 사는 부모님도 ‘인터넷에서 보니, 너 좀 재밌더라’ 하시더라고요.”

 장사꾼=“물건 하나 팔 때마다 인센티브가 있는지 궁금해 하는 분이 많은데, 진짜 하나도 없어요. 그래도 열심히 팝니다. 사람들과 만나는 것이 좋고, 팔 때마다 제 능력을 인정받는 기분이 들거든요. 자, 들으셨으면 풍선 하나 사세요. 카드도 됩니다.”

글=홍상지 기자 hongsam@joongang.co.kr
사진=임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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