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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으로 간 ‘왕좌의 게임’

자녀가 대학에서 TV 드라마 ‘왕좌의 게임’에 관한 강의를 듣는다면 학비를 대고 싶은 마음이 들겠는가?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 토론의 사회자가 던진 질문은 아니다. 하지만 요즘 미국 대학의 교양교육과 관련해서는 꽤 적절한 질문이다. 캘리포니아대학(버클리 캠퍼스) 미디어와 영화 프로그램의 여름 학기 강좌 ‘영화 장르: 왕좌의 게임(Film Genre: Game of Thrones)’에는 27명의 학생이 수강 신청을 했다. 박사학위 소지자인 강사 저스틴 바카로가 이 프로그램을 시작한 후 수강생 수가 가장 많았다.

드라마의 높은 인기에 힘입어 미국 대학 강좌로 채택돼 고전과 더불어 진지한 예술작품으로 다뤄

이 강좌는 또 대학 강의로는 보기 드물게 언론으로부터 큰 주목을 받았다. USA 투데이와 뉴스 사이트 매셔블, 그리고 다수의 문화·오락·TV 전문 사이트가 이 강좌를 다뤘다. 드라마의 높은 지명도 덕분에 기사 제목부터 눈길을 끈다. 학생들이 이 강좌에 끌리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버클리 강좌에 관한 AP 통신의 비디오는 높은 조회수를 기록했다. AP 통신은 비디오에서 이 강좌와 버클리대학 고생물학과의 어느 책상 서랍에 보관됐던 선사 시대 ‘이리’의 해골을 연관시켜 이야기를 이끌어갔다.

바카로가 뉴스위크의 인터뷰 요청에 답하지 않은 한 이유는 이런 높은 관심 때문인지도 모른다. 어쨌든 사람들이 이 강좌에 관심을 갖는 건 놀라운 일이 아니다. ‘왕좌의 게임’은 성공한 TV 시리즈가 으레 그렇듯이 끊임없이 논평을 이끌어내는 힘이 있다. 이런 인기의 힘은 지난 수년 간 여러 대학에서 사회학과 커뮤니케이션 부문의 연구 소재가 됐다.

이전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2011년에는 시카고에서 리얼리티쇼 ‘저지 쇼어(Jersey Shore)’에 관한 학술회의가 열렸다. 다음은 뉴욕타임스의 관련 기사 일부다.

디나 코르테스(‘저지 쇼어’의 여주인공)가 학술토론의 주제로 자주 언급됐다. 더 시추에이션(남자 출연자 마이크 소렌티노의 별명)이 클럽에서 만난 금발의 쌍둥이 자매를 집으로 데려가려 했지만 코르테스가 그중 1명과 먼저 가까워져 산통을 깨트리는 에피소드에선 특히 그랬다.

또 지난해에는 팝스타 마일리 사이러스에 초점을 맞춘 스키드모어대학(뉴욕 소재)의 한 사회학 강좌가 주목 받았다. 영국 신문 가디언은 이 강좌가 “문화도용(cultural appropriation)과 괴벽(queerness), 성적 계층화(gender stratification), 어린이 스타의 지나친 상품화 등을 다뤘다”고 보도했다.

‘왕좌의 게임’ 문학적 분석 통해 조명

버클리의 강좌가 ‘왕좌의 게임’을 주제로 한 첫 번째 대학 강좌는 아니다. 영국 신문 데일리메일은 ‘왕좌의 게임’ 원작 소설과 드라마 모두를 다룬 버지니아대학의 강좌를 보도했다. 그 기사는 미국 경제전문지 월스트리트저널과 음악 잡지 롤링스톤에도 실렸다. 또 노던일리노이대학에서는 ‘왕좌의 게임’을 바탕으로 한 중세역사 강좌가 개설되기도 했다.

버클리와 스탠포드대학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재스퍼 번스 교수는 “최근 인문학계에서 이런 종류의 강좌를 개설하는 풍조가 분명히 감지된다”고 뉴스위크에 말했다. 하지만 버클리 강좌에 대한 온라인 안내서를 보면 이전의 강좌들과 다른 점이 눈에 띈다. 마일리 사이러스와 ‘저지 쇼어’에 관한 강좌는 대중문화의 현상을 사회학적 관점에서 다뤘지만 버클리 강좌는 인문학과 영화 학도들을 대상으로 한다.

강좌 안내에 따르면 이 강좌의 목표는 드라마 ‘왕좌의 게임’이 명성을 얻고 인기를 끄는 이유를 이해하는 것이다. 이 드라마의 매력을 분석하려면 권력이라는 주제와 사실주의적 미학에 바탕을 둔 스타일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왕좌의 게임’에 관한 강좌들은 이 드라마를 하나의 진지한 예술작품으로 다룬다는 점에서 여느 강좌들과 다르다.

“이 시리즈에는 매우 중요하고 의미 있는 요소가 많으며 그것들을 문학적 분석을 통해 조명할 수 있다”고 버지니아대학의 영어학 부교수 리사 울포크가 데일리메일 기사에서 말했다. ‘왕좌의 게임’ 같은 책과 TV 드라마를 다루는 강좌들이 버지니아 울프와 윌리엄 포크너에 관한 문학 강좌나 오손 웰스와 잉그마르 베르히만에 관한 영화 강좌를 대체할 수 있을까?

번스 교수는 ‘왕좌의 게임’의 매력을 미학적 근거로 설명하는 것(예를 들면 그것이 우수한 예술작품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버클리 이외의 대학에서 대중문화를 주제로 한 강좌들이 확산되는 데는 구체적인 이유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요즘 미국 대학의 인문학과들은 학생을 끌어모으느라 애먹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버클리의 인문학과들은 든든한 재원 덕분에 그런 압박감을 느낄 필요가 없다.”

번스 교수는 또 청소년 소설이나 TV 시리즈 같은 주제를 연구하는 데 관심을 갖는 학자들이 늘어난다고 말했다. ‘심슨 가족’과 ‘더 와이어’ ‘섹스 앤 더 시티’ 등 TV 시리즈를 다루는 버클리의 강좌는 다양한 전공의 학생들에게 인기다. “전적으로 타당한 일이다”고 번스 교수는 말했다. 그는 지난 50년 간 문학 연구의 혁명을 통해 이런 작품들은 ‘고전 문학’과 더불어 연구될 만한 위치에 올랐다.

스탠퍼드대학에서 공상과학 문학을 가르치는 번스 교수는 올해 영문과의 한 강좌에서 학생들에게 ‘왕좌의 게임’ 요약본을 읽도록 했다. 현대 미국을 배경으로 한 포크너와 토니 모리슨의 작품과 비교하기 위해서다. “이런 강좌들은 학생들이 이전에 읽은 책과 시청한 드라마를 다룸으로써 그들을 인문학 전공으로 이끄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고 그는 말했다. 하지만 만약 대학들이 재정적·정치적 압박 때문에 핵심 강좌들을 줄일 경우엔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왕좌의 게임’ 관련 강좌를 다른 강좌들과 다르게 취급해야 할 이유는 뭘까? 시대의 변화를 상징하기 때문이다. 20세기 중반 이전 인문학 수업은 기계적 암기 위주였다. 학생들은 중요한 시인들의 작품을 외우고, 시대별 문학양식을 구분하는 법을 익히고, 고전 작품을 두루 읽었다. 논문 쓰기와 소크라테스식 세미나가 포함되지 않은 이런 교육이 요즘은 ‘비판적 사고’에 방해가 된다고 여겨진다.

문학을 대할 때 작가나 작품의 권위보다 분석을 중시하는 경향이 짙어졌다. 이런 변화는 소위 고전문학이라고 불리는 작품들이 역사적으로 백인 특권층 문학 엘리트들의 편견을 바탕으로 선택됐다는 인식과 관련 있다. ‘위대한 책’과 ‘왕좌의 게임’ 같은 대중적인 책을 구분하는 기준이 오래 전에 세상을 떠난 백인 남성 학자들의 선호도에 불과하다는 인식이다. 이런 인식은 대학에서 대중적인 작품에 대한 연구를 활성화시켰다.

인문학 필수학점 이수에 좋아

하지만 강좌가 성공하려면 콘텐트보다 접근법이 더 중요하다고 번스 교수는 말한다. ‘왕좌의 게임 ’ 시청자인 그는 자신이 그 드라마에 관한 강의를 할 준비가 됐는지 확신이 없다. 그는 이 드라마가 앞으로 몇 시즌 더 나올 것이라는 점을 언급하며 “현재 진행 중인 무엇에 관해 논의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말했다. 신작 소설 등 최근 작품을 연구하는 데도 비슷한 위험이 따른다. 세월의 시험은 고전을 뒷받침하는 하나의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소설 ‘백경’은 19세기의 백인 남성 작가가 썼지만 발표됐을 당시 혹평을 들었다. 하지만 수십 년이 흐른 뒤에 미국의 고전으로 인정받게 됐다.

번스 교수의 생각이 옳다면 버클리 같은 대학에서는 전통적인 문학 수업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하지만 재정이 좋지 않은 대학에서는 대중 문학 수업이 늘어날 것이다. 학생들은 “제한된 시간(그리고 돈)을 ‘왕좌의 게임’ 같은 강좌에 써도 괜찮을까, 아니면 ‘율리시스’를 주제로 한 강좌를 들어야 할까?”를 고민하게 될 것이다.

웹 미디어는 TV 해설기사라는 새로운 장르를 탄생시켰다. 비평가들이 매주 ‘품격 있는’ TV 드라마를 분석하는 글이다. 기사나 팟캐스트 형식으로 쓴 이 글들은 ‘리캡(Recap)’ ‘브레이크다운(Breakdown)’ ‘어낼리시스(Analysis)’ ‘프리-캡(Pre-cap)’ 등의 별명으로 불린다.

이 장르는 로저 에버트가 쓰던 이전의 영화·TV 리뷰와는 사뭇 다르다. 인터넷 밈과 유머를 자주 사용하고 캐릭터들을 실존 인물처럼 논하며 TV와 관련해 가장 중요한 질문(‘이 프로그램을 계속 봐야 할까?’)에 대한 최종적인 조언을 내놓는 경우가 드물다. 대신 매주 에피소드가 방영될 때까지 논의를 이끌어간다. 다시 말해 TV를 참여적 담론의 장으로 탈바꿈시킨다. 이런 해설기사들은 전통적인 영화 비평보다는 대학 강의실에서 오가는 농담에 더 가깝다.

‘왕좌의 게임’ 강좌에 등록하는 대신 이런 기사들을 읽어도 비슷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지난 50년 동안 미국 사회의 거의 모든 지적 담화는 대학에 흡수됐다”고 번스 교수는 말했다. 그는 대학 강의실 밖에서 사람들이 생각을 주고받을 수 있는 토론의 장이 마련된다면 이런 현상은 긍정적이라고 본다. 인터넷 해설 대부분이 ‘지적 담론’의 수준에 도달하지 못하지만 드라마의 주제는 속속들이 파헤친다.

그렇다면 팬 포럼에서도 얼마든지 토론이 가능한데 굳이 돈을 내고 세미나에 참석할 필요가 있을까? 한 가지 이유는 학점 이수다. 보통 대학생들은 인문학 필수학점 이수에 도움이 될 경우 ‘왕좌의 게임’ 강좌를 선호할 듯하다. 강의실에서 온라인 팬 포럼에 비해 뭔가를 더 얻을 수 있는가는 또 다른 문제다.

번스 교수에 따르면 대학 내에서든 밖에서든 예술작품을 주제로 한 가치 있는 지적 담론은 문화적 환경과 연관돼야 한다. ‘팬 리딩’에서는 종종 드라마에 대한 ‘황당한 이론’을 만들어낸다. 그런 이론은 기껏해야 ‘R+L=J’(‘왕좌의 게임’에서 레가 타르가르옌과 리안나 스타크가 존 스노우를 낳았다는 이론)라는 설을 믿는 부류의 관심을 끌 수 있을 뿐이다. 하지만 학구적 분석은 이 드라마의 적용 가능성을 TV 스크린 너머로 확장시킨다. “그것은 논쟁의 여지를 주며 우리가 사는 세상에 관해 말해준다.”

- 잭 마르티네즈 뉴스위크 기자 / 번역 정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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