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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 간 일자리 전쟁론의 진실은?] 장년 일자리 줄여도 청년 일자리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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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중앙포토


‘임금피크제 도입에 따른 청년실업 해소’. 올 하반기 강력한 노동개혁을 추진하면서 박근혜정부가 전면에 내세운 개혁의 명분이다. 노동개혁의 당위성을 설명하기에 이만큼 선명한 타이틀은 없다. 청년 일자리 부족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니 기성세대의 양보가 없으면 우리 경제의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는 설명이었다. 당장 일할 곳을 못 찾는 젊은 세대와 그런 자녀를 둔 50~60대를 동시에 설득할 수 있는 쓸 만한 논리다.

일자리 세대 간 전쟁론은 ‘노동 총량의 오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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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런 주장의 기저엔 ‘세대 간 일자리 전쟁론’이 깔려 있다. 이는 2000년대 중반 이후 청년실업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자 수면 위로 떠오른 키워드다. 일자리가 부족해지면서 아들과 아버지가 한정된 일자리를 차지하려 서로 싸운다는 것이다. 사실 이 주장은 노동계에서 오래 전부터 다뤄온 주제다. 우리나라에선 정년 60세 연장 논의가 본격화된 2010년 이후부터 치열한 논쟁이 시작됐다.

논리 구조는 간단히 ‘한정적인 노동시장 일자리 총량→정년연장→청년 취업자의 신규 일자리 감소’ 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 주로 정년 연장을 회피하려는 재계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논거로 사용됐다. 하지만 정년 연장이 청년 취업자의 일자리 감소를 야기한다는 어떠한 근거도 없다. 학계의 정설 역시 ‘아니다’ 쪽에 가깝다. 일자리의 대체관계는 구직자의 선호 기업, 업종, 직업에 따라 차이가 있는데 이를 감안하지 않고 ‘노동 총량의 오류(Lump of Labor Fallacy)’에 빠진 결과라는 게 반대론자의 주장이다.

대체로 학력 수준이 높은 젊은 세대가 선호하는 직장은 대기업 또는 공기업(공공기관)인데 아버지 세대가 주로 일하는 직장은 중소기업이고, 청년들은 주로 사무직으로 일하지만 아버지는 현장직 근로자가 많다는 얘기다. 실제로 통계청의 2014년 직업별·연령별 취업자 비중을 살펴보면 자녀 세대(15~29세)는 전문가 및 관련 종사자(28.5%)와 사무 종사자(23.8%)가 가장 많다. 그러나 아버지 세대(50세 이상)는 단순 노무 종사자(21.8%)와 장치·기계 조작 및 조립 종사자(14.1%)가 가장 많다.

반대로 장년 일자리가 줄어든다고, 청년 일자리가 늘어나는 것도 아니다. 이는 해외에서도 입증된 바 있다. 1994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청년실업 해소를 위해 장년층의 조기 은퇴를 유인하는 정책을 권고했었다. 그러나 10년 후인 2005년 OECD는 오류를 시인하고, 이 정책을 폐기했다. 10년간 조기 은퇴를 유인했지만 청년층 실업이 완화됐다는 증거를 찾지 못했다는 설명이었다. 지난해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주최한 한 심포지엄에서 안주엽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 경제 내 일자리 수는 임금 수준과 근로자의 생산성으로 결정되는 것인데 일자리가 한정돼 있다는 가정은 틀렸다”며 “고학력 청년층이 원하는 일자리와 장년층이 원하는 일자리는 다르고 둘 사이에 일자리를 둘러싼 경쟁이 격화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지적했다. 고용노동부가 2013년 12월 발표한 자료 역시 맥을 같이한다. ‘고령자 고용이 청년 일자리를 잠식한다는 견해는 기본 전제가 잘못된 오류이며, 일자리의 수는 임금수준·생산성 등 경제 여건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한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찬성론자들은 ‘이런 대체관계가 명확하지 않더라도 장년층 임금 근로자가 청년층에 비해 빠르고 늘고 있는 인구 구조의 특성을 감안해야 한다’고 반박한다. 상대적으로 숫자가 많은 아버지 세대의 퇴직이 늦어지면 탄력적인 인력 운용이 어려워지고, 이것이 기업의 수익성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특히 대기업의 경우 대부분의 부서가 팀 단위로 운영되는데, 중장년 근로자의 고용을 유지하려면 현실적으로 신규 입사를 제한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어떤 주장이 맞든 ‘세대 간 일자리 전쟁이 심각하다’는 인식이 확산될수록 기업으로선 운신의 폭이 넓어진다. 사실 최근 노사정위원회가 여러 난관을 뚫고 임금피크제 도입과 임금체계 개편에 합의한 것도 우호적인 국민 정서의 도움이 컸다. 노동개혁을 앞두고 실시한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민의 60% 이상이 ‘임금피크제 도입의 필요성에 공감한다’고 답했다. 노동계로서도 ‘임금피크제 반대=청년실업 외면’이란 등식이 매우 부담스러운 분위기였다는 의미다.

줄인 비용으로 청년 채용 늘리는지 감시해야

특이한 건 원래 임금피크제는 ‘정년 연장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주로 사용했던 논거라는 점이다. 본격적으로 정년 연장이 논의되기 전까지 재계는 임금피크제에 별 관심이 없었다. 그러나 ‘정년 60세 의무화’가 결정된 2013년 이후 재계는 빠르게 방향을 틀어 임금피크제 도입을 강력하게 주장하고 나섰다. 정년 연장 논의가 확산되던 2013년 전경련은 ‘세대간 일자리 상생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60세 정년 규정과 동시에 임금피크제 등 임금 조정이 반드시 적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간단히 말해 ‘정년 연장으로 손해를 보게 됐으니 임금피크제라도 도입해서 부담을 덜어 달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면 청년 고용이 늘어난다’는 정부와 재계의 주장은 아직 확인된 사실이 아니다. 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지난 6월 ‘정년이 연장되는 2016년부터 2020년까지 5년간 총 107조원의 비용이 발생할 것’이라고 추정하면서 ‘다만 55세부터 임금을 매년 10%씩 낮춰가는 방식으로 임금피크제를 실시하면 총 25조9100억원을 절감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이를 통해 5년간 31만3000개의 청년일자리를 추가로 만들 수 있다는 주장이다. 말 그대로 추정일 뿐 이 주장이 현실이 되려면 기업이 절감한 비용을 모두 청년 고용에 투입해야 한다. ‘기업이 비용만 아끼고, 실제 청년 고용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임금피크제가 법제화되면 조만간 대부분의 기업에서 임금피크제가 도입된다. 임금피크제는 장년층의 희생을 기반으로 설계된 제도다. 정년 연장이 이미 확정된 상황에서 굳이 안 해도 되는 희생을 택한 것은 그만큼 청년 고용 확대에 대한 기대가 크기 때문이다. 이런 와중에 박근혜 대통령이 청년일자리 펀드 조성을 지시했다. 본인부터 기부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각계의 참여를 당부했다. 이번 대타협 과정에서 보여준 상생의 정신을 사회 전반으로 확산시켜 청년 일자리 문제 해결에 힘을 보태자는 취지다. 솔선수범하는 태도는 좋지만 효과는 미지수다. 청년 고용 환경이 어려운 게 돈이 없어서는 아니기 때문이다. 익명을 원한 한 경제학과 교수는 “줄인 비용으로 기업이 얼마나 질 좋은 청년 일자리를 늘리는지 감시해야 할 시점에 사회적 펀드 이야기를 꺼내 오히려 임금피크제 도입과 임금 체계 개편에 따른 기업의 책임감을 희석시켰다”고 지적했다.

글=이코노미스트 장원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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