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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신기술 시장 선점, 무병 100세 시대 연다

1953년, 스물다섯에 불과한 제임스 왓슨이 발표한 한 쪽짜리 논문이 세상을 놀라게 했다. 모든 생명의 기본 단위인 DNA가 이중나선 구조로 이뤄져 있다는 내용의 이 논문은 9년 후 왓슨에게 노벨 생리의학상을 안겨줬다. 이날 이후 생명과학은 그야말로 급속도로 발전한다.



A·T·G·C(아데닌·티민·구아닌·시토신)의 염기 네 개로 이뤄진, 간단하면서도 한없이 복잡한 ‘암호’는 보건의료·식량·에너지·환경 등 인류 4대 난제를 해결할 열쇠로 떠올랐다. 그리고 인류는 스스로 진화를 설계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불붙은 바이오 혁명



왓슨이 논문을 발표한 지 정확히 50년 후인 2003년 4월, 전 세계는 다시 들썩였다. ‘인간 지놈 계획’이 완성되는 순간이었다. 원자탄을 개발한 ‘맨해튼 계획’, 그리고 인간을 달에 착륙시킨 ‘아폴로 계획’과 더불어 현대과학사에서 가장 규모가 큰 연구였다. ‘신의 언어’를 해독하는 데는 13년간 30억 달러라는 천문학적인 금액이 투입됐다. 그리고 12년이 지난 지금, 단돈 1000달러면 개인의 유전자 염기서열 지도를 알 수 있게 됐다. 기술의 발전 속도는 이미 무어의 법칙(반도체 집적회로의 성능이 18개월마다 2배 증가하는 법칙)을 넘어섰다.  



유엔 보고서, 2036년 인공 눈 개발 전망 유전자 분석 1000달러 시대의 개막은 PC 1000달러 시대가 열린 1990년대 초반을 연상케 한다. 1000달러 PC 대중화로 촉발된 IT혁명과 같은 규모의 ‘바이오 혁명’이 이제 막 시작된 것이다. 여기에 나노공학 및 빅데이터와의 융·복합으로 바이오 혁명은 더욱 빠르게 앞당겨지고 있다. 유엔은 2013년 ‘미래보고서’를 통해 2018년까지 비만 치료제가 개발될 것으로 내다봤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6년엔 노화된 심장근육을 재생하고, 알츠하이머 치료제가 등장한다. 2028년엔 절단된 신체를 복원하는 기술이, 2036년엔 인간의 시력을 능가하는 인공 눈이 개발된다. ‘100세 시대’를 넘어 생명과학의 궁극적 목표인 ‘퍼펙트 휴먼’ 시대가 열리는 데 한 세기가 걸리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다.



 바이오기술(BT)은 이미 우리 생활 속에 스며들어 있다. 각종 백신과 시험관 아기도 바이오기술의 발달에 따른 것이다. 부모의 침 한 방울이면 신생아의 유전질환을 예측할 수 있는 시대다. 피 한 방울로 30여 가지 질환을 검사하는 서비스는 미국에서 이미 상용화됐다. 불치병으로 여겨지던 알츠하이머·파킨슨병·에이즈 치료제도 개발 중이다. ‘3세대 항암제’로 불리는 면역항암제 역시 바이오기술을 이용한 것으로, 이미 몇몇 제품이 출시된 상태다.



?궁극적으로는 개인맞춤형 의학 시대가 열린다. 올 2월 미국 오바마 대통령이 ‘정밀의학계획(Precision Medicine Initiative)’을 우선 추진 정책으로 발표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질병이 발현하는 양상과 속도는 개인 유전자와 환경, 생활방식에 따라 다르다. 예컨대 같은 아스피린이라도 ‘약발’이 잘 듣는 사람과 아닌 사람이 있다. 유명 할리우드 배우 앤젤리나 졸리가 유전적으로 유방암 발병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로 유방을 절제한 것 역시 정밀의학의 연장선상에서 해석할 수 있다. 정밀의학은 개인에게 최적화된 의료를 제공해 치료 효과를 극대화한다. 미국 정부는 국립보건원(NIH)을 중심으로 내년까지 2억2000만 달러를 투입할 계획이다.



?이에 앞서 영국은 ‘10만 지놈 프로젝트’를 2012년부터 가동했다. 국민보건서비스(NHS)에 등록된 환자 10만 명의 유전체를 분석해 임상데이터와 연계하는 계획이다. 암과 희귀질환에 대한 맞춤치료를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일본 역시 올 4월 일본판 NIH를 목표로 ‘일본의료연구개발기구(AMED)’를 설립했다. 문부과학성, 후생노동성, 경제산업성에 분리돼 있던 의료분야 R&D 예산을 일원화한다는 의도에서다.



 민간의 바이오산업 진출은 더욱 두드러진다. 노바티스나 화이자, 산도즈 같은 글로벌 제약사는 물론, 구글·애플·퀄컴·MS와 같은 정보기술(IT) 기업도 속속 바이오산업에 뛰어들고 있다. 퀄컴은 ‘퀄컴라이프’를 자회사로 설립하고 의료기기·의료서비스·디지털병원 사업을 본격화했다. 구글은 ‘구글벤처스’를 통해 바이오·헬스 분야 투자 비중을 2013년 6%에서 2014년 36%로 확대했다. IBM은 수퍼컴퓨터 ‘왓슨’의 빅데이터 분석 능력을 바탕으로 의료결정지원서비스를 제공하는 단계다.  



미 바이오 기업 시가총액 1조 달러 돌파 바이오산업이 소위 ‘뜨는’ 산업이란 증거는 각종 지표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글로벌 바이오산업 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 1조4000억 달러에 달한다. 10년 후인 2024년엔 2조6000억 달러로 예상된다. 이 추세라면 2024년엔 반도체·화학·자동차 등 우리나라 ‘3대 수출산업’의 글로벌 시장 규모를 추월할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오 의약품은 기존 합성 의약품의 자리를 대체하기 시작했다. 2003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의약품 10개 가운데 1개가 바이오 의약품이었는데, 2014년엔 7개로 늘었다.



 투자자들도 바이오산업에 눈을 돌리고 있다. 글로벌 회계법인 에른스트앤영에 따르면 나스닥에 상장된 바이오 기업 주가는 2009년 대비 5배 상승했다. 같은 기간 S&P지수는 두 배 오르는 데 그쳤다. 지난해 미국 바이오 기업 시가총액은 1조 달러를 돌파했다. 자본 조달 규모 역시 543억 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국내 바이오 산업 10년 내 반도체 추월 우리나라 투자자들도 바이오산업의 높은 잠재력을 눈여겨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한 해에만 벤처캐피털에서 2539억원이 바이오 분야에 투자됐다. 정부도 바이오산업에 대한 투자를 2004년 6016억원에서 지난해 2조3389억원으로 늘렸다. 이를 통해 바이오산업 생산 규모는 2008년 4조5120억원에서 2013년 7조5238억원으로 증가했다.



 줄기세포치료제와 유전자진단기술, 바이오시밀러 분야가 특히 두각을 나타낸다. 줄기세포치료제는 전 세계에 승인된 6개 제품 가운데 4개가 우리나라 제품이다. IT 기술과 연계한 유전자진단기술은 세계 1위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진단 시약은 글로벌 표준을 선점한 상태다. 또 세계 최초로 바이오시밀러를 출시하며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바이오시밀러는 폭증하는 건강보험 재정 부담을 덜 방법으로 각국 정부의 관심을 받고 있다. 2019년 239억 달러 규모로 성장이 예상되는 글로벌 바이오시밀러 시장에 셀트리온·삼성의 선전이 기대되는 이유다.



 



 



김진구 기자 kim.jin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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