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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개 언어 통역 서비스 무인자동차 개발 박차

미국 실리콘밸리의 ‘메타마인드(Metamind)’ 는 직원 10여 명에 뚜렷한 매출 실적도 없는 스타트업 기업이다. 그런데 지난해 12월, 출범 4개월 만에 800만 달러(약 100억원)에 달하는 투자금을 유치하며 주목을 받았다. 신생 스타트업이 실리콘밸리의 거대 투자자를 움직인 배경은 뭘까. ?





딥러닝 기술, 활용 분야 확산

‘생각하는 컴퓨터’ 만드는 핵심 기술 메타마인드는 딥러닝(deep learning) 기술에 집중하는 회사다. 딥러닝은 컴퓨터를 ‘생각하는 기계’로 만드는 인공지능의 핵심 기술이다. 방대한 이미지·텍스트·음성 같은 자료에서 컴퓨터 스스로 패턴을 추출해 의미를 생성한다. 메타마인드의 인공지능 플랫폼은 소셜미디어 텍스트와 사진에서 전 세계 고객의 실시간 감정 반응을 분석해 기업이 상품을 개선하고 고객을 응대하는 데 활용토록 한다. CT(컴퓨터단층촬영)·MRI(자기공명영상촬영) 같은 의료 이미지에서 종양을 찾아내 의사의 진단·처방을 보조하는 것도 가능하다. 메타마인드의 플랫폼처럼 딥러닝은 다양한 의사결정에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명확한 근거를 제시한다. 구글·IBM·바이두·마이크로소프트 같은 글로벌 IT기업이 딥러닝 권위자를 앞다퉈 영입하고 자본을 쏟아붓는 이유다.



?딥러닝은 컴퓨터에 사람의 사고방식을 가르치는 기계학습(machine learning)의 한 분야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김진형(KAIST 명예교수) 소장은 “단순한 계산을 넘어 학습을 통해 패턴을 찾아내고, 이를 바탕으로 고도의 판단 기능을 수행한다”고 말했다. 아이에게 고양이와 호랑이를 알려주면 처음에는 헷갈린다. 그렇지만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거치면 마침내 고양이와 호랑이를 구분할 뿐만 아니라 생전 처음 보는 고양이라도 ‘저건 고양이’라고 직관적으로 인지한다. 그간 쌓아온 경험과 지식을 기반으로 의미(패턴)를 학습한 것이다. 인간의 학습 능력을 컴퓨터는 어떻게 따라 하는 걸까. LG경제연구원 조용수 수석연구원은 “학습 기능을 관장하는 신피질은 수천억 개의 뉴런층으로 이뤄져 있다”며 “뉴런이 서로 신호를 주고받으며 정보를 처리하는 행동을 컴퓨터가 모방하는 것이 딥러닝의 인공신경망”이라고 말했다. ?

1 MS의 음성지원 솔루션 ‘코타나’는 사용자 뉘앙스까지 학습한다. 2 페이스북이 내놓은 ‘딥페이스’는 여러 각도에서도 얼굴 특징을 정확히 포착한다.



빅데이터 분석하는 인공신경망  딥러닝의 원리는 이렇다. 컴퓨터에 ‘고양이’를 학습시켜 보자. 기존에는 사람이 컴퓨터에 ‘이 사진이 고양이’라고 미리 알려줬다. 그런데 세상에는 수십만 종의 고양이 사진이 있다. 이를 인식하게 하려면 모든 이미지를 일일이 입력해야 한다. 투입하는 컴퓨터 자원에 비해 효율이 떨어지고, 약간의 오차에도 인식률이 확 떨어진다. 한 가지 패턴에 의존하기 때문에 정확도도 낮다.



 반면에 딥러닝에서는 사전에 ‘이것이 고양이’라는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 일단 무작위로 엄청난 양의 고양이 이미지(빅데이터)를 보여준다. 그러면 딥러닝의 인공신경망은 그 안에서 다양한 패턴을 스스로 찾아낸다. 인간의 뉴런처럼 수십 개의 층(layer)이 서로 정보를 교환하며 중요한 정보는 강화하고, 그렇지 않은 정보는 스스로 걸러낸다. 겹쳐지는 패턴이 많을수록 의미 있는 정보로 인식한다. 층이 올라갈수록 복잡한 특징을 파악한다. 데이터가 많을수록 안정적인 판단을 할 수 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컴퓨터가 스스로 다양한 패턴을 조합해 ‘이것이 고양이’라고 판단하게 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처음 보는 사진이더라도 그것이 고양이인지 여부를 정확히 판단하는 게 가능해진다.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는 1000만 장이 넘는 사진에서 각각 고양이를 찾아내거나 개의 견종을 분류하는 딥러닝 기술을 선보였다.



 기존에도 딥러닝과 유사한 알고리즘이 있었다. 그러나 컴퓨터의 하드웨어 성능이 복잡한 알고리즘을 따라가지 못했다. 인공신경망을 학습시킬 충분한 데이터도 부족했다. 김진형 교수는 “컴퓨터 하드웨어와 빅데이터의 발달로 딥러닝이 비약적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빅데이터는 딥러닝의 교과서다. 공부할 수 있는 책이 많을수록 정확한 답을 찾아낸다. 빅데이터를 풍부하게 쌓아온 기업에 딥러닝은 사업을 확장하는 주요 수단이다.



 구글은 딥러닝 기술로 통역 서비스를 개발하는 데 박차를 가한다. 구글 공동창업자인 래리 페이지는 “2017년이면 구글 번역기로 64개 언어를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올해 구글은 사진·동영상을 무제한 저장하는 클라우드 서비스인 ‘구글 포토’를 출시했다. 사람·장소·사물을 기준으로 정리하는 서비스다. 사진이 쌓일수록 구글 서비스의 정확도는 높아진다. 사용자가 올린 콘텐트를 분석하면 맞춤 광고가 가능해진다. 지난해 독일 프라운호퍼 연구소는 사람 얼굴 패턴을 분석해 감정 상태를 알려주는 구글글라스용 엔진을 개발했다. 슬픔·놀람·행복 같은 감정을 구별하고 성별·나이를 추측한다. 운전자가 졸고 있을 때 경고를 울리고, 의사소통이 어려운 환자를 진료할 때 이를 보조한다.



 구글에서 딥러닝 프로젝트를 주도한 앤드루 응 교수는 현재 중국 검색서비스 회사인 바이두에 합류했다. 바이두는 미국 실리콘밸리에 딥러닝을 연구하는 인공지능연구소를 개설해 5년간 5억 달러(약 6000억원)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말 딥러닝 기술을 기반으로 한 무인자동차 개발에 들어갔다. 바이두는 이미 식물·옷·책 같은 사물을 구별하는 이미지 인식 기술 ‘바이두아이’를 갖고 있다. 에러율이 5.98%로 사람(5.1%)과 비슷하다. 온라인 쇼핑 때 상품을 쉽게 찾을 수 있게 해준다.  



기업 의사결정에 정교한 근거 제공 딥러닝이 만든 솔루션은 기업의 의사결정에 정교한 근거를 제시한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애저머신러닝’은 데이터 예측 분석 서비스다. MS 최고경영자(CEO) 사티아 나델라는 “딥러닝 기술로 기업은 더 좋은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MS에 따르면 애저머신러닝을 승강기 기업인 티센크루프에 적용해 시설의 보수 시점을 예측했다. 그 결과, 고장의 3분의 2를 미리 알아내 불필요한 비용이 발생하는 것을 줄였다. 카네기멜런대는 애저머신러닝으로 건물 내 유동인구 데이터를 분석해 에너지를 30% 가까이 절감했다.



 2011년 유명 퀴즈쇼에 출연해 우승을 거머쥐며 인공지능의 대명사로 불린 IBM의 왓슨은 의료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다. 백혈병 환자 200명에게 치료법을 제시했는데 정확도가 82.6%에 이른다. 이 성과는 지난해 6월 미국 임상종양학회에서 발표됐다. 2013년 말부터 미국 엠디앤더슨 암센터에서 백혈병 환자에 관한 지식을 학습해 얻은 결과다.



?국내에서도 음성·영상데이터에 딥러닝 기법을 도입해 유통과 통역 등 다양한 분야에서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삼성 SDS는 물류 업무 프로세스아웃소싱(BPO) 분야에 빅데이터를 활용해 향후 물동량이나 도착 지연 같은 비정상 상황을 예측하는 첼로솔루션을 제공한다. 정확한 물류비용을 산출하도록 돕는다. 네이버는 N드라이브 사진분류서비스에 딥러닝을 적용했다. 올라온 사진을 별도 태그 없이 동물·음식·자연 같은 테마로 정리해 보여준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딥러닝 기술로 한국어·영어·중국어·일어를 통역하는 솔루션(지니톡)을 내놨다.  



딥러닝 기반 스타트업 속속 등장 딥러닝의 세부 기술 항목을 발전시키는 스타트업의 활약도 주목할 만하다. 국내 스타트업인 클디·아이엔코프는 딥러닝 기술로 이미지를 인식·분석해 소비자가 원하는 정보를 찾아주는 솔루션을 갖고 있다. 해외에서는 통화가치 급등락을 예측하거나 인공위성 영상을 분석해 부동산 건설경기를 예측하는 스타트업이 등장했다. 갑상선 종양이 암으로 악화할지 여부를 판단해 불필요한 갑상선 제거 수술을 줄이도록 한 스타트업도 있다.



?글로벌 IT기업은 스타트업 기술에 투자하거나 인수합병하는 데 적극 나선다. MS는 올해 1월, 텍스트 분석에 뛰어난 딥러닝 기술을 가진 ‘이퀴비오’를 인수했다. 구글은 영상을 분석해 스스로 학습하는 인공지능 업체인 ‘딥마인드’를 약 5000억원에 인수했다. 김진형 교수는 “국내 기업이 빅데이터라는 강력한 무기를 보유한 글로벌 기업과 경쟁하려면 영역별로 딥러닝 기술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민영 기자 lee.m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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