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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류 전송 수단 에어슈트서 착안…최대 시속 1300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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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을 남북으로 연결하는 세계 최장 고속철도인 베이징~광저우 구간을 운행하는 고속열차들이 차량기지에 줄지어 서 있다. 이 고속열차는 2298km를 8시간에 주파해 중국을 하루 생활권으로 만들었다. [중앙포토]


열차가 새로운 진화의 시대를 맞고 있다. 저압 튜브라는 아이디어에 자기부상기술을 결합해 지상에서 음속에 도전하는 열차가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시속 600km가 넘는 속도로 달릴 수 있는 초고속열차도 등장했다. "비즈니스에서 시간은 돈"이라는 말이 있듯 초고속으로 사람들이 통근과 여행에 보내는 시간을 줄여 주는 초고속 기술이 경쟁적으로 개발되고 있다. 그 시작은 생뚱맞게도 실리콘밸리다.

초음속 열차 만드는 실리콘밸리


기존의 열차는 공기로 가득 찬 지상이나 터널 구간을 지나야 했다. 그래서 속도가 높아질수록 공기 저항이 엄청났다. 이에 따라 기관차의 출력도 놓아져야 하며 에너지 소모도 엄청났다. 고속철도가 가격이 비싼 이유다. 속도를 줄여야 하는 곡선구간을 최소화하기 위해 선로로 가급적 직선으로 깔아야 했다. 이 때문에 천문학적인 건설비가 들었다. 하지만 고속철도도 기껏 시속 300km대의 속도로 운행할 수 있을 뿐이다. 속도에선 도저히 비행기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다.

이런 현실에 불만을 품은 사람이 나타났다. 인터넷 결제 페이팔, 상업우주선 스페이스X, 전기차 테슬라 모터스를 개발해 첨단 창의비즈니스 분야에서 연타석 홈런을 친 엘렌 머스크다. 영화 '아이언맨'에 등장하는 천재적인 엔지니어 토니 스타크의 모델로 알려진 창의적이고 정력적인 인물이다.

"실리콘밸리에 철 지난 고속철이라니"
머스크는 지난 2013년 캘리포니아 주정부의 고속철도 건설 계획 발표를 듣다가 몹시 실망하며 화를 냈다. 캘리포니아 주 정부가 로스앤젤레스와 샌프란시크코의 560km 거리를 잇는 캘리포니아 고속전철’의 건설계획을 승인했을 때였다. 머스크는 “어떻게 첨단 과학기술과 혁신의 상징인 실리콘밸리에 속도도 느리고 비용 대비 효율도 떨어지는 재래식 고속전철따위나 건설하느냐”며 “21세기에 비행기보다 느린 걸 왜 타야 하는가”라고 분노했다. 한 마디로 그 많은 건설비를 들여 고속전철을 건설하느니 실리콘밸리다운 상상력을 모아 지금까지 없는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술로 빠르고 효율적인 최첨단의 교통수단을 새롭게 개발하자는 것이다. 머스크가 제안한 교통수단은 "더 안전하고 더 빠르며, 비용이 덜 들고 더 편리하며, 날씨의 영향을 받지 않고, 친환경적이고, 필요한 전기 에너지를 자체조달하면서 지진에도 강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였다.

저압 튜브로 공기 저항 최소화
그래서 머스크는 ‘하이퍼루프(Hyperloop)'라는 이름의 최첨단 교통수단의 개발을 제안했다. 가상(hypothetical)의 아음속(subsonic) 공기주행 기계(air travel machine)라는 뜻이다. 그는 빌딩에서 서류를 빠른 속도로 보내는 에어슈트를 교통기관에 이용하는 아이디어를 내놨다. 에어슈트는 우선 빌딩의 사무실 사이에 가운데가 빈 관을 깔고 그 안에 딱 맞는 크기의 운반통을 넣어 공기압력을 가해 쏘는 것이다. 이 운반통은 아주 빠른 속도로 빌딩 사이를 움직이며 우편물, 서류, 간단한 짐꾸러미의 운반에 이용된다. 에어슈트는 미국의 비즈니스 빌딩에는 흔히 있는 시설이다. 머스크는 이를 보며 같은 원리를 사람을 빠른 속도로 실어 나르는 초첨단 탈 것을 구상한 것이다.

이를 위해 머스크는 처음에는 에어슈트를 그대로 응용해 강력한 팬으로 튜브 안의 공기를 초고속으로 밀어 객차를 미는 방법을 고려됐다. 하지만 이 방식은 공기 저항이 커서 실용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튜브 안을 진공이나 진공에 가까운 상태로 만든 뒤 자기부상력으로 움직이는 방법도 하나의 방법으로 검토됐다. 하지만 구간 중간중간에 정거장이 있으면 진공을 유지하기기 쉽지 않다. 진공 상태가 무너지면 초고속을 담보하기 어렵다. 그래서 고안한 것이 저압 시스템이다. 공기 누출이 별 문제가 되지 않으면서 공기저항은 크게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자기부상 기술을 이용해 지상과 마찰 없는 초음속 열차
이 저압 튜브 속을 레일로 연결하고 객차가 자기부상 방식으로 운행하게 된다. 자기부상은 자성의 반발력을 이용해 열차를 지상에서 10cm정도 띄우는 것인데 이 상태에서는 작은 힘으로도 열차를 고속으로 운행할 수 있다. 지상과의 마찰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저압을 이용해 공기마찰을, 자기부상을 이용해 지상과의 마찰을 근본적으로 없앤 뒤 이 객차를 전기나 바람의 힘으로 초고속으로 주행하게 하는 것이다.

하이퍼루프는 최대 시속 1300km 이상, 평균 시속 960km의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비행기 평균 시속 900km보다도 훨씬 빠르다. 음속에 가까운 아음속의 개념으로 출발했지만 실제로는 소리보다 빠른 초음속의 속도로 운행하는 것이다. 초음속 여객기인 콩코드가 퇴역한 뒤로 현재 운행하는 항공기 중에는 음속으로 운행하는 것은 하나도 없다. 따라서 하이퍼루프가 개통하면 지금 하늘에도 없는 유일한 초음속 교통수단이 된다. 인류 최초로 육상에서 초음속을 실현하는 교통기관이라는 기록도 세우게 된다. 이 속도라면 로스앤젤레스에서 샌프란시스코까지 35분 이내에 주파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기존에는 자동차로 6시간이 걸리는 거리다. 현재 운행 중인 통근 여객기보다 빠르다. 머스크의 계획대로라면 하이퍼루프는 이런 초고속으로 매년 1500만 명의 승객을 실어 나를 수 있을 것으로 전장된다. 한 마디로 교통혁명이다.

560km를 20~30달러만 내고 이용할 전망
게다가 티켓 값은 기가 막힐 정도로 쌀 것으로 예상된다. 머스크는 약 20~30달러 내에서 책정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친환경 태양광 발전으로 전기를 마련하는 데다 큰 동력이 필요하지 않아 연료비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시스템은 공기역학적인 마찰을 줄이기 위해 부분적인 진공을 도입하기 때문에 비교적 적은 동력으로 초고속을 실현할 수 있게 해준다. 여기에서 에너지 효율이 고속영차와 비교도 안될 정도로 좋아진다는 것이다.

머스크는 이러한 하이퍼루프가 항공기, 기차, 자동차, 배를 잇는 ‘제5의 교통수단’이 될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하이퍼루프가 그가 말한 비용으로 건설하고 운영할 수 있게 된다면 이는 현존하는 어떠한 교통수단보다 빠르고 싼 가격에 장거리 이동이 가능해진다는 이야기다. 머스크는 이 시스템의 건설비가 60억~75억 달러 정도 들 것으로 예상한다. 물론 이는 예상 가격일 뿐으로 실제 건설비는 더 많이 들 수도 있지만 이 역시 고속전철보다는 싼 편이다. 캘리포니아 주정부는 고곳전철 건설비를 700억~1000억 달러로 예상한 것과 비교하면 10분의 1도 완 되는 가격이다.

친환경 교통수단의 총아
건설 공법도 단순화할 예정이다. 가장 돈이 많이 들어가는 곳이 튜브 건설비다. 지상에 철탑을 세우고 조립한 섹션을 하나씩 이어 붙여 튜브를 만든다. 튜브 건설에 들어가는 돈 외에 캡슐과 동력원에는 돈이 크게 들지 않을 전망이다.

친환경적이기도 하다. 게다가 튜브 위에는 태양광 패널을 붙여 친환경적으로 전기를 생산하게 한다. 이 전기는 자기부상과 압축공기 분사, 모터 가동 등에 쓰게 된다. 지금 계획이라면 로스앤젤레스~샌프란시스코 구간에 시간당 840명의 승객을 운송한다.

시험주행로 건설로 실현 '성큼'
지난 1월15일 머스크는 트위터를 통해 8km 길이의 하이퍼루프시험 주행로를 텍사스에 건설해 창의적인 학생들이 기업과 함께 이곳에서 연구와 개발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도 “하이퍼루프 테스트 트랙을 짓겠다”며 “아마도 미국 텍사스에 짓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작됐다머스크는 하이퍼루프를 혼자서 독점적으로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참여해 아이디어를 낼 수 있게 하겠다고 여러차례 밝혀왔다. 시험 주행로 건설은 하이퍼로프의 실현이 성킁 다가왔음을 의미한다.

벤처 만들어 프로젝트 진행
지난해 하이퍼루프를 현실화하기 위해 100명의 엔지니어들이 모여 ‘하이퍼루프 교통기술(HTT)’이라는 새로운 업체가 만들어졌다. 대중의 소액 투자를 받아 큰 일을 할 자금을 마련하는 방식을 클라우드 펀딩이라고 한다. 원래 점프스타터(JumpStarter)라는 업체가 운영하던 크라우딘 펀딩 및 콜라보레이션 플랫폼인 점프스타펀드(JumpStartFund)가 이 회사의 기반이 됐다.

HTT는 크라우드 기반의 기술 개발업체다. 이른바 크라우드 코라보레이션이라는 방식으로 기술을 개발한다. 수 많은 사람으로부터 아이디어를 받아 이를 활용하는 ‘크라우드 소싱’ 시스템에 여러 연구팀이 협력을 하는 방식을 결합한 독특한 연구개발 형식이다. 이 방식을 통해 아직 아무도 시도해보지 않았던 하이퍼루프의 기술개발을 진행 중인 것이다.

HTT는 지역사회 전문가들과 첨단기술 엔지니어들을 바탕으로 개발작업을 지원할 컴퓨터 시뮬레이션 전문가와 이 프로젝트를 위한 사회적 인터스페이스를 개발할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건축도시설계팀 등을 모아 설립했다. HTT는 머스크의 계획과는 별개로 캘리포니아주 케이 밸리라는 도시와 계약을 맺고 이 도시 주변에 5마일 길이의 하이퍼루프 시험노선을 설치하기로 했다. 로스앤젤레스와 샌프란시스코의 중간에 위치한 이 도시는 7만5000명의 인구가 사용하는 전기를 친환경 태양광 발전으로 공급받을 예정인 에코시티다.

시험주행노선의 건설은 2016년 시작될 예정이다. 시험주행로의 건설로 개념과 이론에 머물던 하이퍼루프는 이제 우리 눈 앞의 현실로 떠오르게 됐다. 지난해 12월 인터넷 분야 전문매체인 와이어드에 따르면 현재 100여 명의 엔지니어들이 미국 각지에서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200여 명의 엔지니어 중에서 선택된 이들은 나중에 스톡옵션을 나누기로 하고 현재 무임금으로 일하고 있다. HTT는 올해 연말까지 하이퍼루프를 신현가능하게 할 첨단기술 검토를 마치고 본격적인 개발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하지만 하이퍼루프를 상업적으로 운행하기까지는 10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전망한다.

일본은 시속 603km 열차 속도 신기록 세워
일본은 지난 4월21일 현재 개발 중인 리니어 신칸센이 시험 철로에서 시속 603km의 대기록을 세웠다. 2007년 프랑스 TGV가 이룬 시속 574km의 기록을 갱신한 순간이었다. 이 열차는 앞으로 일본 차세대 철도노선인 리니어 신칸센 구간을 운행하게 된다. 리니어 신칸센은 기존 열차와 근본적으로 다르다. 자기부상 열차이기 때문이다. 머스크의 하이퍼루프와 주행 원리는 같다. 다만 저압의 튜브가 아닌 일반 지상 구간을 운행한다는 점이 다르다.

자가부상열차이니 기존 신켄센과 달리 레일 위가 아니라 열차 차체와 노선 측면에 각각 설치된 초강력 전자석의 반발력을 이용해 지면에서 10cm 정도 뜬 채 운행하게 된다. 바퀴와 레일 사이의 마찰력이 없어 시곡 500km 이상의 속도로 운행할 계획이다. 현재 신칸센은 도쿄-오사카의 545km 거리를 2시간 33분에 걸쳐 달리고있는데 리니어 신칸센은 같은 구간을 54분 만에 주파하게 된다. 음속의 60%에 이르는 엄청난 속도다. 문제는 이 정도 고속에서도 안전하게 운행을 계속할 수 있느냐다. 일본이 이런 기술을 확보하면 전 세계 철도시장에 새로운 지각변동을 일으킬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에선 베이징에서 광저우까지 2298km를 기존의 20시간에서 8시간으로 줄인 고속철이 운행 중이다. 거기에 상하이 푸둥공항에서는 자기부상 열차가 상업적 운행을 하고 있다. 두 가지 기술이 결합한다면 어떤 시너지를 낼지 모른다. 이제 세계는 고속전철을 넘어 음속에 육박하는 초고속 교통수단의 경쟁시대로 다가가고 있다.

채인택 중앙일보 논설위원 ciimcc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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