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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에서 조우한 조선한복과 현대한복

1 프랑스 파리의 국립장식미술관에서 내년 1월 3일까지 열리는 ‘지금, 한국!’ 패션 전에 나온 백색 겹침 한복.



명절에도 한복 입는 이들을 보기가 어려워졌다. 돌잔치나 결혼식 때 예복으로 한두 번 입을까 싶은 게 요즘 한복치레다. 양복이라 불리는 서양 옷의 실용성과 가치관에 밀린 탓일까. 한복의 퇴출은 사라진 의식주(衣食住) 전통문화 중에서도 복구가 가장 어려워 보인다. 한식 부흥과 한옥 부활이 정책과 맞물려 활기를 띠는 것처럼 보이는 와중에 한복은 사람들의 취향이란 꽤 까다로운 난관을 맞아 고군분투하는 중이다.



정재숙의 '新 名品流轉'

내년 한국·프랑스 수교 130주년을 기념해 지난 18일 파리에서 막을 올린 ‘한불 상호 교류의 해’ 행사에 한복이 주요 소재로 참가한 건 이런 점에서 고무적이다. 전시작품 고르기에 까다롭기로 이름난 국립장식미술관에 한복이 입성한 사실만으로도 패션 디자이너들이 감격했다는 얘기가 들린다. 서양 복식의 본바닥이자 이른바 명품의 나라 프랑스 아닌가.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멋쟁이들이 한복 앞에서 고개를 끄덕였다니 남의 눈으로 재발견한 전통미가 아닐 수 없다.



이번 패션전을 총 지휘한 서영희 예술감독은 ‘오방색(五方色)’을 주제 삼아 한국의 역사와 생활문화를 풀어놓았다. 역동성과 염원의 색 빨강, 품격과 풍요의 색 노랑, 지혜와 통섭의 색 검정, 고결과 청렴함의 색 파랑, 신성함과 순결의 색 하양이다. 한국적 우주관을 담고 있는 다섯 가지 상징 색을 전시 길잡이 삼아 전통 한복과 현대 한복이 펼쳐지니 프랑스인들이 그 의상철학(衣裳哲學)에 매료됐다는 것이다.



 

2 프랑스 파리의 국립인류사박물관 ‘케 브랑리(Quai Branly)’에 전시되고 있는 조선시대 한복 저고리.



전시의 하이라이트는 관람객이 맨 마지막에 이르러 만나게 되는 흰색 옷들의 겹침이다. 남녀노소, 지위고하를 막론한 모든 옷을 백색 모시로 지어 차곡차곡 모아 놓은 진열장 앞에서 콧대 높은 파리지앵들도 감탄을 금치 못했다고 한다. 속옷부터 겉옷까지 누구나 더도 덜도 욕심낼 수 없는 옷 한 벌의 평등, 그 무소유의 정신을 표현한 단벌의 미학이다.



파리 센 강변 에펠탑 옆에 자리한 ‘케 브랑리 박물관’은 일종의 인류사 창고로 유명하다. 아프리카·아시아·아메리카·오세아니아 지역의 초기 문명을 보여주는 유물을 대량 소장하고 있다. 중국과 일본 유물이 꽤 전시되고 있는 데 반해 한국 유물은 찾아보기 힘든데 유독 조선의 한복 저고리 두 점이 전시장에 걸려 있다. 겨드랑이 소매 끝 깃을 짙은 자주색으로 배색한 삼회장저고리인 것으로 보아 갓 결혼한 새댁이 입었던 옷으로 추정된다. 꼬질꼬질한 동정 깃에 묻어나는 세월의 무게가 묵지근하다. 19세기의 한복과 21세기의 한복이 파리에서 조우했다. 한복의 뿌리 찾기를 위한 랑데부라 할까.



 



정재숙



중앙일보 문화전문기자 johan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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