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곤충천하였던 3억 년 전, 하늘엔 독수리만 한 잠자리

잠자리 크기가 줄어든 시점은 중생대에 새가 등장한 시점과 거의 일치한다. 석탄기에는 아직 새가 등장하지 않았다.

가을 들판에서 짝짓기 하는 고추잠자리를 보고 공포를 느끼는 사람은 없다.



가을이다. 황금빛 들판에 고추잠자리가 짝을 찾아 헤매고 있다. 고추잠자리는 몸 길이가 5㎝, 양날개를 펴면 너비가 8㎝ 정도 된다. 이런 잠자리를 보고 공포에 떨 일은 없다. 비록 잠자리가 영어로 드래곤플라이(dargon fly)라고 하더라도 말이다. 그런데 만약 날개폭이 75㎝, 몸통 길이가 40㎝가 넘는 잠자리 떼가 들판 위에서 짝짓기 비행을 하고 있다면 어떨까? 우리는 그런 들판에서 아이들을 뛰어놀게 놔둘까?



[이정모의 자연사 이야기] 육상의 지배자 곤충

실제로 이런 거대한 잠자리가 있다. 이름은 메가네우라(Meganeura). ‘거대한 신경’이라는 뜻이다. 투명한 날개에 있는 날개맥이 마치 신경처럼 보여서 붙은 이름이다. 메가네우라는 몸통이 지름 3㎝로 가늘지만 눈이 크고 턱이 튼튼하다. 또 다리에는 가시가 있어서 먹이를 붙잡기 좋다.



물론 이런 잠자리가 사는 곳이라고 해서 다른 벌레들도 모두 거대한 것은 아니다. 대부분은 몇 ㎝밖에 되지 않는다. 그런데 커다란 놈들이 더러 있다. 날개폭이 48㎝인 하루살이, 다리 길이만 50㎝에 이르는 거미, 길이가 1m인 지네, 무게가 25㎏이나 나가는 전갈, 길이 1m가 훌쩍 넘는 노래기. 아무리 벌레 매니아라고 하더라도 이런 벌레들과 같이 살고 싶은 생각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아주 오래 전 고생대의 일이니까.



5억4100만 년 전에 시작하는 고생대는 캄브리아기-오르도비스기-실루리아기-데본기-석탄기(3억6000만~3억 년 전)-페름기(3억~2억5000만 년)로 나뉜다. 그러니까 석탄기와 페름기는 고생대의 마지막 두 시기인 셈이다. 거대 곤충들이 대량으로 살았던 시기는 3억3000만 년 전부터 2억6000만 년 전 사이로 석탄기 중기에서 페름기 초기에 걸친 약 7000만 년 동안이다. 에계! 겨우 7000만 년?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다. 공룡이 멸종한 후 시작된 신생대가 겨우 6600만 년밖에 되지 않았으니 말이다. 거대 곤충의 시대는 우리 포유류의 시대보다도 더 길었다. 게다가 3억 년 전에는 아직 새도 없고 파충류도 변변치 못했으며 양서류가 있었을 뿐이니, 거대 곤충은 육상의 지배자였다고 할 수 있다.



탱크만 한 개미는 구조상 불가능날개가 있다고 다 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지금도 날개를 갖고도 날지 못하는 새들이 많다. 타조가 그렇고 펭귄이 그렇다. 사람이나 코뿔소에게 날개를 달아준다고 해서 날 수 있는 게 아니다. 우리는 날개가 없어서라기보다는 너무 무거워서 날지 못한다.



곤충은 날개가 있거니와 몸집이 작아서 날 수 있다. 곤충이 다른 동물보다 작은 이유는 허파와 심장 그리고 뼈가 없기 때문이다. 뼈 대신 외골격(外骨格)이라고 하는 단단한 겉껍질이 있어서 형태를 유지하지만 한없이 커질 수는 없다. 한때 파리가 자동차를 번쩍 들어올리고, 개미가 탱크만 하고, 보잉747만 한 사마귀가 등장하는 B급 공상과학 영화가 유행하던 시절이 있었다. 이런 곤충은 불가능하다. 개미를 사람만하게 확대하면 개미의 키틴질 외골격은 제 풀에 부서지고 만다.



곤충은 허파와 심장 대신 외골격에 뚫려 있는 기관(氣管)이라는 가는 관을 통해서 숨을 쉰다. 기관은 가는 가지로 나뉘어 각 세포들과 연결되어 있다. 산소는 기관을 통해 온몸으로 퍼진다. 비능동적인 확산에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곤충이 무한정 커질 수는 없다.



사람들은 오래 달리지 못하고 금방 숨이 찬다. 이것은 육상 100m 세계기록 보유자인 우사인 볼트라고 해서 예외가 아니다. 표범이나 치타도 마찬가지다. 운동하는 근육에 산소가 충분히 공급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근육에 산소가 공급되지 못하면 근육세포는 산소로 영양분을 태우지 못하고 산소 없이 당분을 분해한다. 이때는 발생하는 에너지가 훨씬 적을 뿐더러 젖산이라는 독성 성분이 근육에 노폐물로 쌓인다.



곤충에게는 이런 일이 절대로 일어나지 않는다. 우리를 귀찮게 하는 파리를 생각해 보라. 파리는 정말 지치지도 않고 잘도 날아다닌다. 파리에게는 젖산 때문에 근육에 피로가 쌓이는 일은 절대로 없다. 곤충은 유산소 운동으로만 비행하기 때문이다. 날아다니는 곤충은 그 어떤 동물보다도 대사율이 높다.



만약 메가네우라가 지금 살고 있다면 날지 못할 것이다. 아니 존재할 수가 없다. 왜냐하면 거대한 곤충이 날기 위해서는 공기의 밀도 자체가 아주 높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야 떠 있을 수 있다. 기압은 공기 중에 얼마나 많은 공기 분자가 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공기 중의 질소의 양은 일정하다. 산소가 늘어난다고 해서 질소가 줄어드는 게 아니다. 산소가 늘어나면 공기의 밀도와 압력은 자연스럽게 높아진다. 대기 중에 기체 분자 수가 많으면 거대한 곤충들이 더 잘 날 수 있다.



또 산소의 농도도 현재의 21%보다는 훨씬 높아야 한다. 그래야 무거운 몸을 띄우기에 충분한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다. 산소 농도가 높으면 기관 속에서 산소가 확산되는 속도가 빨라져서 더 멀리 확산될 수 있다. 몸집이 커도 기관으로 숨을 쉴 수 있는 것이다. 비행에 사용하는 근육에 산소가 더 많이 공급되면 조직이 두꺼워지고 곤충의 몸집은 더 커진다. 몸집이 커지면 자신을 잡아먹을 수 있는 동물들도 줄어들고 부피 대(對) 표면적의 비율이 줄어들어 에너지를 더 보존할 수 있어서 유리하다. 산소 농도가 높아지면 곤충은 커지는 방향으로 진화하는 게 자연스럽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메가네우라가 살던 시기에는 산소 농도가 지금보다는 훨씬 높았을 것이다.



 

석탄기에는 울창한 나무를 썩게 할 박테리아가 없었다. 늪에 빠진 숲은 열과 압력을 받아 토탄→갈탄→석탄 순서로 변한다. 전체 석탄의 90%가 석탄기에 형성되었다.



나무 썩게 만드는 미생물도 없던 시절3억 년 전에 메가네우라 같은 거대 곤충이 존재했다는 사실은 당시 산소 농도가 매우 높았다는 것을 말해 준다. 연구에 따르면 3억 년 전 석탄기에는 대기의 산소 농도가 35%에 달했다. 도대체 이렇게 높은 산소 농도는 어디에서 기인했을까? 그 비밀은 석탄에 있다.



석탄기가 시작되기 직전에 최초의 나무들이 지구에 생겨났다. 높이 20~30m에 이르는 아름드리 나무들이 해안과 늪지에서 고산지대에 이르기까지 육지를 온통 뒤덮었다. 기후는 따뜻했고 이산화탄소의 농도는 산업혁명기의 열 배에 달했기 때문이다. 나무들은 뿌리가 변변치 못해서 쉽게 뽑혔다. 또 초대륙 판게아가 형성된 상태였으므로 넓은 평원은 쉽게 물에 잠기어 습지가 되었다. 물에 잠긴 나무는 숨을 쉬지 못하고 죽었다.



죽은 나무는 썩는다. 그리고 나무가 썩으려면 나무를 썩게 하는 미생물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당시에는 나무의 섬유 성분인 리그닌을 소화하는 세균들이 극히 적었다. 나무가 처음 생겼기 때문이다. 지금도 세균들은 리그닌을 쉽게 분해하지 못한다. 지구에 리그닌은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형성되는 데 반해 분해는 거의 일어나지 못했다. 석탄기는 숲이 썩지 못하고 매장되는 시기였다.



매장된 나무의 운명은 석탄이었다. 리그닌은 열과 압력을 받아 석탄이 되었다. 탄소로 구성된 유기물이 고스란히 매장된 것이다. 거대 곤충이 지배했던 7000만 년 동안 전 세계 석탄의 90%가 생겼다. 육지 생태계의 바닥에 나무가 있다면 (당시에는 아직 풀이 없었다.) 바다 생태계의 바닥에는 플랑크톤이 있다. 플랑크톤의 시체도 바다 밑바닥에 쌓였다.



산소 농도가 균형을 유지하려면 나무가 광합성을 통해 생성한 산소는 다시 나무를 분해하는 데 쓰여야 한다. 즉 리그닌의 탄소와 결합하여 이산화탄소가 되어야 할 산소들이 공기 중에 산소로 그대로 남은 것이다. 바다에 쌓인 플랑크톤의 시체는 메탄 형태로 저장되었다. 결국 대기의 산소 농도는 급격히 높아졌다. 덕분에 곤충은 거대화될 수 있었다.



 

석탄기에는 아직 파충류가 존재하지 않았다. 거대한 잠자리 메가네우라는 크기에 걸맞게 작은 양서류를 잡아먹기도 했다.



파충류·포유류도 높은 산소 농도 덕 봐곤충도 아니면서 외골격이 있는 동물들이 또 있다. 새우·게·가재 같은 갑각류도 단단한 껍데기가 있다. 뾰족머리옆새우·참옆새우·모래벼룩 같은 단각목(端脚目)도 갑각류에 속한다. 바다에는 수천 종의 단각류가 살고 있는데, 극지방에 사는 단각류가 열대지방의 단각류보다 훨씬 크다. 극지방의 바다에는 열대지방의 바다보다 산소가 두 배나 더 녹아있기 때문이다.



살고 있는 수천 종의 단각류는 극지방 먹이사슬의 밑바닥을 차지한다. 플랑크톤을 먹고 사는 해양 단각류는 어린 대구의 먹이다. 어린 대구는 바다표범의 먹이이며, 바다표범은 다시 북극곰의 먹이가 된다.



만약에 우리가 3억 년 동안 감추어져 있던 석탄을 모두 태워버린다면 어떻게 될까? 대기의 산소 농도는 낮아지고 지구 온도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 지금도 매년 산소 농도는 0.000002%씩 낮아지고 있으며 지구온난화도 엄연한 사실이다. 단각류에서 북금곰에 이르는 먹이사슬이 깨질 것이다. 그것은 아주 작은 하나의 예에 불과하다. 결국 우리 인류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가 된다. 화석연료를 다 태워 없애면 안 되는 까닭이 바로 이것이다.



높은 산소 농도는 곤충을 7000만 년 동안이나 육상의 지배자로 만들었다. 하지만 어떤 왕좌도 영원하지 않다. 높은 산소 농도로 기회를 얻은 동물이 또 있었다. 동물들이 물이 아니라 육상에 알을 낳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이다. 결국 이제 파충류와 포유류의 진화로 이어진다. 그 이야기는 다음 회에 계속된다.



황금 들판을 나는 고추잠자리를 보면서 산소가 충만했던 3억 년 전 거대 곤충들이 날아다니며 짝짓는 장면을 상상해 보자. 정말 굉장하지 않은가!



 



이정모서대문자연사박물관장

구독신청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