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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행 거부하는 힙스터族, 개성 넘치는 새 유행을 만들다

미국의 한 잡지가 최근 6년간 힙스터들의 패션 변화를 조명하며 연출한 사진.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의 2013년 10월 기사 ‘당신은 힙스터인가요(Are you a hipster)?’에 나온 질문의 일부다. 점수가 높을수록 힙스터 지수는 올라간다.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 쿨한 사람, 유명 브랜드나 명품보다 스스로 가치를 두는 상품을 선호하는 사람, 인디 음악과 위트 있는 말장난을 즐기는 사람. 모두 힙스터를 일컫는 표현들이다.



[마켓&마케팅] -19- 소비시장 아웃사이더 힙스터

노먼 메일러는 1957년 에세이 ‘하얀 흑인(The White Negro)’에서 대기업과 중산층이 주도하는 대중문화를 거부하고 사회적 약자인 흑인들의 에너지와 열정, 격렬함을 동경하는 백인들을 힙스터로 묘사했다. 60년대 히피가 평화와 사랑을 갈망한 반(反)문화의 아이콘이었다면 지금의 힙스터는 대중시장을 벗어나 자신만의 생활을 즐기는 탈(脫)문화적 성향을 보인다. 재활용 의자에 앉아 공정무역 커피를 마시며 비닐 레코드를 듣는 이들은 유행에 무관심하고 기업의 마케팅에 냉소적이다. 첨단 제품에 열광하고 명품이나 최신 스타일로 무장한 얼리어답터, 패셔니스타와 다른 모습이다.



 

힙스터들이 빠른 배달을 위해 선수용을 개조했다가 핫 아이템이 된 픽시 자전거.



스노비즘만큼 커버린 힙스터리즘주류(mainstream) 시장을 이탈한 아웃사이더, 힙스터가 언더그라운드 시장을 넘어 대중시장으로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다. 스키니진과 두꺼운 뿔테안경, 푸드 트럭이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고 독립 영화, 음악이 대중적 관심을 받게 된 배경의 중심에 힙스터가 있었다. 최근 핫 아이템으로 부상한 픽시(fixed-gear) 자전거도 전형적인 힙스터인 바이크 메신저들이 빠른 배달을 위해 선수용 자전거를 개조해 만든 데서 유래한다. 희소한 고가 상품으로 자신을 과시하는 스노비즘(snobbism)과 함께 남과 다름을 추구하지만 타인의 평가보다 자기만족을 중시하는 힙스터리즘(hipsterism)이 소비시장을 움직이는 양 축이 되었다.



2013년 뉴욕타임즈는 서울에서 가장 예술적이고 창의적인 곳은 더 이상 강남이 아니라는 내용의 기사를 내보냈다. 이 신문이 그러면서 상수동의 무대륙이라는 곳을 소개했다. 무대륙은 창고를 개조한 건물에 인디 밴드를 위한 공연장, 수제 맥주를 파는 펍, 디자이너들의 소형 스튜디오, 옥상텃밭이 들어선 곳이다. 언더그라운드 예술가들의 창작활동을 지원하고 직접 체험하는 힙스터들의 집결지인 셈이다. 유사한 형태의 거리 상권이 여러 지역에 형성되고 있지만, 유명세를 타면서 정작 원주민 격인 중소상인과 힙스터들은 새로운 아지트를 찾아 떠돌게 되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이 심화되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물보다 싼 맥주’로 알려졌던 미국의 PBR 제품.



싸구려 맥주 PBR에 바이크족 열광기업의 메시지에 냉담하게 반응하고 독단적으로 판단하는 힙스터의 선택을 받기는 어렵다. 그러나 그들 특유의 문화를 공유하고 진솔한 관계를 쌓으면 독보적인 지위를 누릴 수 있다. ‘노 마케팅의 마케팅(Marketing of No Marketing)’으로 힙스터 브랜드의 대명사가 된 팹스트 블루 리본(Pabst Blue Ribbon, PBR)이 대표적이다. 캔 하나가 1달러보다 싼 가격에 팔려 ‘물보다 싼 맥주’, ‘노동자의 맥주’로 여겨졌던 PBR은 화려한 대형 브랜드 사이에서 쇠락의 길을 걷고 있었다. 23년간의 지속적인 매출 하락으로 사업 철수를 결정하기에 이르렀던 2001년, 작은 변화가 감지됐다. 전체 매출이 줄고 있는 중에 포틀랜드, 피츠버그 등 5개 도시에서의 판매가 서서히 증가하고 있었던 것이다. 더 놀라운 것은 변화를 이끈 주인공이 목표고객인 40, 50대가 아닌 20대 초반의 젊은이들이라는 점이었다.



PBR은 전혀 접해보지 못했던 새 고객들을 만나기 위해 포틀랜드를 찾았다. 그들은 바이크 메신저, 타투 아티스트 같은 일을 하며 우스꽝스러운 구레나룻을 기르고 알 없는 뿔테안경을 쓰거나 구제품 같은 옷을 입은 젊은이들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멋지다고 여기는 것이 가장 멋지지 않은 이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고 가격마저 매우 저렴한 PBR이 최고의 맥주였다. 가식적이지 않고 겸손한 것 같아 좋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마케팅 비용이 없어 변변한 광고 한편 내놓지 못한 것이 PBR에게 축복으로 돌아온 것이다.



성장 기회를 찾은 기업은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기 마련이다. 하지만 PBR은 신중하게 판단했고, 저자세를 유지하며 고객의 환심을 사기 위해 먼저 다가가지 않겠다는 ‘노 마케팅’전략을 선택했다. 5년간 TV 광고를 하지 않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PBR 팬임을 공공연하게 밝히던 유명 밴드 키드 록(Kid Rock)이 광고 출연 의사를 먼저 밝혔을 때도 정중히 거절할 정도였다.



대신 힙스터들이 추진하는 소규모 이벤트를 집중적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포틀랜드의 바이크 메신저 협회가 자전거 경주대회 지원을 요청해왔고 뉴욕·시카고 등 다른 지역으로 소문이 퍼지면서 ‘언더그라운드 후원업체’로 명성을 쌓기 시작했다. 독립 출판사 창립식, 저글링 콘테스트 같은 이색 행사에서도 함께 어울리며 다음 모임을 기약했다. 로컬 아티스트들이 제작한 PBR 포스터를 볼링장이나 바(bar)에서 전시하는 ‘PBR Drink & Draw Art Show’는 정기 행사로 자리 잡았다. 힙스터들이 자주 찾는 바의 바텐더가 다리를 크게 다치자 치료비를 부담하기도 했다. 모두 브랜드가 지향하는 ‘작은 관계(mini-relationships) 맺기’를 위한 노력이다.



 

맥도날드가 힙스터 친화전략을 위해 내세운 독특한 패션의 광대 캐릭터 ‘로날드’.



NO마케팅, 작은 관계맺기가 중요PBR의 재도약은 힙스터 문화가 여러 지역으로 확산되면서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연간 판매 성장률은 2002년 5%, 2004년 15%. 2006년 55%로 급증했다. 2009년 버드와이저·코로나 등 선두업체의 판매가 10% 가까이 하락했을 때도 25.4% 매출 증가를 기록했고, 수제맥주 열풍이 불기 시작한 지난해에도 성장세를 멈추지 않았다. 특별한 맛도 향도 없는 얼음물 같은 맥주라는 평에도 쾌거를 이룰 수 있었던 것은 ‘힙스터다움’을 인정한 고객들의 지지 덕분이었다. 브랜드 로고를 문신하고 ‘내 생활의 일부, 평생 마실 단 한 종류의 맥주’라고 애정을 표하는 마니아도 생겼으니 맥주업계의 할리데이비슨으로 불릴 만하다.



유행을 싫어하는 힙스터가 유행을 만들어 결국 유행을 쫓는 입장이 되는 현상을 ‘힙스터의 역설(hipster paradox)’이라 한다. 힙스터 문화가 사회 전반적으로 확산되고 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얼마 전부터는 대중을 상징하는 브랜드 맥도날드조차 힙스터 친화 전략을 펼치기 시작했다. ‘현대적, 진보적 기업’으로의 변신을 선포하며 독특한 패션의 광대 캐릭터 ‘로날드’를 선보이는가하면 힙스터 분위기의 젊은이들을 광고에 등장시켰다. 70년대의 악동 캐릭터 햄버글러(Hamburglar·햄버거 도둑)를 멋진 수염을 기른 남성으로 부활시켜 기업의 새 얼굴로 소개하기도 했다. 경쟁에 밀려 무리한 변신을 시도한다는 비난에도 CEO 이스터브룩은 “변화하는 고객들에게 다가서기 위한 노력이 전혀 창피하지 않다”고 대응했다.



힙스터를 어느 시대에나 존재했던 별난 젊은이들로 치부할 수도 있다. 하지만 기업의 미사여구에 휘둘리지 않고 상품의 본질적 가치를 주관적으로 판단하는 소비패턴이 지역과 연령을 초월해 확산될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대중을 위한 획일적인 대량 마케팅은 점차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다. 적정 수준을 넘은 기업의 마케팅 활동에 피로감을 느끼는 소비자에게 적극적인 애정 공세는 오히려 독이 된다.



평균의 의미가 사라진 시장에서는 미처 고려하지 못했던 마케팅 사각지대에서 뜻밖의 기회를 발견하거나 창의적 영감을 얻을 가능성이 커진다. 닌텐도는 게임기 위(wii)를 출시하면서 전혀 고려하지 않았던 노인, 가족 고객의 호응을 얻으며 전성기를 누렸다. 파산 직전의 PBR은 포틀랜드에서 만난 젊은이들과의 대화를 바탕으로 힙스터를 상징하는 브랜드로 거듭 날 수 있었다.



‘힙스터 비즈니스 모델(Hipster Business Models)’을 저술한 재커리 크로켓(Zachary Crockett)은 성공한 젊은 창업가의 공통점으로 대중을 의식하지 않고 자신의 방식을 추구하는 힙스터 성향을 꼽았다. 업계의 대세를 따르며 경쟁사의 전략에 휘둘리기보다 다름을 추구하고 새로운 시도를 망설이지 않는 기업가 정신이 필요한 때다.



 



최순화 동덕여대 국제경영학과 교수



schoi@dongduk.ac.kr

포함의 아픔을 아직도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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