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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주가의 선후관계

강일구 일러스트


‘미국과 함께 세계 경제를 양분할 나라’. ’2020년이 되면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의 경제 대국이 될 나라’.


얼마 전까지 중국을 이렇게 얘기했다. 지금은 변했다. 세상을 시끄럽게 만드는 존재로 전락해 버렸다. 중국의 경제 상황이 안 좋은 게 사실이다.


중국의 9월 차이신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47.0으로 2009년 3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시중 유동성 여건에 좀 더 민감한 민간기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여서 일반기업 대출이 부진한 영향이 그대로 반영된 결과다.


수지 상황도 좋지 않다. 투자수지가 지난해 2분기 이후 계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올해 1분기에는 983억 달러(약 6391억 위안) 적자다. 2분기에는 636억 달러(약 4120억 위안)의 적자를 기록했다.


어려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중국의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지난달 25일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1년 만기 대출 금리를 4.60%로, 예금 금리를 1.75%로 각각 0.25%포인트 인하했다. 지급준비율도 0.5%포인트 떨어뜨렸다. 이 조치는 기업 및 가계의 이자 비용을 줄일 수 있어 긍정적이다. 중국의 예금 규모가 133조 9998억 위안인 걸 감안할 때 지급준비율 인하로 시중에 6700억 위안의 자금이 풀리는 셈이 된다.


중국 신규주택 가격 3개월 째 상승중국 경제 지표 중에 긍정적인 부분도 있다. 대표적인 게 부동산이다. 중국 70개 도시의 신규주택가격이 3개월째 전월 대비 상승 중인데 금리 인하와 정책 효과에 힘입은바 크다. 70개 도시의 전월 대비 신규 주택 가격은 지난 5월 13개월 만에 상승 전환했다. 상승 도시도 늘어나고 있는데 2월에 2개였던 것이 5월 20개를 거쳐 8월에는 31개로 늘었다.


중국의 성장률이 낮아지는 건 경제 구조상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대부분의 선진국이 겪었듯이 경제 규모가 커지면 성장이 더뎌진다. 특히 지금 중국은 한국이 1988년 이후 겪었던 것처럼 비용 증가에 따른 구조 개편 과정을 겪고 있다. 가장 큰 경쟁력이었던 값싼 노동력은 경제가 발전하면서 유지하기 어려워졌다. 향후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생산성 향상이 이루어져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중국의 성장률이 낮아지고 각종 지표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지만 위기가 발생할 정도는 아니다. 경제를 보고 주가를 판단해야지, 주가에 맞춰 경제를 판단하려고 하니 이런 오류가 생긴 것이다. 중국이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가 발생하고 외환보유액이 세계 1위인 점을 감안하면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은 작다.


중국이 글로벌 금융시장 혼란의 주범이 아니라면 본질은 무엇일까? 우선 공포심이다. 미국이 마지막 금리를 인상한 게 9년 전이다. 금리를 0.25%까지 내리고 81개월의 시간이 지났다. 기간이 오래되면 오래될수록 변화에 대한 공포심이 커진다. 미국이 금리 인상을 하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실제로 유동성은 줄어드는 건지 여부가 불분명하다 보니 투자자들은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움직이고 있다.


2010년 이후 공포심에 의해 주가가 움직인 경우가 두 번 있었다. 2011년 8월이 첫 번째 사례인데, 거래일수 16일 만에 종합주가지수가 21% 하락했다. 미국의 정부부채 한도를 늘리기 위한 협상이 난항을 거듭하는 와중에 S&P가 미국의 신용등급을 떨어뜨린 게 원인이었다. 의회에서 부채 한도 협상이 타결되고, 다른 신용기관들이 미국 국채에 최고의 신용등급을 계속 부여하면서 상황이 정리됐지만 공포심이 시장을 잡은 사례로 기록됐다.


경제 지표 아닌 공포심이 주가 흔들기도두 번째는 2013년 5월이다.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이른 시간 내에 양적 완화 종료 작업에 착수하겠다고 얘기한 게 원인이었다. 거래 일수 18일 만에 종합주가지수가 2000에서 1780까지 11% 하락했다. 금리도 요동을 쳤는데 미국의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1.6%에서 2.7%까지 올랐다.


또 하나 생각해 봐야 하는 부분이 선진국 주가다. 지난 2009년 이후 6년 반 동안 미국 주식시장이 3배 올랐다. 상승률이 경제 호황기였던 90년대보다 높다. 유럽도 마찬가지다. 재정 위기 등 악재에도 주가가 배 넘게 올랐다. 일반적으로 대세 상승의 마지막에는 유동성에 따른 버블화 과정이 나타난다. 지난해 11월에 양적 완화를 재료로 유럽의 주가가 40% 넘게 오른 부분은 이런 대세 상승의 마지막 모습과 꼭 들어맞는다.


중국 경기 둔화와 미국 금리 인상 우려가 사실 이상으로 영향력을 발휘한 것은 선진국 주가 하락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주가에 대한 부담이 약한 고리를 통해 먼저 나타난 것이다. 중국 경기가 어떻게 되느냐, 신흥국에서 위기가 발생하느냐 하는 점 이상으로 선진국 주가에 대한 부담을 어떻게 덜어내느냐가 향후 시장 흐름에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이종우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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