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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는 상어 한 해 1억 마리 샥스핀 때문에 못살겠어요”



저는 상어입니다. 여러 친구가 있지만 전 ‘귀상어(smooth hammerhead)’라고 합니다. 드넓은 태평양의 깊은 바다가 고향입니다. 저는 지금 부산 감천항에 와 있습니다. 온몸이 꽁꽁 얼어붙은 상태로 냉동 창고에 누워 있습니다.


제 이름이 귀상어인 것은 머리 양쪽이 커다란 망치처럼 길게 튀어나온 탓입니다. 약간 우스꽝스러운 모습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지금은 머리가 잘려나간 채 몸통만 남아 다른 상어들과 함께 쌓여 있습니다. 오늘은 머나먼 이곳까지 오게 된 사연을 하나하나 말씀드릴까 합니다.


상어라고 하면 사람들이 무서워하기도 하고 싫어하는 것도 잘 압니다. 하지만 상어가 모두 다 사람을 공격하는 것은 아닙니다. 저희 귀상어도 상어 중에서 덩지가 큰 편(길이 2.5~3.5m)이라 간혹 사람을 공격하긴 하지만 무척 드문 일입니다. 주로 깊은 바다에 살기 때문입니다.


상어의 종류가 많다 보니 별별 녀석이 다 있습니다. 사람을 가장 많이 공격하는 상어는 아무래도 백상아리 쪽입니다. 영화 ‘죠스’의 주인공이기도 한 백상아리는 바다 최상위 포식자란 이름처럼 몸길이는 3m가 훨씬 넘고, 몸무게도 300㎏을 웃돌죠. 백상아리는 바닷속 1.6㎞ 떨어진 곳에서 나는 소리도 들을 수 있는 재주를 갖고 있습니다.


 

1 대만 가오슝 도매시장에 하역된 냉동 상어 지느러미. 지느러미가 잘린 상어는 바다에서 살 수가 없다.


상어 탓에 숨지는 사람 매년 10여 명전 세계에서 상어가 사람을 공격하는 횟수는 매년 수백 건도 더 되지만 실제 목숨을 잃는 사람은 10여 명 정도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인 빌 게이츠가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세계에서 가장 치명적인 동물’ 리스트에서도 우리 상어는 14위입니다. 말라리아 등으로 해마다 72만5000명의 목숨을 앗아가는 1위 모기에 비하면 위험이 과장됐다는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여름 해변에서 파도타기나 수영을 하다 상어의 공격을 받는 일이 생기면 언론에서는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상어를 없애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기도 합니다. 호주 등지에서는 상어의 공격을 막기 위해 해변에 안전그물을 치고 있습니다. 호주 동북부 퀸즐랜드주(州)의 82개 해변에서는 지난해 6월부터 올 6월 말까지 1년 동안 백상아리 8마리를 포함해 모두 621마리의 상어가 그물에 걸려 살처분됐습니다.


그게 전부가 아닙니다. 전 세계 바다에서 사람에게 잡혀 목숨을 잃는 상어가 1억 마리나 됩니다. 저희 지느러미가 바로 고급 중국요리 샥스핀의 재료이기 때문입니다. 덕분에 저희 상어와 가오리 1000여 종 가운데 25%는 멸종위기에 처했습니다. 일부 종은 지난 15년 사이에 98%나 감소했습니다. 사람을 공격한다고는 하지만 너무 불공평한 것 아닐까요? 저희 상어는 사람이 정말 무섭습니다.


물론 사람들이 상어를 잡기 위해 바다로 나오는 경우는 별로 없습니다. 참치 같은 다른 고급 생선을 잡기 위해 드리운 그물을 끌어올릴 때 저희도 함께 걸립니다.


저도 여섯 달 전 남태평양 열대 바다를 헤엄치다가 동남아에서 온 참치잡이 원양어선의 그물에 걸렸습니다. 그날 저는 다른 날과 마찬가지로 물고기 사냥에 정신이 팔려 있었습니다. 그러다 얼떨결에 참치와 같이 배위로 끌려올라왔습니다. 배위에서도 목숨이 붙어 있었지만 선원들은 저를 바다로 돌려보내주지는 않았습니다. 대신 냉동 창고에 가둬버리더군요. 제 몸은 그속에서 점점 얼어붙었고요.


원양어선에 잡힌 참치는 당연히 원양어업 회사의 몫이지만 곁다리로 따라 올라온 상어는 선원들의 몫입니다. 일종의 보너스인 셈이죠. 그러니 그물에 걸려 올라온 상어를 선원들이 다시 바다로 돌려보내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그래도 저는 뭐 다행입니다. 목숨을 잃은 것은 같지만 마지막 ‘품위’는 유지할 수 있었으니까요.


 

2 남태평양에서 조업 중에 함께 잡힌 귀상어를 대만 원양어선 선원들이 갈고리로 옮기고 있다. [사진 그린피스]


뱃사람에게 상어 지느러미는 보너스바다 위에서 희생되는 상어들 중에는 아주 험한 꼴을 당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선원들은 보통 무게가 20㎏이 채 안 되는 작은 상어는 지느러미를 잘라내고 몸뚱아리는 바다에 버립니다. 바로 ‘피닝(finning)’이라는 거죠. 지느러미 없는 상어가 바다에서 얼마나 살 수 있겠습니다. 선원들은 지느러미만 삶고 말려서 보관했다가 어선이 닿는 곳에 내려 처분을 합니다. 몇 달에 한 번 보너스를 챙기는 겁니다.


저를 잡은 원양어선도 항구에 닿자 저를 다른 상어와 함께 팔아치웠습니다. 냉동창고에 쌓여 있던 저는 지난달 초 수입선에 실려 이곳 부산 감천항으로 옮겨왔습니다. 도착 직후 식품의약품안전처 부산청의 공무원이 이곳 창고를 찾아와 둘러보고 갔습니다. 정밀 검사를 위해 같이 실려 온 상어의 몸을 잘라 시료를 채취해 갔지만 별문제 없었습니다. 중금속이 검출되더라도 기준을 초과할 만큼 많이 검출되는 경우는 흔치 않습니다.


 

3 경북 연천시장에서 ‘돔배기’를 사려는 사람이 가게 앞에 늘어 서 있다. [중앙포토]


통관 절차도 다 끝났고 추석도 얼마 남지 않아 이제 제 몸도 곧 이리저리 흩어지겠죠. 몸통은 ‘돔배기’로, 지느러미는 샥스핀 재료로 팔릴 것입니다. 돔배기란 말 처음 들어보신다고요? 경북 영천 지역에서는 잔칫상이나 제사상에 상어고기를 올리는 풍습이 있습니다. 왕소금에 절이고 냉장고에 넣어 숙성시킨 돔배기는 담백한 맛을 내기 때문에 귀한 대접을 받습니다. 저 같은 귀상어 고기는 ㎏당 3만원, 청상아리는 ㎏당 2만원 안팎에 거래된다고 합니다.


맛은 있지만 문제도 없지 않습니다. 몇 해 전 국립환경과학원에서 영천시와 인근 군위군 주민을 대상으로 혈액 속에서 중금속인 수은 농도를 분석했더니 전국 평균의 네 배 수준이었다고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물이나 쌀·한약재의 수은 농도는 특별히 높지 않았지만 돔배기의 수은 농도가 평균 1.54ppm으로 높았습니다. 수은은 해양 먹이사슬을 따라 위로 올라갈수록 몸속 농도가 높아집니다. 바로 생물농축 현상이죠. 먹이사슬 상위에 있는 데다 오래 사는 우리 상어의 몸속에 수은이 축적되는 것입니다.


상어 몸에서 떼어낸 지느러미는 전국 곳곳으로 팔려나갑니다. 서울 숭례문 인근 북창동의 중국 음식재료 상점에서도 샥스핀을 판매하는 곳이 있습니다. 그대로 얼린 샥스핀은 ㎏에 6만5000원, 물기를 빼고 말린 것은 350~400g짜리 한 판이 11만원에 팔립니다. 수프로 끓이면 여러 명이 먹을 수 있겠지만 찜으로 한다면 두 명 정도가 먹을 수 있는 분량입니다.


한국 항공사들 샥스핀 운송 않기로2010~2014년 사이 5년 동안 한국에 수입된 상어의 무게는 지느러미 259t을 포함해 1만1653t입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수입수산물 통계자료를 일일이 더한 수치입니다. 게다가 한국 원양어선이 직접 들여오는 것도 있습니다. 수입업체가 외국에서 수입하는 것은 식약처에서 집계하지만 국내 원양어선이 직접 들여오는 것은 해양수산부에서 집계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직접 들어오는 것도 연간 2000t 정도입니다. 지느러미가 상어 전체 몸무게의 5% 정도이고, 상어 한 마리당 무게를 200㎏씩으로 계산한다면 매년 2만5000마리 정도가 수입되는 셈입니다.


물론 중국·홍콩 등지에서는 불법 피닝을 통해 얻은 지느러미를 엄청나게 쌓아놨다가 적발되기도 합니다. 지난 5월 중미 에콰도르에서도 아시아로 밀반출될 예정이던 상어 지느러미 20만여 개가 경찰에 압수되기도 했습니다. 정말 이러다가 바다에서 우리 상어의 씨가 마를 지경입니다.


바다에서 우리 상어가 사라지는 것은 육지에서 호랑이나 사자가 사라지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최상위 포식자가 사라진 생태계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그린피스 같은 환경단체들도 문제를 제기했고, 국제사회에서도 이를 그냥 보고 있지는 않습니다. 지역수산기구 등 국제사회에서는 원양어선의 피닝을 막기 위해 반입하는 상어 전체 무게와 지느러미의 비율을 5대 95를 유지하도록 요구하고 있습니다. 지느러미만 수집하는 것을 막겠다는 거죠.


2013년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종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 총회에서 톱상어과(科)에 속하는 전체 종과 귀상어과에 속하는 홍살귀상어, 귀상어 등도 규제대상에 포함됐습니다. 지난달부터는 CITES 종을 외국에서 수입하려면 지방환경청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등 절차가 까다로워졌습니다. 지난 5년간 멸종위기종인 저희 귀상어도 1200t이나 한국에 수입됐습니다.


지난해부터 영국과 뉴질랜드에서는 샥스핀 채취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도 캘리포니아주 등 몇몇 주에서 샥스핀 거래가 금지됐고요. 한국에서도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항공이 샥스핀 운송을 하지 않기로 했고요, H호텔에서는 샥스핀 음식을 내놓지 않기로 했다는군요. 중국 내에서도 샥스핀 수요가 과거의 20~30%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반가운 소식도 있습니다.


저는 어차피 샥스핀 수프로, 돔배기로 사람들 입속으로 사라지겠지만 제 동료만큼은 안심하고 바다에서 살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물에 걸려 올라오더라도 제발 바다로 돌려보내주세요. 상어가 사라진 바다에서는 모험과 낭만도 함께 사라질 테니까요.


 


강찬수 환경전문기자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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