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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국 위기 심층 인터뷰] ① 이무광 트러스트자산운용 싱가포르 법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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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무광 트러스톤자산운용 싱가포르 법인장. [사진 중앙포토DB]


신흥국에 드리운 암운이 좀처럼 걷힐 줄 모르고 있다. 오히려 신흥국발 외환위기 가능성까지 제기될 정도로 상황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신흥국 현지에서 누구보다 가까이 신흥국의 현재를 관찰하고 있는 국내 금융투자업체 현지 지점장들은 신흥국 위기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본지는 신흥국 위기 가능성이 처음 본격적으로 제기됐던 지난달 말 4인의 현지 법인장 및 사무소장과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다. 당시의 취재 결과물은 본지 8월24일자 B1면에 “신흥국 위기본질, 유동성에서 펀더멘털로”라는 제목으로 보도됐지만 핵심만 추려 기사화되는 바람에 이들의 진단 내용이 대부분 사장됐다는 아쉬움이 있었다.

본지 증권팀은 이들의 우려가 점점 현실화하고 있는 만큼, 보다 더 자세히 알릴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취재 내용의 전문을 인터넷 전용 기사의 형태로 보도하기로 했다. 26일부터 하루에 한명씩 인터뷰 내용이 보도된다. 다만 한달 전에 취재된 내용인 만큼 시간의 흐름은 잘 걸러서 기사를 접해주시길 바란다.

①이무광 트러스톤자산운용 싱가포르 법인장
-신흥국 위기의 원인은 뭔가. 중국 경기 부진과 미국 금리 인상 가능성을 얘기하는데, 결국 유동성이 고갈된 와중에 신흥국 경기마저 안좋아져서인가.
“한 가지에서만 현재와 같은 우려가 비롯되고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 달러 강세로 인해 신흥국의 자금 이탈 욕구가 잠재돼 있는 가운데 각국의 경기 부진은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의 이탈을 가속시키고, 이러한 현상이 다시 경기 부진을 일으키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미국 금리 인상 가능성과 중국 경기 부진 중엔 뭐가 더 중요한 원인인가.
“중국의 경기 부진은 새로운 일이 아니다. 단지 주가가 올랐다가 빠졌을 뿐이다. 미국의 금리인상 시점이 다가오면서 투자자들의 안전자산 선호형상이 더욱 강해졌다고 본다.”

-미국 금리 인상은 오래 전부터 예고돼 온 이벤트다. 중국 경기 부진도 어느 정도 예상해오던 것 아닌가.
“금리인상 시점이 다가오면서 실제 금리인상 후 경기에 미치는 영향의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가 심해지고 있다. 불확실성이 증폭되는 상황에서 매수자는 줄어들기 마련이다.”

-2013년 5월 버냉키 쇼크, 2013년2월 아르헨티나쇼크 때와 비슷해 보인다. 그 때와의 유사점과 차이점은 뭔가.
“2013년 쇼크 이후 신흥국들은 외환 보유액을 확충하는 등 선제적으로 정책적 버퍼(완충지)를 마련하기 위해 나름대로 준비를 꾸준히 해왔다. 기업들도 외화부채를 줄이고 수요를 다변화하는 등 노력을 지속해 왔다. 준비 정도에 따라 각 국가와 기업들은 차별화된 실적을 보여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현재는 중국이라는 새로운 변수가 개입돼 있기 때문에 금리 인상에 대한 준비 정도만으로 모든 현상을 설명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미국 금리 인상으로 유동성이 고갈되면 신흥국 내 차별화가 일어날 것이라고들 전망해왔다. 경제 펀더멘털이 탄탄한 국가와 아닌 국가 간 디커플링이 일어날 거라는 건데, 실제로 그런가? 한국 코스피가 급락한 걸 보면 경제 펀더멘털과 무관하게 신흥국 카테고리 안에 있는 모든 국가가 충격을 받은 것 같기도 하다.
“내수경기가 취약하고 수출 의존도가 높은 나라들은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결국 환율 변동성이 많은 부분을 대표할 수 있는데, 한국의 경우 기타 신흥국에 대비해서는 상당히 안정적이었다. 이런 점은 펀더멘털의 차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이번 쇼크와 관련해 아시아 신흥국과 남미나 유럽 신흥국 사이에 차이가 있나.
“지역보다 경제 구조에 따른 영향이 더 크다고 본다. 특히 커머디티(원자재) 수출에 의존하고 외화부채가 높은 나라들의 타격이 지금까지는 컸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경우 정부 역시 미국 금리 인상 및 자금 유출 시점에 적극적인 재정·통화 정책을 수립하기 어려운 점이 많다.”

-미국 양적완화가 종결될 때까지 이런 식으로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신흥국 위기가 반복되는 건가.
“일단 금리 인상 시기와 규모에 대한 불확실성이 사라져야 하지 않을까. 현재 글로벌 경기가 금리 인상을 버틸 수 있는 체력인지에 대한 의구심은 결국 겪어본 뒤에야 해소될 수 있을 것 같다.”

-향후 글로벌 주식시장 전망을 좀 해달라. 신흥국 몸살이 계속되는 건가, 아니면 조만간 안정을 찾는 건가.
“미래를 예측하는 것만큼 무모한 일이 없다. 불확실성이 늘어난 지금은 더욱 더 무의미한 일일 수 밖에 없다. 전체 주식이란 자산에 대한 매력도도 의문을 같이 받고 있는 상황이라 주식을 하는 펀드 입장에서 보면 선진국, 신흥국 가릴 것 없이 조심스런 상황이라 할 수 있다. 다만 변동성 확대와 펀더멘털에 상관없는 가격 하락은 항상 좋은 장기 투자기회를 제공해 준다. 굳이 이야기 하자면 신흥국 시장의 회복여부는 결국 미국의 금리인상에 달려 있다고 봐야 한다. 인도네시아 기업의 경우 현지에서 자금을 빌리면 금리가 연 7~8%인데 미국에서 빌리면 2%정도다. 그래서 많이 빌렸다. 그러나 금리인상해서 달러 가치가 올라가면 기업 입장에선 부담이 많이 된다. 그 안을 들여다 본다고 해서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해서 어떻게 대처해야 하고 손익에 어떤 영향이 미칠 것인지는 확실치 않다. 부채비율, 이자비용을 수치를 두고 봐야 한다. 신흥국 각각의 상황이 다를 수 있다. 이자에 대해서도 인도네시아 등은 세금이 막대하다. 금리가 인상되면 이후 들어오는 세금의 액수가 달라질 수 있어서 국가정책이 바뀔 수도 있다. 어디가 어떻게 빠질 것인지 미리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모든 국가들이 어려울 것이다.”

-금리 인상 마무리될 때까지는 신흥국보다 선진국에 투자하는 게 안전한 건가. 이런 상황에서 어떤 투자 전략을 가져가야 하는지 좀 조언해달라.
“글로벌 경제가 서로 긴밀히 연결돼 있다는 점에서 글로벌 경기 둔화와 금리 인상 등 정책적 이슈를 선진국만 피해갈 수 있으리라 보지는 않는다. 하락폭의 문제라면 향후 성장성이 높은 신흥시장의 Good Quality 기업들에 투자하는 것이 향후 수익률을 높이는 가장 현명한 방법이라고 본다.”

-신흥국 내 한국 포지션이 궁금하다. 글로벌 투자자 입장에서 신흥국 내 한국은 어떤 성격의, 어느 정도 위상의 투자처인가.
“한국은 선진국인가 아니면 신흥국인가. 우리 국민도 각기 다른 답변을 내놓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투자자의 입장에서도 같은 질문이 중요하다. 이에 대한 답변이 애매하다는 점이 투자자들의 한국 시장 투자를 망설이게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 법인장이 보기에 한국은 선진국인가 신흥국인가.
“신흥국인지 선진국인지 정체성이 모호한 시기인 듯 보인다. 한국을 이해하는 입장에선 긍정적으로 본다. 원자재란 이슈에서 한국은 자유롭지 않나. 그래서 이제 가장 큰 우려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는 점이 좋은 부분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한국시장이 다른 신흥국보다 나쁘진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게 절대적으로 좋을 것인지는 의문이다. 그리고 지리적으로 중국이란 변수가 있기 때문에 더 그렇다. 브라질도 이야기했지만 브라질보단 우리가 중국에 더 가깝지 않냐. 중국이 안 좋으면 우리도 더 안 좋을 것이다. 좋으면 더 좋아지겠지만.“

-홍콩과 싱가포르 지역에선 최근 증시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 현지 당국이나 기업의 대응 전략은?
“싱가포르의 경우 지속되는 자금 유입으로 인해 환율 정책에 관해 주변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편이다. 하지만 금리 인상은 부동산 시장에 부담을 주기 때문에 이로 인해 부동산 관련 대책이 발표될 것인지에 관심이 몰리고 있다. 싱가포르 시장은 외국인과 내국인 부동산 시장이 갈려 있다. 부동산 대책이라고 하면 외국인 대책에 관심이 몰린다. 주로 세금문제, 구체적으로 세금을 내리는 대책이다. 아직 예정된 것은 없다. 내국인 불만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싱가포르 정부의 공식입장은 아직까지 개입할 만한 상황은 아니다라는 것이다. 그렇지만 시장이 약하고, 싱가포르 주식시장만 보면 은행이나 부동산이나 조선이 주종이다. 은행과 부동산은 같이 가기 때문에 부동산의 비중이 클 수 밖에 없다. 자금 유입에 대한 대책은 거의 없다. 상대적으로만 보면 싱가포르는 신흥국 관련 위기가 덜한 편이다.”

-신흥국 부진의 원인 중 하나가 원자재 가격 하락이다. 원자재 시장은 어떻게 될 것으로 보는가.
“큰 수요처인 중국의 경기 둔화와 달러 강세 환경 하에서 원자재 가격은 약세를 벗어나기 어렵다고 본다. 이 와중에 생산은 증가하고 재고는 쌓이면서 가격이 더 떨어지는 악순환 과정까지도 보인다. 오히려 값싼 원자재를 가공해 부가가치를 창출하면서 안전한 수요처를 보유한 기업들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어보인다. 원자재를 가지고 물건을 수출하는 기업들이 워낙 많다보니깐 그런 변동성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것으로 본다. 원자재의 약세가 신흥국 부진의 많은 부분을 설명한다고 본다.”

이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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