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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말·극단의 트럼프·샌더스 돌풍, 떨고있는 부시·힐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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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미국 대선은 2016년 11월 8일. 1년 이상 남았지만 벌써 전 세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누가 백악관 주인이 되느냐에 따라 세계전략이 바뀌기 때문이다. 특히 동맹국인 한국은 막대한 영향을 받는다. 한 외교부 관료는 “미국 대선 전엔 담당을 따로 두고 정보를 수집한다”고 고백했다.

 공화당은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동생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를 비롯해 전 휼렛패커드(HP) 최고경영자(CEO)였던 여성 후보 칼리 피오리나,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 등 TV토론 참여 후보만 10명. 군소 후보까지 총 15명이 경선에 참여하고 있다. 당초 정치 명문가 출신인 부시 전 주지사가 경선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트럼프가 선두를(24%, 19일 CNN여론조사), 피오리나가 상승세를 보이며 2위(15%)까지 올라왔다. 3위(14%)에 오른 벤 카슨도 신경외과 의사 출신의 비주류다. 부시는 9%,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텍사스)은 6%, 마이클 허커비 하원의원(텍사스)도 6%로 한 자릿수 지지에 그치고 있다.

 민주당도 ‘대세’였던 클린턴이 흔들리며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국무장관 시절 개인 e메일 사용으로 ‘거짓말’ 논란에 휩싸이더니 지지율이 추락했다. 40%대의 지지로 여론조사 1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당초 지지율에 비하면 반토막이 났다. 반면 1%대 지지를 받던 자칭 ‘사회주의자’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버몬트)은 20%대 중반까지 지지율이 올랐다. ‘공유경제’ 개념을 만든 로런스 레식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도 최근 출마를 선언했다.

 미국 대선 레이스가 달아오르는 건 아웃사이더(Outsider)의 반란 때문이다. ‘속 시원한 발언’을 하거나 ‘감정에 호소’하거나 ‘기존과 다른 정책을 제시’하는 아웃사이더들이 직업정치인을 압도하고 있다.

 막말 논란 속에서도 1위를 지키고 있는 트럼프는 버라이어티쇼 진행자답게 미디어를 활용하고 있다. 처음에는 ‘광대’라는 평가를 받으며 조롱의 대상이었지만 지금은 공화당 후보들이 그를 공적(共敵)으로 견제하고 있다. ‘여성비하’ ‘무슬림·히스패닉·아시아계 비하’ ‘이민자 혐오’ ‘한국 방어는 미친 짓’ 등 각종 막말은 대중의 관심을 배가시켰다. 오히려 직설적인 메시지로 기존 정치질서를 파괴하는 모습에 유권자들은 열광 중이다.

 피오리나는 트럼프 반사이익을 보고 있다. 지난달 1차 TV토론 전만 해도 군소주자였지만 토론에서 보여준 똑부러짐과 2009년 마약중독 치료를 받다 사망한 양녀 로리 앤 이야기까지 꺼내며 감성을 자극했다. 트럼프의 “누가 저 얼굴에 투표를 하고 싶겠느냐”는 외모지적 논란 등과 맞물리며 피오리나는 여성지지자들을 등에 업고 당내 2위 자리를 차지했다. 트럼프는 외모비하 발언에 대한 비판을 의식한 듯 TV토론에서 피오리나를 향해 “당신은 매우 아름답다”고 말했지만, USA투데이는 이를 두고 “이번 토론에서 가장 천박한 대목”이라고 보도했다. 지지율 3위를 달리는 카슨은 의사 출신으로 ‘오바마 저격수’다운 날카로움과 빈민가 출신 흑인이라는 독특한 배경으로 온건 보수 지지층을 끌어들이고 있다.

 민주당에서도 버니 샌더스 버몬트 상원의원이 대형 금융기관 해체와 자유무역정책 반대 같은 정책으로 젊은 층을 사로잡았다. “모든 수입의 99%는 상위 1%에게 돌아가고 있다”는 구호는 그의 트레이드 마크다. 그는 ▶세제 개혁 ▶소득 재분배 ▶인종차별 철폐 ▶국가 건강보험 도입 등 다소 과격한 정책으로 인기몰이 중이다.

 아웃사이더들의 반란에 기존 정치인들도 ‘맞불’작전에 돌입했다. 클린턴은 버라이어티 쇼에 출연해 춤을 추고 농담을 하며 냉철한 귀족 이미지 탈색에 나섰다. 부시도 “엄마 미안, 40년 전 대마초를 했어”라고 고백하는 등 관심 끌기에 분주하다. 이들은 트럼프의 ‘막말’도 카피한다. 카슨은 ‘무슬림 대통령 불가론’에 동조했고, 부시도 ‘앵커베이비(미국 출생자에게 시민권을 부여하는 제도를 악용하는 것)’ 비판에 나섰다. 스콧 워커 위스콘신 주지사는 “캐나다와 미국 국경에 벽을 설치하자”며 트럼프의 멕시코 국경장벽론을 모방했다.

 전문가들은 기존 정치인들이 중도·부동층(swing voter) 정책에 집중하는 반면 아웃사이더들은 극단적 정책과 발언을 통해 ‘내 편’을 확실히 만든다고 분석한다. 미국 바드대학의 이안 부루마 교수는 “직업정치인에 대한 반란”이라고 분석했고, 뉴욕타임스도 “사회 양극화 속에서 사람들이 자신들의 분노를 구체적으로 표현해 줄 사람을 찾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 세계 주류정치의 위기=아웃사이더 돌풍은 ‘극단’과 ‘막말’ 주목으로 이어진다. 유럽에서는 강성 좌파와 극우 정당이 주목받고 있다. 한국 정치에서도 ‘말’이 거칠어지고 있다. 19대 국회에선 “하사 아가씨”(새누리 송영근), “박지원은 김정은 정권의 십상시”(새누리 하태경), “박근혜 대통령 귀태”(새정치련 홍익표), “박근혜 그년”(새정치련 이종걸) 등 막말 논란이 반복되고 있다.

정원엽 기자 wannab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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