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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앗이 육아, 북 콘서트 … 명절엔 한데 모여 민속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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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성대골 에너지 학교에 대방중학교 학생 3명이 견학을 왔다. ‘에너지 슈퍼마켙’ 매니저 노성숙(46)씨가 학생들에게 마을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한 학생(맨 오른쪽)이 다 쓴 플라스틱으로 만든 악기를 연주하고 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제가 도서관 관장이 될지 누가 알았겠어요.” 김소영(45)씨는 5년 전까지 평범한 주부였다. 아침에 아이 둘을 학교에 보내고, 낮엔 시장에서 장을 봐 저녁 밥상을 차렸다. 새로운 세상을 만들겠다는 의지가 남달랐던 사람이 아니었다. 지금은 서울시 등록 비영리 민간단체인 ‘성대골 사람들’의 대표이며 ‘마을닷살림협동조합’ 이사장을 맡고 있다. 2013년까지는 성대골어린이도서관 관장이었다. 그의 변화만큼 서울 동작구 성대골 마을의 변화도 가팔랐다.

마을 주민들 공동체 사업 활기

서울 동작구 ‘성대골 마을’
태양열 활용 등 에너지 자립 실천

서울 마포구 ‘성미산 마을’
주민 극단 만들고 헌옷 재활용

서울 성북구 ‘장수마을’
골목 영화제 개최, 마을 벽화 그려


 성대골은 정식 행정구역은 아니다. 동작구 성대시장 입구에서 국사봉 골짜기 언저리다. 예전엔 평범한 마을이었지만 지금은 ‘서울에서 가장 모범적인 에너지 자립형 마을’로 꼽힌다. 주민들은 어린이도서관뿐 아니라 마을학교를 세웠다. 절전형 제품을 파는 상점 ‘에너지 슈퍼마켙’, 태양열에너지로 커피를 뽑아내리는 ‘에너지 카페’도 마을 공동체에서 운영한다.

 김씨는 성대골 마을의 변화를 처음부터 지금까지 이끈 사람이다. 그는 “2009년 주민센터 독서 모임에 참여한 게 시작이었다. 이곳에서 희망나눔동작네트워크라는 곳을 알게 됐고, 마을 도서관 만들기에 관심이 생겼다”고 회상했다. 그는 동작구청에 도서관 설립을 요청했다. 반응은 냉랭했다. 작은 도서관이지만 설립 절차는 복잡하고 까다로웠다. 구청 공무원은 “도서관을 지으려면 예산을 받아야 하고, 부지를 확보해야 하며, 구의회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는 말을 늘어놓았다. 김씨는 “설명을 듣고 차라리 직접 마을 도서관을 만들기로 결심했다”라고 말했다. 막막한 일이었지만 일단 부닥쳐 보기로 했다. 홀로 마을 구석구석을 돌기 시작했다. 주민을 직접 만나 도서관 설립을 위한 지원금을 부탁했다. 대부분 “무모하다. 대체 혼자서 뭘 할 수 있겠나”라고 냉소했다. 더러 그렇지 않은 이들도 있었고, 덕분에 일이 진척됐다. “동네 마트 사장님이 10만원, 6곳의 어린이집 원장님이 다 합쳐서 약 150만원, 마을 약사들이 십시일반 거둔 후원금 등이 조금씩 쌓여 나갔다. 사람 사는 곳은 시골이든 도시든 다 인정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1년쯤 뒤 성대골엔 마을 도서관이 생겼다. 도서 분류 작업에는 초등학교 교사, 어린이집 원장, 주부까지 130여 명의 주민이 참여했다. 이렇게 주민들이 힘을 모아 만들어낸 마을 도서관은 커뮤니티 네트워크의 중심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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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대골 주민 차은주(37)씨와 강희진(24)씨가 아이들과 함께 성대골 어린이 도서관을 찾았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2011년 성대골 마을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계기로 ‘에너지 자립마을 만들기’에 눈을 돌렸다. 김씨는 “원전 사고는 큰 충격이었다. 우리부터 에너지 자립을 해야 한다는 의지가 모였다”고 설명했다. 도서관을 운영하며 알게 된 주부들은 환경단체에 ‘뭔가 하고 싶은데 무엇을 해야 하나’라는 내용의 e메일을 돌렸다. ‘녹색연합’과 ‘여성민우회’에서 연락이 왔고, 이들의 도움을 받아 ‘에너지 자립마을 만들기’의 단초를 마련했다. 요란한 구호보다는 작은 실천이 중요했다. 도서관 한쪽 벽에 그래프를 그려가며 가구별 에너지 사용량을 체크했다. ‘성대골 절전소’라는 명칭을 붙인 이 게시판 활동에는 2011년 15가구가 참여했다. 사용량을 체크하는 단순한 프로젝트지만 이를 통해 2012년 한 해 동안 3만5000㎾/h의 전기를 절약했다. 4인 가족 기준으로 2900가구가 하루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2012년에는 열다섯 가정이 출자해 방과 후 대안학교 ‘성대골 마을학교’를 설립했다. 마을학교는 에너지 절약과 태양열 등 재생에너지 활용의 전초기지 구실도 했다. 단열공사에 신경을 쓰고, 내복을 입는 운동부터 시작했다. 이후 태양열 온풍기 등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는 난방장치를 도입하고, 친환경 화목 난로를 사용하며 겨울을 이겨냈다.

 2013년 5월 문을 연 성대골 마을의 트럭카페 ‘해!바라기’는 지금도 씽씽 달린다. 태양열 에너지와 자전거 발전기로 솜사탕을 만들고 달걀도 익힌다. ‘해!바라기’는 대학교 축제, 지자체 행사 등을 누비며 에너지 재생사업을 홍보하고 있다. 2014년 1월엔 ‘에너지 슈퍼마켙’을 개장했다. 절전 효과가 큰 LED 전등, 정해진 시간이 흐르면 자동으로 전기를 차단하는 타이머 멀티탭, 미니 태양광발전기 등 각종 에너지 절약 상품을 판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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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자립마을 만들기 운동의 일환인 ‘에너지 슈퍼마켙’.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지난 19일엔 ‘성대골 다누리 마을축제’가 열렸다. 성대골 사람을 포함해 결혼이민자가족지원연대, 상도4동 주민자치위원회가 공동으로 주관했다. 축제의 시작은 어린이들의 난타 퍼레이드였다. 다 쓴 플라스틱 통을 재활용해 악기를 만들어 연주했다. 자전거 페달을 돌려 LED 형광등의 불을 밝히고, 태양 에너지로 토스트를 만드는 체험 활동도 인기를 끌었다. ‘에너지 슈퍼마켙’ 매니저 노성숙(46)씨는 “아이들과 마을을 위해 일할 수 있어 보람이 있다. 주민 사이에 소통이 늘면서 이웃의 정도 돈독해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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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발전기를 돌리고 있는 대방중학교 학생. 자전거 페달을 밟자 LED 전구에 불이 들어왔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서울의 마을 공동체는 성대골 마을만 있는 게 아니다. 마포구 성산동에 위치한 ‘성미산 마을’도 유명하다. 1994년 부모들이 품앗이로 아이를 돌보는 ‘마을 어린이집’에서 시작됐다. 지금은 1000여 명이 마을 공동체에 참여한다. 마을 주민이 배우가 되는 ‘무말랭이’ 극단, 헌옷을 재활용하는 ‘되살림가게’, 유기농 아이스크림을 만드는 ‘작은 카페’ 등 주민이 만든 시설과 단체가 40여 곳에 이른다. 아이들이 자라며 학교를 만들었고, 작은 찻집과 유기농 음식을 파는 음식점과 매장이 들어서며 커뮤니티가 자연스럽게 성장했다. 성미산 마을은 외부인에게도 명소가 됐다. 성미산 마을에 방문 신청을 해 안내를 받으면서 구경한 사람이 지난해에만 2000여 명에 이른다.

 성북구 삼선동의 ‘장수마을’은 전면 철거 방식의 주택 재개발 사업을 반대하며 형성됐다. 마을기업 ‘동네목수’의 대표 박학룡(46)씨가 주축이다. 박씨는 “노후 주택을 무작정 부수는 게 안타까웠다. 그러지 않고도 주거환경을 개선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워크숍을 통해 적극적으로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했다”고 말했다. 2008년 발족한 장수마을 주민협의회에는 지금도 30~40명이 꾸준히 참여하고 있다. 장수마을은 마을잔치, 골목 영화제, 마을 벽화 그리기 등 다양한 주민 문화활동을 진행한다. 오는 10월에는 마을 주민들의 목공예, 수공예 기술을 뽐내는 ‘핸드메이드 페스티벌’을 개최한다.

 지방 대도시에도 마을 공동체가 있다. 광주시 서구의 ‘동천마을 두잇’은 엄마들이 만드는 문화 프로그램이 특징이다. 육아로 경력이 단절된 주부들이 자발적으로 문화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캘러그래피·역사강좌·북아트·종이접기·요리교실 등 종류도 다양하다. 지난해 2월부터 1670명이 참여했다. 지난 24일에는 추석을 맞이해 ‘동천마을 전레놀이 한마당’이 열렸다. 마을 주민 600여 명이 모인 이번 행사에는 비석치기, 대형 윷놀이, 활쏘기, 제기차기 등 다양한 민속놀이가 진행됐다. 동천마을 두잇 운영위원장 김태진(46)씨는 “동천마을을 아이들 키우기 좋은 동네로 만드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부산시 북구 화명동엔 ‘대천 마을학교’가 있다. ‘마을이 학교다!’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온 마을이 학교인 ‘마을 교육문화 공동체’를 가꿔나가고 있다. 중·고생 방과 후 교육활동을 포함해 성인 평생교육 프로그램, 가족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2008년 학교가 세워졌으며 회원은 160명에 이른다.

글=이정봉 기자, 양길성 인턴 기자 mole@joongang.co.kr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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