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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서 내리는 독비

2011년 4월 남미 콜롬비아 푸투마요의 농부 빅토르 부르고스는 점심 후 밭일을 하러 나갔다. 그때 어디선가 비행기가 날아와 그의 농장에 미세한 분말을 뿌렸다. 1년 안에 후추, 유카, 파인애플 등 그가 재배하던 작물이 절반 이상 죽었다. 열대 밀림 곁의 8.7㎢의 밭과 관개수가 완전히 오염되면서 연간 소득이 80%나 줄었다.

콜롬비아, 코카나무 없애려고 독성 제초제를 무작위로 공중 살포해 무고한 농민만 피해 입어

나중에 알아보니 콜롬비아 경찰청의 마약단속국이 코카인의 원료가 되는 코카나무와 아편의 재료가 되는 양귀비 같은 불법 작물을 없애는 제초제를 공중 살포한 것이었다. 비효과적으로 악명 높은 ‘콜롬비아 계획’의 일환이었다. 1999년 내전 종식을 위해 콜롬비아와 미국 정부가 공동으로 시작한 프로젝트다. 콜롬비아 내전은 콜롬비아무장혁명군(FARC) 등의 좌익 반군과 정부군 사이에서 1960년대 이래 지속됐다. 반군은 마약 원료가 되는 불법 작물을 통해 자금을 확보했다. 정부군은 그 돈줄을 끊기 위해 코카 밭을 파괴하려 했다.

그러나 비영리단체 라틴아메리카 워싱턴 오피스에 따르면 그런 노력이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했다. 1994년(시험 살포 개시 시점) 이래 17500㎢에 제초제를 공중에서 뿌렸지만 오히려 코카 밭은 더 늘어났다. 1997∼2013년 콜롬비아는 세계 제1의 코카인 생산국이었다. 유엔 마약범죄사무소에 따르면 2013∼2014년 콜롬비아의 코카인 생산은 290t에서 442t으로 52% 증가했다.

한편 ‘콜롬비아 계획’에 사용된 제초제 글리포세이트가 독성 물질이라는 증거가 늘어났다. 미국 환경보호청(EPA)에 따르면 글리포세이트 장기 노출은 호흡기 질환, 신장 손상, 불임을 유발할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지난 3월 글리포세이트가 발암물질이라고 발표했다. 농약업계를 비롯한 일각에선 근거가 빈약하다고 비판했지만 콜롬비아 마약위원회는 올 10월부터 글리포세이트 살포의 중단을 결정했다. 하지만 그때까지는 독비가 계속 내릴 것이다.

‘콜롬비아 계획’이 처음 제안됐을 당시 미국에서 소비되는 코카인의 90%가 콜롬비아산이었다.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의회는 초당적으로 그 계획의 착수를 위한 ‘원조금’ 13억 달러를 승인했다. 그 후 수년 동안 국제 인권·환경 단체의 비판과 유럽연합(EU)의 거부, 일부 미국 의원들의 비난이 이어졌지만 ‘콜롬비아 계획’은 강행됐다.

마약단속 전략의 핵심 수단으로 사용되는 제초제 공중 살포가 합법적인 작물을 죽이며 무고한 농민의 건강을 해친다는 증거가 계속 늘어났다. 그런데도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은 ‘콜롬비아 계획’을 더욱 확대했다. 더 많은 원조금이 그 계획에 흘러들어가 지금까지 누계가 90억 달러에 이른다.

그 자금의 대부분은 무고한 농민의 땅에 글리포세이트를 살포하는 데 사용됐다. 부르고스는 “우리 농장엔 코카나무가 한 그루도 없지만 밭 전체가 글리포세이트에 오염됐다”고 말했다. 그 사건 후 인근 마약단속국 기지의 한 장교는 부르고스에게 글리포세이트가 유해하지 않다며 기지의 군인들이 “글리포세이트로 목욕도 한다”고 농담까지 했다. 그러나 부르고스는 배상청구 소송을 냈다. 농무부 관계자도 그의 작물이 글리포세이트에 오염됐다고 확인했다. 그러나 5개월 이상의 법정 투쟁에도 배상 판결은 나지 않았다.

부르고스는 “이곳에선 우리의 살 권리가 없다”고 말했다. “그들은 우리가 밤에 자는 동안 제초제를 살포한다. 가족과 밖에 나가 있으면 제초제를 직접 맞는다. 그들은 생명과 인권을 존중하지 않는다.” 콜롬비아인은 폭력사태와 정권의 압정으로 고향을 버리고 떠도는 경우가 적지 않다. 정부는 기본적인 서비스도 제공할 수 없거나 제공할 의사가 없다. 부르고스는 콜롬비아 중부 칼다스에서 농사를 지었지만 내전 때문에 그곳을 떠나야 했다. 그러다가 푸투마요의 푸에르토 구즈만 부근에서 다시 농사를 시작했다. 하지만 그곳은 콜롬비아에서 글리포세이트 살포가 가장 심한 지역이 됐다. 부르고스는 “정부가 우리 생계수단을 파괴하면서 나는 신체적, 도덕적, 심리적으로도 망가졌다”고 말했다.

지상에서 코카 밭을 파괴하려 하면 지뢰나 반군의 공격같은 위험이 크다. 그래서 제초제 공중 살포 아이디어가 나왔다. 그러나 군인과 경찰에겐 더 안전할지 모르지만 농민에겐 재앙이었다. 부르고스의 농장처럼 잘못된 제초제 살포가 흔하다. 푸투마요 소재 농협 아와 타트찬의 대표 노엘 아밀카르 차푸에스는 “우리가 마치 바퀴벌레인양 그들은 우리에게 독성 제초제를 살포한다”고 말했다.

제초제가 바람을 타고 이웃나라 에콰도르까지 간다. 에콰도르는 콜롬비아의 제초제 살포가 국민·작물·동물·환경에 심각한 피해를 준다며 국제사법재판소(ICJ)에 고소했다. 2013년 그 소송은 법정 밖에서 1500만 달러에 합의됐다. 그러나 콜롬비아의 농민은 제초제 살포에 따른 피해에 단 한 푼도 받지 못했다.

콜롬비아군경은 그 농민 중 다수가 코카나무를 재배한다고 말할지 모른다. 하지만 코카나무를 재배한다고 반드시 코카인을 생산한다는 뜻은 아니다. 원주민 중 일부는 오래 전부터 코카나무 잎을 활용했다. 자연 상태로는 마약이 아니며 종교나 치료, 영양보충 목적으로 사용된다. 농민은 흔히 식재료 작물 곁에 코카나무 몇 그루를 재배한다. 그러나 ‘콜롬비아 계획’ 담당자에겐 대규모 코카인 생산 농장이든 문화적 목적으로 소규모로 재배하든 코카나무는 코카나무일 뿐이다.

코카인 생산지를 정확히 표적으로 해도 허사인 경우가 많다. 코카나무 재배자는 글리포세이트 살포의 직접적인 효과를 피하는 방법을 찾아낸다. 글리포세이트의 효과를 중화시키는 약품을 사용하거나 물을 뿌려 코카나무 잎을 씻어낸다. 유전자 조작으로 글리포세이트 내성을 가진 코카나무를 재배하는 경우도 있다.

20년 동안의 글리포세이트 살포로 콜롬비아의 농지는 심하게 오염돼 농민은 생존을 위해 몸부림쳐야 한다. 일부 지역은 가축과 작물이 죽어 집단 빈곤에 처했다. 콜롬비아 통계청에 따르면 빈곤선 아래의 농촌 인구가 44.7%다. 수도 보고타 소재 로스안데스대학의 경제학 교수 다니엘 메지아에 따르면 글리포세이트의 부작용은 발진 등 피부 질환부터 유산, 태아 기형, 만성 정신질환까지 다양하다.

푸투마요의 농민에겐 올 10월 글리포세이트 살포를 중단하겠다는 정부의 발표가 큰 위안이 되지 않는다. 지금까지 입은 피해를 보상 받을 길이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금도 하늘에선 독비가 내린다.

글=뉴스위크 BRAM EBUS 기자 
번역= 이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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