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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외국인 두려워 말고 이민자에게 적대감 버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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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이 24일 미국 워싱턴 의사당에서 교황으로는 최초로 상·하원 합동 연설을 하고 있다. 교황 뒤의 조 바이든 부통령(상원의장 겸임·왼쪽)과 존 베이너 하원의장도 가톨릭 신자다. [워싱턴 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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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애완견 보를 쓰다듬는 교황. [워싱턴 AP=뉴시스]

미국을 방문 중인 프란치스코 교황이 24일(현지시간) 오전 워싱턴의 미 하원 본회의장에 들어섰다. 순간 기다리고 있던 의원들이 일제히 일어서며 천천히 연단을 향해 걸어가는 교황을 향해 박수를 터뜨렸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공화당의 존 베이너 하원의장이 “의원 여러분께 영예롭게도 교황을 소개드린다”고 하자 또 박수가 쏟아졌다. 베이너 의장 옆에서 만면의 미소를 띠고 함께 박수를 치는 조 바이든 부통령도 가톨릭 신자였다. 미 의회 역사상 처음으로 이뤄진 교황의 상·하원 합동 연설 현장이었다.

사상 첫 미국 상·하원 합동연설
“종교적 근본주의 경계해야”
전 세계 사형제 폐지도 촉구
워싱턴 광장 대형TV로 생중계

프란치스코 교황은 연설에서 “이민자에 대한 적대적 감정을 버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교황은 “우리는 외국인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며 “우리 중 대부분은 한때 외국인이었다”고 밝혔다. 교황은 또 “성서의 황금률은 생명의 모든 단계에서 인간의 생명을 보호할 의무를 우리에게 부여했다”며 “모든 생명은 존중받아야 하며 전 세계에서 사형제는 폐지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교황은 이어 “어떤 종교도 개인적 망상이나 이데올로기적 극단주의의 형태로부터 면제되지 않는다”며 “이는 우리 모두가 모든 종류의 근본주의를 경계해야 함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교황은 “종교와 이데올로기, 경제체제의 이름으로 저질러진 폭력과 싸우기 위해 섬세한 균형이 요구된다”고도 강조했다. 교황의 연설 도중 기립박수가 이어졌다.

이날 방청석에 공화당 대선 주자인 벤 카슨도 앉아 있었다. 미 의회는 카슨과 같은 방청객이 몰리자 비표를 제한했고, 이 때문에 의회 건물 바깥엔 교황을 보기 위한 인파가 몰렸다. 워싱턴 시내 듀폰광장엔 아예 대형 TV가 설치돼 합동 연설을 생중계했다.

전날 워싱턴포스트는 “교황이 워싱턴을 접수했다”고 묘사했다. 오전 11시20분쯤 교황이 탄 하얀 차량 ‘포프모빌’이 백악관을 나서 카퍼레이드를 시작하자 곳곳에서 함성이 터져 나왔다. 성당의 종소리와 연도에 늘어서 있던 시민들이 외치는 “포프 프란치스코”가 함께 섞여 시내 중심가 콘스티튜션 애비뉴를 메웠다. 교황을 더 보기 위해 연도를 따라 뛰는 이들과 교황을 본 감격에 서서 기도를 올리는 이들이 곳곳에서 뒤섞였다. 포프모빌을 기다리고 있던 데이비드 쇼(45)는 CBS 뉴스에 “교황을 보면 울 것 같다”고 말했다. ABC 뉴스는 “교황과 함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내겐 역사적인 일”이라는 한 시민의 말을 전했다. 교황은 퍼레이드 중 한 소녀가 접근하려다 경호원들에게 제지당하자 이 소녀를 불러 축복했다. 이 소녀는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온 불법 체류자 부부의 다섯 살짜리 딸 소피 크루즈로, 이른바 ‘앵커 베이비’였다.

퍼레이드가 끝난 뒤 인파는 교황의 동선을 따라 움직이는 거대한 행렬이 됐다. 교황이 찾은 성 마테오 성당과 미사를 집전한 ‘원죄 없이 잉태되신 성모 대성당’을 향해 움직였다. 대성당에 몰린 2만여 명의 인파엔 젭 부시 전 플로리다주지사 부부도 있었다. 교황의 워싱턴 접수는 인파 때문만이 아니었다. 오전에 1만5000여 명이 몰린 백악관의 공식 영접 행사에서 교황은 미국 정치의 현안을 직접 거론해 정치권을 요동치게 했다. 교황은 “기후변화는 더는 미래 세대에게 넘길 문제가 아니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여야로 갈린 이민 문제에 대해선 “(나도) 이민 가정의 아들”이라며 “미국은 주로 그런 가정들에 의해 세워진 나라”라고 강조했다. 이에 힘을 얻은 이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교황을 향해 ‘성하(Holy Father)’라고 호칭하며 “예수 가르침의 살아 있는 본보기”라고 격찬했다. 교황은 24일 의회 연설을 마친 뒤 성 패트릭 성당을 찾아 300여 명의 노숙자와 함께 식사했다. 가톨릭 자선단체 회원들과 자원봉사자 70여 명이 준비한 식사 메뉴는 데리야키 치킨과 아시안 누들 샐러드였다.

워싱턴=채병건 특파원 mfem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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