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노트북을 열며] ‘야심 전달 체계’는 작동 중인가

기사 이미지

김승현
JTBC 정치부 차장대우

‘단돈 10원이라도 벌어오는 특사가 되자. 나라를 위하는 진정한 장사꾼이 되자.’

이명박 정부 2년 차인 2009년 8월, 대통령의 형 이상득 전 의원은 다짐했다. 정치를 버리고 경제·자원 특사로서 나라에 봉사하겠다는 포부는 저서 『자원을 경영하라』(2011) 맨 앞에 나온다. 말 그대로 초심(初心)이었다. 막중한 책임감도 뒤따랐다.

 “… 멋모르고 덤벼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원외교는 단순히 라면 끓이는 정도가 아니라 정교한 칼질과 양념 배합이 필요한 일품 코스요리였다. 지위나 언변 따위가 아니라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효과적이고도 구체적인 공략 방안이 필요한 일이었다. …”

  이 특사는 이후 2년간 남미·아프리카·중앙아시아 등 12개국을 다녔고, 각 나라 정상을 26번 만났다.

 그러나 ‘특사의 꿈’은 처참히 무너졌다. 자원외교는 이명박 정부 최악의 실패 사례로 기록되고 있다. 10조원이 넘는 혈세는 공중분해됐다. 1000만원이 없어 죽음까지 떠올리는 국민 100만 명을 살릴 수 있는 돈이다. 도전적인 자원개발의 특성을 감안해도 너무도 참담한 결과다.

 하베스트와 날, 암바토비, 볼레오, 코로코로…. 생소한 이름들은 지금도 국민의 가슴을 짓누른다. 상장 폐지된 벤처기업 주식처럼 분노를 일으킨다. 엉터리로 경제성을 자문하고 80억원을 챙긴 외국계 투자자문사는 또 뭔가. 떼돈을 벌고 웃음 지었을 거래 상대방을 떠올리면 피해자인데도 얼굴이 화끈거릴 지경이다. 도대체 왜, 경건했던 야심은 대형 실패로 끝났을까.

 초심으로부터 7년여가 흐른 최근 국정감사에서 그럴듯한 해명을 듣게 됐다. 감사원의 보고서나 검찰의 구속영장보다 더 설득력이 있었다.

 “우리가 너무 ‘앰비셔스(ambitious·야심만만한)’ 했습니다. 그에 비해 우리 역량은 부족하다는 것을 뼈저리게 깨달았습니다. 여러 가지로 반성합니다.”(광물자원공사 고정식 전 사장)

 ‘한번 해보자’는 야심의 크기가 실제 능력보다 훨씬 컸다고 당시 CEO는 고백했다. 리더의 뜻에 부응할 수 없어 냉가슴을 앓았던 일선 직원들의 괴리감은 더 컸을 것이다. 정치권의 초심을 구현해 줄 ‘전달 체계(delivery system)’가 무너졌던 것이다. 그때, 비상벨은 왜 울리지 않았을까. 왜 “능력이 달린다”고 자복하지 못했을까.

 뒤늦은 후회는 다시 반복되지 않을 때만 의미가 있다. 현 정부의 야심(공약) 역시 비슷한 한계에 부닥칠 것이다. 의욕이나 예산 규모에서 자원외교와 비슷한 창조경제도 마찬가지다. 3년간 투입된 예산 21조5615억원(새정치민주연합 전병헌 의원)이 5년 뒤 또 다른 실패로 기록돼서는 안 된다. 현 정부의 ‘야심 전달 체계’는 제대로 작동 중인가.

단돈 10원이라도 허투루 쓰인다면 누구든 당장 사이렌을 울려주길 바란다.

김승현 JTBC 정치부 차장대우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