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경희대병원 신경외과 최석근 교수, 1㎜ 혈관 잇는 '신의 손' … 고난도 뇌수술 환자 살린다

기사 이미지

[사진 경희대병원. 최석근 교수가 전공의들과 함께 뇌 수술 계획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있다.]


2012년 2월 대한뇌혈관외과학회 학술대회장. 경희대병원 신경외과 최석근 교수가 발표한 직후 객석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어떻게 저런 수술을 생각했지?” “저게 가능하단 말이야?” 최 교수가 발표한 ‘뇌동맥류 제거 및 혈관 재건 수술’은 신경외과 수술 중에서도 난도가 가장 높은 뇌혈관 봉합술이었다.

인물탐방 경희대병원 신경외과 최석근 교수



뇌조직 잘못 건드리면 하반신 마비

뇌혈관 질환 응급수술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막힌 걸 뚫거나 터진 걸 막는 것이다. 막혔을 때는 주로 약물을 넣어 뚫는다. 모세혈관이나 작은 혈관이 터지면 출혈량이 많지 않아 생명을 위협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뇌의 가장 큰 혈관인 동맥이 터지면 상황이 다르다. 수분 내 뇌에 피가 가득 차 뇌사에 빠질 수 있다. 빠른 시간 안에 터진 부위를 막아야 한다. 뇌동맥의 한쪽 면이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다면(그림) 이 부위를 코일로 막아 출혈을 차단해야 한다.

하지만 간혹 동맥의 양쪽이 부풀어오르거나 어디가 터진 곳인지 구분하기 힘든 동맥류도 생긴다. 이때는 코일로 막을 수 없다. 문제가 되는 혈관부위를 아예 잘라내고 다른 혈관을 이어붙여 새 혈류(통로)를 만들어야 한다. 이러한 경우에는 수술 방법이 없거나, 하더라도 실패 확률이 높다고 여겨왔다. 보통 뇌동맥 수술은 심장처럼 우회술을 할 수 없다. 혈관을 자르고 연결하다 뇌세포를 다치게 하는 등 심각한 합병증을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출혈을 막아 생명은 살리지만 수술 후 심각한 운동·언어·정신장애 등을 남길 수 있다. 특히 뇌동맥 부위를 잘못 건드리면 하반신 마비가 오기 쉽다. 그래서 이처럼 심각한 상황일 때는 수술을 포기하거나 운동·신경 장애 후유증을 남길 것을 감수하고 치료할 수밖에 없었다.

 
기사 이미지

[자료: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뇌동맥류는 성인 100명당 1~2명꼴로 나타난다. 뇌혈관 벽의 일부가 꽈리처럼 부풀어오르다가 어느 순간 터져 심각한 뇌 손상을 일으킨다. 직경이 5~10㎜로 커지면 파열 위험이 높아 적극적인 예방치료를 해야 한다.]



수련의 시절 매일 밤 쥐 혈관으로 실습

최 교수는 이런 위급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고난도 수술을 선보였다. 현재까지 최 교수가 성공한 케이스는 다섯 차례.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다. 그 다음이 일본 의료진으로 세 케이스를 성공했다. 뇌 구조에 대한 해박한 지식, 1㎜의 미세 혈관도 붙일 수 있는 손 기술, 수많은 경험으로 터득한 예지력과 담대함이 있어야 가능하다는 게 뇌수술 집도의들의 평이다.

최 교수는 “쉬운 수술을 많이 하는 것보다 어려운 수술을 잘하는 의사가 되고 싶었다. 특히 뇌혈관은 사람에 따라 모양이 달라 일률적인 수술법을 적용할 수 없다. 그래서 매일 뇌를 머릿속에 그리며 수술법을 상상하고 연구한다. 그러다 보니 남이 안 하는, 또는 못하는 새로운 수술방법을 고안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의 실력은 수련의 시절 피나는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혈관을 자르고 잇는 연습을 끊임없이 반복했다. 그는 병원 업무를 끝낸 밤 11~12시, 기초과학 연구동으로 향했다. 연구원에게 실험하고 남은 쥐를 얻어 뇌혈관을 자르고 다시 잇고, 혈류가 잘 통하는지 보는 연습을 계속했다. 이러한 노력은 펠로 시절에도 이어졌다. 하루 수면은 2~3시간 정도. 동료들도 혀를 내둘렀지만 그의 고집을 꺾지는 못했다.

 

혈관 양쪽에서 터진 뇌동맥류
고난도 봉합술 고안해 5회 성공
의술 이을 후학 줄어 안타까워


머리 안 깎고 수술해도 감염률 0%

최 교수는 “뇌는 심장과 달리 주변 세포를 조금이라도 다치게 해서는 안 된다. 생명을 살리는 것은 기본이고, 마비와 같은 장애를 남겨서도 안 된다. 그러기 위해선 끊임없는 연습 외에 방법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환자의 생명과 합병증은 물론, 삶의 질까지 생각한다. 최근 머리를 깎지 않고 수술하는 ‘미세침습 개두술’을 선보여 또 한번 학계를 놀라게 했다. 머리를 열어야 하는 뇌수술은 삭발이 기본이다. 머리카락이 남아 있으면 감염 위험이 크고 수술자의 시야를 가릴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하지만 최 교수는 다르게 생각했다. 그는 “40~50대 환자는 수술 뒤 바로 일터로 돌아가는데 수술 자국 때문에 어려움이 많다. 특히 대인관계에서 머리카락이 없으면 자신감을 잃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머리를 밀지 않고 수술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 피부감염과 흉터를 전공한 성형외과 교수의 자문을 얻었다. 성형외과 교수는 “머리를 밀어도 모근이 그대로 있기 때문에 감염 위험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라며 “모근을 건드리지 않는 레이어링 두피 절개법을 활용해 보라”고 권했다. 최 교수는 “처음 시작할 때 반신반의했지만 그 전과 똑같이 감염률은 0%, 또 수술성공률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수술 2주 뒤 일상생활로 복귀하는 환자를 볼 때 의사로서 굉장한 뿌듯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예전에는 의술의 꽃으로 생각됐던 신경외과 지원자가 점차 줄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의술이 세계의 정상으로 올라서려는 이때 후학이 없어 명맥이 끊어질까 우려된다는 것이다. 그는 “자신의 수술 노하우를 자세히 담은 매뉴얼을 후배들에게 물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배지영 기자 bae.jiyoung@joongang.co.kr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