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시론] 연공급 임금체계의 개편이 시급하다

기사 이미지

최강식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현재 우리 경제는 대내적으로는 저성장이 장기화되고 대외적 경제여건도 만만하지 않다. 경제가 어렵다 보니 민간에서의 고용 창출 역시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여기에다 정년 연장은 법제화됐으나 이와 병행돼야 할 임금체계 개편은 의무사항이 아닌 권고사항으로 규정돼 있다. 이로 인해 임금피크제 도입을 둘러싸고 노사 간에 첨예하게 대립하는 양상마저 보이고 있다. 또한 정부가 청년 일자리 창출을 가장 중요한 정책으로 내세우면서 복지와 일자리 창출에 내년도 예산의 상당 부분을 편성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이러한 ‘돈 풀기’ 예산안으로는 고용 창출 효과보다는 국가 재정만 악화될 것이라는 비판도 높다.

 

생산성에 따른 임금제 도입되면
정년이나 임금피크제 필요 없어
연공급 임금체계 전면 수술해야
한국 노동시장 근본 문제 해결돼

 
기사 이미지
 고용 창출이 중요해지다 보니 요즘은 상시적인 고용 조정이라든지 근로자의 희망퇴직에 대한 얘기만 꺼내도 비판받는 실정이다. 많은 사람이 자발적이든 비자발적이든 직장을 자주 옮기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모든 근로자가 한 직장에서 해고 걱정 없이 정년까지 근무할 수 있다면 이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진실은 그렇지 않다.

 사람은 누구나 적은 시간 편하게 일하고 임금은 많이 받기를 원한다. ‘효율 임금 가설’에 따르면 근로자에게 임금을 많이 주면 우수한 근로자가 모여들고, 기존의 근로자도 더 열심히 일해 높은 임금만큼의 생산성을 올린다고 한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생산성이 높아지는 이유는 전혀 다른 데 있다. 안정된 직장에 근무하기 때문에 생산성이 높아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항상 해고의 위험에 처해 있기 때문에 생산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이런 조건에서는 근로자가 근무태만으로 해고되면 다른 직장으로 이직해도 종전의 임금을 받을 수 없어서다. 고임금에 해고 위험까지 없으면 생산성은 근무태만으로 오히려 떨어질 것이다.

 노동경제학 교과서에 등장하는 유명한 일화가 있다. 한 무역선에 채찍을 든 감독관이 노를 젓는 사공들을 감시하고 있었다. 이 감독관은 조금만 게으름을 피워도 가차 없이 채찍을 휘둘렀다. 이를 구경하던 사람들이 그 배의 주인을 욕했다. “탐욕스러운 주인이 일꾼들을 저렇게 혹독하게 다루는구나.” 그런데 이 말을 들은 사공들은 뜻밖의 반응을 보였다. 그들은 구경꾼들의 손가락질을 의아해하면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이 배의 주인은 바로 우리들입니다. 우리가 게으름을 피울까 봐 저 감독관을 일부러 고용한 겁니다.”

 기업의 성과 저조는 결국 근로자의 임금이나 고용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기업은 현재의 생존과 미래 성장기반의 확충을 위해 끊임없이 사업 조정을 해야 한다. 결국 글로벌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기업의 상시 사업 및 인력 조정은 불가피한 상황인 것이다.

 반면에 근로자의 직장 이동이 잦다고 해서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니다. 근로자와 기업의 제대로 된 짝짓기(매칭)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 이직은 오히려 근로자의 인적 자원 축적과 효율성을 향상시키는 긍정적인 측면이 많다. 기업 입장에서도 핵심 인재를 확보하고 효과적인 인력 신진대사를 실현할 수 있는 것이다. 실제 선진 기업의 경우 매년 5~10% 인력의 퇴직 및 채용을 통해 조직의 노쇠화를 방지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왜 우리 노동시장은 원활한 노동 이동이 잘 안 이뤄질까? 그 주된 원인은 정규직 과보호와 연공급적인 임금체계에 있다. 우리나라 기업은 아직도 연공급 임금체계가 주를 이루고 있다. 실제로 근무 연한이 길어질수록 생산성이 올라가는 것은 맞지만 일정 시점에서 생산성은 피크를 이루게 되고, 그 후에는 생산성이 떨어진다. 그러나 임금은 그대로 있거나 지속적으로 상승하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정년제도가 필요한 것이다. 사실 임금과 생산성이 매 시점 동일하다면 정년제도는 필요 없다. 임금피크제 논의도 필요 없다. 결국 생산성에 맞는 임금체계로 개편하는 게 우리 노동시장의 여러 가지 문제를 동시에 해결해 줄 것이다.

 이와 더불어 직장을 옮기는 데 따르는 근로자의 비용과 고통을 경감시키는 노력도 필요하다. 이미 선진국 기업들은 근로자가 다른 기업이나 자회사로 전직하는 경우, 자영업이나 벤처 창업을 하는 경우 등에 맞춰 다양한 전직 및 퇴직 지원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노사정이 임금피크제 도입과 취업규칙 개편 등에 합의했다. 하지만 기업의 상시 인력 관리의 걸림돌인 연공급 임금체계를 전면적으로 손질하지 않는 한 여전히 갈등은 이어질 것이다. 경제의 글로벌화에 따라 노동시장도 글로벌화되고 있다. 더 이상 ‘종신 고용’의 신화는 설 자리가 없다. 이제 ‘평생 직장’이 중요하다. 근로자는 항상 원하는 직업을 가질 수 있도록 실력을 갈고닦아야 하고, 기업은 전직하는 근로자들을 적극 도와줘야 한다. 그 밑바탕에는 능력과 생산성에 따른 임금체계가 자리 잡아야 한다. 이런 선순환구조가 뿌리내려야 우리 경제와 노동시장 생태계가 건강해진다.

최강식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