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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클립] Special Knowledge <591> 오페라 6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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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정 기자

 국내에서 가장 많이 공연되는 오페라는 무엇일까.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2012~2015년 총 30여 편이 70차례 무대화됐다. 베르디 ‘라 트라비아타’와 푸치니 ‘라 보엠’이 각 5회로 공동 1위에 올랐다. 이어 베르디 ‘리골레토’와 푸치니 ‘투란도트’가 4회, 푸치니 ‘토스카’와 모차르트 ‘피가로의 결혼’이 3회 공연됐다. 6개 작품의 내용을 정리하고, 각 오페라마다 마음을 흔드는 아리아 한 곡씩을 골랐다.

사랑·욕망, 그리고 운명 … 오페라는 인생이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라 보엠 (La Bohe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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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4년 간 국내에서 가장 많이 공연된 오페라 ‘라 보엠’. 주인공들의 사랑은 비극으로 끝나지만 젊음이라는 코드가 슬픔을 중화시킨다. 사진은 극 중 크리스마스 이브의 거리 술집 장면. 2013년 국립오페라단의 서울 예술의전당 공연 모습이다. [사진 국립오페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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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지만 고달픈 젊은 날의 사랑. 이 오페라의 줄거리는 이렇게 요약된다. 가난한 예술가 로돌포, 천에 수를 놓으며 생계를 유지하는 미미는 크리스마스 이브에 만나 사랑에 빠진다. 둘은 젊다. 로돌포는 가진 것이 없지만 자신만만해 어렵지 않게 사랑을 이야기 한다. 로돌포의 친구들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즉흥적이고 의기양양하며 사랑을 찬미한다. 그러나 미미에게는 병이 있다. 로돌포는 “내가 당신을 고쳐줄 수 없다”며 이별을 통보한다. 둘은 마지막 장면에서 다시 만나지만 미미는 세상을 떠난다.

 젊음에 대한 오페라다. 주인공들의 사랑은 보통 사람들에게 저마다의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사랑의 감정을 쉽게 끌어내고, 그 힘으로 살아가던 시절이다. 크리스마스 이브의 추위와 낭만이 이 분위기와 묘하게 엮여있다. 단순한 사랑 이야기지만 1893년 초연된 이래 가장 인기있는 오페라로 자리잡을 수 있었던 이유다.

  이 노래=‘안녕, 나의 아름다운 사랑을 일깨워준 사람’. 3막의 4중창. 두 쌍의 연인이 동시에 헤어진다. 로돌포와 미미는 사랑하지만 어쩔 수 없이 이별한다. 그들의 친구인 마르첼로와 무제타는 변심을 의심하며 감정적인 대화 끝에 헤어진다. 로돌포와 미미는 “봄이 오면 이별의 슬픔도 조금 나아질 것”이라며 서로를 위로한다. 대조적인 이별이 하나의 아름다운 노래 속에 들어있다.


라 트라비아타 (La Travia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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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어렵게 이뤄진 순간 죽음이 찾아온다. ‘라 트라비아타’는 길 잃은 여인, 버림받은 여인 비올레타의 오페라다. 고급 매춘부인 그는 파티에서 만난 청년 알프레도와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곧 시련이 찾아온다. 알프레도의 아버지 제르몽은 아들이 정숙한 여성과 결혼하길 원한다. 비올레타는 이별을 결심하고 둘은 감정의 격동 속에 헤어진다. 세월이 흘러 비올레타는 초라한 방에 혼자 누워 있고, ‘알프레도가 곧 찾아갈 것’이라는 제르몽의 편지가 도착한다. 알프레도와 비올레타는 지난날을 후회하며 만나 포옹한다. 그러나 그 순간 비올레타는 폐결핵으로 세상을 떠난다.

 이 사랑 이야기는 1850년대 당시의 사회상을 정확히 반영하고 있다. 부와 사치를 좇아 시골에서 도시로 모여드는 사람들, 사랑은 재산의 정도에 맞춰서 하는 이들의 이야기다. 비올레타가 수없이 경험했던 사랑은 아름답기보다는 현실적이었고 겨우 이뤄진 사랑은 죽음으로 끝난다. 이후 쏟아져 나온 사실주의 오페라의 원조격이다.

  이 노래=‘지난날이여, 안녕’. 3막에서 죽음을 앞둔 비올레타가 자신의 모습을 보며 부르는 노래. 행복했던 시절, 장밋빛 같던 얼굴, 행복했던 사랑에 작별을 고한다. 화려함이 빠진 멜로디에는 비통함만이 실려있다. 단순하고 고즈넉한 오케스트라 반주가 함께 한다.


투란도트 (Turand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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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 때문에 사랑을 두려워하는가. 얼음장처럼 차가운 마음의 공주, 투란도트의 이야기다. 그녀는 자신을 향한 구애를 죽음으로 바꿔놓는 여성이다. 결혼하고자 하는 남성들은 수수께끼를 풀어야 하고, 풀지 못하면 사형을 당한다. 몰락한 나라의 왕자 칼라프가 나타나 수수께끼 셋을 모두 풀었을 때도 마찬가지다. 투란도트는 이 결과에조차 승복하지 못한다. ‘문제는 다 맞혔지만 나는 결코 너의 것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차가운 태도를 풀지 않는다. 한 나라를 지배하는 강한 여성은 사랑으로 자신의 여성성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것을 두려워한다. 그의 태도는 한 시녀의 행동으로 바뀐다. 시녀 류는 사랑하는 칼라프를 지키기 위해 기꺼이 죽음을 택한다. 이 죽음이 투란도트의 마음을 움직이고, 오페라는 칼라프와 투란도트의 포옹으로 끝난다. 오페라 여주인공의 전형성에서 벗어난 투란도트, 중국이라는 이색적 배경, 희극성의 가미 덕에 인기 있는 오페라다.

  이 노래=‘이 궁전 안에서’. 2막에서 투란도트가 부르는 노래. 그가 사랑을 거부하는 이유가 밝혀진다. 투란도트는 “이 궁전 안에 살던 한 공주는 쳐들어온 군대에게 살해당했다. 나는 복수를 위해 나를 정복하려는 젊은이를 죽인다”고 노래한다. 힘 있고 단단한 소리로 부르는 노래로 소프라노의 역량을 시험한다.


리골레토 (Rigolet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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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을 위해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무능한 아버지가 리골레토다. 만토바 공작의 광대인 리골레토는 공작의 여자 문제를 처리해주는 일을 맡고 있다. 호색꾼인 만토바 공작에게 원하는 여성을 데려다 주고, 골치아픈 뒷일을 처리해준다. 그런데 애지중지하던 딸이 바로 그 대상이 된다. 만토바 공작은 리골레토의 딸 질다를 납치하고, 리골레토는 이를 막지 못한다. 살인청부업자에게 공작의 살해를 부탁하지만 질다는 공작을 구하기 위해 스스로 칼에 찔린다.

 빅토르 위고 연극 ‘환락의 왕’이 원작이다. 리골레토는 비극의 주인공인 동시에 세속적인 악한이다. 딸의 문제가 생기기 전까지는 만토바 공작의 온갖 추행을 적극적으로 부추긴다. 완전한 악한도 불쌍한 인간도 아닌 리골레토의 비극은 현실성을 얻는다. 테너가 주인공인 대부분 오페라와 달리 리골레토는 바리톤이다. 중후하고 남성적인 여러 노래들이 비장미의 무게감을 높여준다.

  이 노래=‘내가 아버지를 속였어요’. 마지막 장면에서 질다와 리골레토가 부르는 노래. 리골레토가 만토바 공작의 시체인 줄 알았던 것은 죽어가는 딸이었다. 질다는 “하늘나라의 어머니 옆에서 불쌍한 아버지를 위해 기도하겠다”고 노래한 후 숨을 거둔다. 어리고 가녀린 질다의 노래, 딸을 품고 운명을 원망하는 아버지의 노래가 처절하고 아름답게 얽힌다.


토스카 (Tos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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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순식간에 비극이 됐다. 유명한 여가수인 토스카는 애인 카바라도시에게 “오늘 저녁 공연은 일찍 끝나니 밤에 포옹을 하자”고 한가로이 속삭인다. 하지만 그날 밤 둘은 함께 죽음을 맞는다. 토스카는 하룻동안 일어나는 일을 그리고 있다. 카바라도시는 자신의 친구인 정치범을 숨겨주기 위해 스카르피아 남작에게 끝까지 저항한다. 스카르피아의 계획은 둘이다. 하나는 정치범을 잡는 것, 또 하나는 사랑하는 토스카를 손에 넣는 것. 토스카는 자신을 안으려 달려오던 스카르피아를 칼로 찌른다. 하지만 카바라도시는 사형을 당하고 토스카는 병사들에게 쫓기다가 성벽에서 떨어져 죽음을 맞는다.

  신념과 이상으로 살아가는 카바라도시, 사랑을 인생의 동력으로 삼는 토스카, 출세와 야심으로 뭉친 카바라도시라는 세 캐릭터가 선명하게 얽히며 오페라를 이끌어간다. 음악은 기억에 오래 남으리만치 아름답다.

  이 노래=‘달콤하고 부드러운 손이여’. 3막에서 카바라도시와 토스카가 부르는 노래. 스카르피아를 죽이고 온 토스카에게 “깨끗하고 부드러운 손이 죽음을 살려낸 승리의 손이 됐다”고 노래한다. 둘은 총살이 가짜로 진행될 것이라 믿고 있다. 그래서 이 노래는 아름답고 평온하다. 희망적이고 여유롭다. 하지만 다음 장면에서 사형은 실제로 이뤄진다. 죽음 직전의 짧은 행복을 그린 노래다.


피가로의 결혼 (Le Nozze Di Figa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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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11명의 등장인물이 나와 얽히고 설키는 이야기다. 귀족과 하인, 남성과 여성이 각자의 목적과 욕망을 향해 맹렬히 달린다. 큰 줄거리는 알마비바 백작의 하인인 피가로가 이끌어간다. 백작부인의 하녀인 수잔나와 피가로가 결혼하기까지의 해프닝이다. 결혼에는 난관이 많다. 백작은 수잔나에게 집적거리고, 피가로를 사랑하는 연상의 여인이 등장한다. 하지만 피가로와 수잔나의 재치, 백작부인의 현명함이 모든 문제를 해결한다. 백작의 아둔함, ‘출생의 비밀’이 밝혀지는 엉뚱한 결말도 대단원을 이끌어내는 데 한몫한다.

 이 오페라의 특징은 여럿이다. 하인의 꾀가 귀족을 넘어서고 여성이 남성을 주도하는 데에서 보이는 혁신성을 우선 꼽을 수 있다. 또 결혼 제도 중 남녀의 불평등, 나이 어린 소년과 중년 여성의 사랑도 다루고 있다. 그러나 음악 팬들이 이 작품을 반기는 이유는 다른 데 있다. 바로 여러 명이 한꺼번에 노래하는 앙상블의 치밀함이다. ‘편지 이중창’부터 3막의 복잡한 6중창까지, 모차르트의 천재성이 튀어나오는 음악 이 포진해 있다.

 이 노래=‘뭐라고!’ 1막의 3중창. 어떻게 연출해도 청중이 웃음을 터뜨리는 장면이다. 수잔나에게 수작을 거는 백작, 백작을 피해 이리저리 숨는 백작부인의 시종 케루비노가 우스꽝스러운 숨바꼭질을 한다. 서로가 자신의 이야기만 하면서 노래는 희극적으로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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