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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 남한이 북한을 더 잘 아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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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연
서울대 교수·경제학부

남한과 북한 중에 어느 쪽이 북한 경제에 대해 더 잘 알고 있을까. 아마 북한이라고 답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필자는 우리가 북한 경제를 훨씬 정확하게 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보자. 옛 소련 공식 통계에 따르면 1928~85년까지 소련 경제는 연평균 9% 성장했다. 이는 최장기 고속성장 세계 기록 보유국인 중국과 한국을 뛰어넘는 수치다. 그런 나라가 90년대 초에 붕괴했다는 것은 통계가 틀렸음을 확증한다. 미국 CIA는 위의 기간 동안 소련 성장률을 4%로 추정했다. 소련 붕괴 후에 학자들이 연구한 바에 따르면, CIA의 수치 역시 과대 추정됐으나 사실에 더 가까웠다. 소련보다 미국이 소련 경제를 더 잘 안 것이다. 목표생산량을 기업에 하달하고 그 달성 정도에 따라 보상과 처벌이 주어지는 사회주의에서는 온갖 수치를 조작하는 것이 오히려 정상이었다.

 
북한 경제는 무역 비중이 50%
위안·루블화 폭락으로 큰 타격
북한 경제에 매서운 바람 불어
과감한 개혁 없인 혹독한 겨울
우리는 이를 협상의 지렛대이자
북한 변화의 기회로 활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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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 정부가 내놓는 공식 통계는 거의 없다. 대신 북한 사회과학원 이기성 교수는 2007년부터 2011년까지의 북한 경제성장률이 연 10%에 달했다고 주장했다. 이 수치는 한국은행의 북한 성장률 추정치인 0.3%와 크게 달랐다. 후에 듣게 되었지만, 그의 수치는 북한 수출액 증가율에 적당한 수치를 곱해 얻은 추정치라는 것이었다. 개선의 여지가 있으나 한국은행의 추정치는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방법인 국민계정 체계를 이용하고 있다.

 우리가 북한보다 북한 경제에 대한 사실을 정확히 아는 것이 많다. 북한은 통계를 만들고 싶어도 가계와 기업으로부터 정확한 자료를 구하기 어렵다. 처벌이 두려워 북한에 편만한 비공식 경제활동을 사실대로 보고하지 않을 것이다. 유엔 식량기구의 보고서에 따르면, 유엔 조사원에게 북한 주민은 본인의 시장활동에 대해 말하기를 꺼려 했다고 한다. 심지어 그 보고서에는 주민 다수가 식량 배급을 받고 있는 것으로 기술돼 있으나, 필자가 추정하기로 배급량은 전체 식량 소비량의 24% 정도에 불과하다. 실제로는 상당량의 배급 식량이 횡령돼 시장에 판매된다는 의미다. 우리는 탈북민 조사를 통해 북한 경제에 관해 객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조사 대상이 북한 주민이 아니라 탈북민이라 하더라도 자료를 축적하고 적절한 통계 기법을 활용하면 양자 간의 편차를 상당히 줄일 수 있다. 그리고 북한이 무역하는 상대 국가와 기업을 통해 북한의 경제 상황을 알 수 있다. 휴대전화를 이용해 북한의 장마당 환율과 물가를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것도 가능하다.

 남한과 북한의 실력 차이는 경제에 대한 이해 능력에서 더욱 벌어진다. 2009년 북한의 화폐개혁 직후 남한의 전문가는 이 조치의 실패를 예측했다. 소비재 공급이 증가하지 않고서는 시장활동이 줄어들지 않을 것이며 인플레이션도 잡을 수 없을 거라고 진단했다. 반면 북한은 몇 개월이 지나서야 실패를 인정했다. 수요와 공급을 몰랐을 뿐 아니라 시장활동의 중요성을 과소평가했다. 주민의 생명줄은 시장이며 중간 관료는 시장 참여자의 뇌물로 살아가야 하고 무역과 시장이 고위 관료들의 돈줄임을, 북한 최고권력자는 그때야 절실히 깨달았을 것이다. 남한에서는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지금의 북한 권력자는 개방경제와 경제성장의 메커니즘을 알지 못한다. 북한은 국민소득 대비 무역의 비중이 50%에 달하는 경제로서 그동안 무역과 해외 활동을 통해 상당한 돈을 벌었다. 그러나 북한은 개방에서 오는 경제적 충격을 관리할 능력을 갖추지 못했다. 중국의 경기 하강으로 북·중 무역이 현저히 줄어들고 근로자를 가장 많이 파견한 중국과 러시아의 통화가치는 크게 떨어졌다. 특히 러시아에 파견된 약 2만 명의 근로자에게서 1인당 가장 많은 충성자금을 걷고 있는 상황에서 루블화의 미국 달러 대비 가치는 2014년 초에 비해 절반으로 하락했다. 개성공단에서 나오는 외화 수입의 절반 정도가 없어진 셈이다. 그러나 이를 대비하지 않고 북한 정권은 외화 수입을 권력 유지와 과시형 건설 사업에 낭비했다. 상품을 생산해 외화를 벌지 못하는 경제에서 다른 외화 수입이 감소하면 경제는 침체한다. 기계류 수입, 건설 사업, 장마당도 외화 수입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올해는 자연재해로 농업 생산량까지 크게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 경제에 매서운 바람이 불고 있다. 과감한 개혁 없이는 혹독한 겨울이 될 수도 있다. 우리는 이를 우리 협상력의 지렛대이자 남북 경제 교류와 통합, 그리고 북한 변화의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사람이 무엇을 생각하는지는 알 수가 없다. 그러나 그 사람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는 그의 지갑 사정을 보면 알 수 있다. 우리 정책결정자는 지식의 우위에서 오는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북한 정권의 의도를 꿰뚫어 볼 수 있는 경제라는 코드를 알아야 한다.

김병연 서울대 교수·경제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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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