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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껑 열고 보니, 18만원 더 냈네

해외에서 주방용품·화장품·가방 같은 명품 브랜드가 병행수입을 통해 국내로 쏟아져 들어오고 있어도 백화점에선 여전히 고가에 팔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병행수입은 제조업자에 의해 제조·판매된 물품을 국내 독점수입권자가 아닌 업체가 적법하게 들여와 판매하는 방식을 뜻한다.

여전한 독점·병행수입 가격 차이
주방용품 평균 35%, 화장품 24%
백화점이 병행수입업체보다 비싸
소비자 짝퉁 우려 ‘병행제품’ 꺼리자
정부서 통관인증에 협회 설립 지원

관세청 산하 무역관련 지식재산권보호협회(TIPA)는 단독수입업체와 병행수입업체 간 가격비교를 국내 처음으로 실시해 23일 본지를 통해 공개했다. 조사는 7월 31일부터 8월 27일까지 진행됐다. 이번 조사에는 주방용품·화장품 같은 생활용품이 주로 포함됐다. TIPA는 “조사 대상 백화점은 현대·롯데·신세계였고 병행수입제품 매장은 이마트 트레이더스와 롯데 빅마켓이었다”고 밝혔다.

조사 결과 주방용품은 백화점에서 판매되는 단독수입 제품이 대형 할인점에서 팔리는 병행수입 제품보다 평균 35% 비싼 가격에 팔리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차이는 TIPA가 백화점과 할인점에서 동일한 모델의 상품을 같은 날 구입해 가격을 비교한 결과다. 비교 대상에는 덴비·르크루제·조셉조셉·포트메리온·스타우브·빌레로이앤보흐 등 최근 유행하는 수입명품이 대거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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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할인점선 직수입, 유통마진 줄여

가격 비교 결과 영국제 명품 그룻 덴비 4개 제품은 독점업체 판매가격이 병행수입 제품보다 최저 40%에서 최고 59.3% 더 비쌌다. 악센트 샐러드 플레이트의 경우 백화점에선 25만8000원인데 반해 병행수입제품가격은 10만4900원으로 백화점 제품이 15만3100원 더 비쌌다. 백화점에서 한 세트를 살 돈이면 병행수입 매장에서 두 세트를 사고도 4만8200원이 남는 셈이다.

 국내에서 인기있는 포트메리온 역시 백화점에서는 여전히 비싸게 팔리고 있었다. 보타닉가든 파스타볼 세트는 백화점에서 21만2220원에 팔렸으나 병행수입업체에서는 11만900원에 팔렸다. 백화점 상품이 병행수입업체보다 47.7% 비싸게 팔리고 있다는 얘기다.

 이같이 그릇을 비롯한 해외 유명 주방용품은 병행수입에도 불구하고 백화점 가격을 크게 끌어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화장품은 백화점 가격이 병행업체보다 평균적으로 24% 비쌌다. 주방용품보다는 가격 격차가 좁혀져 있지만 일부 제품은 30~50%가량 백화점 가격이 높았다. 존바바토스 향수 제품인 아티산 블랙(125ml)은 백화점에서 11만3000원이고 병행수입업체에선 7만2980원이었다. 다른 생활용품도 여전히 백화점이 비쌌다. 양키 캔들 라지 향초(623g)는 백화점에서 4만5000원이었는데 할인점에선 2만4890원에 팔리고 있었다. 키플링 가방은 백화점에서 15만5000원에 팔리는 제품이 할인점에선 7만4900원에 팔렸다.

 올해는 수입품의 독점적 유통구조에서 거품을 빼기 위해 1995년 병행수입이 국내에 처음 허용된 지 20년이 지난 해다. 그런데도 생활용품으로 쓰이는 수입품 가격이 여전히 비싼 것은 소비자가 병행수입에 대해 잘 모르거나 알아도 병행수입 제품에 대한 불신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보다 병행수입이 30년가량 앞선 일본에서는 수입품의 40%가 병행수입을 통해 수입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독점업체의 견제와 짝퉁의 범람으로 병행수입이 크게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병행수입 시장은 연 2조원 규모에 그치고 있으며 그나마 이 가운데 30% 가량은 개인의 해외 직접구매를 통해 들어오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에 따라 관세청은 병행수입 활성화를 위해 2012년부터 통관인증제를 도입해 병행수입 제품이 정상적인 경로로 수입됐다는 의미로 통관표지를 부착해주고 있다. 올 5월부터는 통관표지가 위조되지 않도록 관세청 로고가 찍힌 통관표지를 도입해 ‘짝퉁(가짜 상품)’이 병행수입 제품으로 둔갑할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있다. 통관표지에는 QR코드가 부착돼 있어서 휴대전화로 스캔하면 물품정보를 소비자가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올 1월에는 산업통상자원부의 지원을 받은 한국병행수입업협회도 설립됐다. 병행수입 제품에 짝퉁이 뒤섞여 있다는 소비자 인식을 바로 잡고 병행수입 환경을 적극적으로 개선하기 위해서다. 이 단체 공병주 협회장은 “최대 1000개로 추정되는 병행수입업체 스스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협회를 설립했다”며 “정상적인 경로를 통해 구매한 진품만 국내에 유통되도록 병행수입 환경을 개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독점수입업체의 견제를 극복하고 병행수입 제품의 유통질서를 바로잡아 소비자가 안심하고 구매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인터넷에서 활동하는 병행수입업체 대부분은 직원이 5명도 안 되는 영세업체여서 환불이나 제품 보증을 받기 어렵다. 반면 통관표지가 부착된 병행수입업체의 제품이라면 적어도 짝퉁일 가능성은 작다. 통관표지에는 조폐공사의 첨단보안 기술이 숨어 있어서 가짜 표지는 상품 정보가 뜨지 않는다.

 이같이 짝퉁이 병행수입 제품으로의 둔갑을 막는 장치는 강화되고 있지만 TIPA 실태조사에서 나타난 것처럼 독점수입업체가 판매하는 수입품의 가격은 여전히 비싼 편이다. 그나마 최근 수입품의 거품이 조금 빠지고 있는 것은 대형마트·인터넷쇼핑몰·대형 소셜커머스 등 주요 유통업체가 병행수입에 직접 뛰어들면서다. 권혁규 TIPA 조사심사팀장은 “병행수입 제품이 늘고 있지만 여전히 소비자 불신으로 구매를 주저하는 경우가 많다”며 “병행수입제품과 짝퉁이 다르다는 점을 적극 알려서 소비자가 합리적인 가격으로 생활용품을 소비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관세청 홈피서 통관인증 병행수입 확인

 최근 할인점이 동종 수입제품 최저가 상품을 판매할 수 있는 원천도 병행수입 덕분이다. 유통망과 자본력을 갖춘 이들 업체는 병행수입업체를 거치지 않고 직수입하면서 유통 마진을 10% 넘게 줄였다. 유영한 관세청 특수통관과장은 “병행수입은 물가안정에 기여하고 소비자의 선택 기회를 넓히는 수단”이라며 “제품을 구입할 때 통관표지를 꼭 스캔해서 제품 정보를 확인하면 짝퉁을 사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병행수입 제품이 독점수입 제품과 다른 점이 있다는 점도 알아둬야 한다. 제품이 짝퉁이 아니라 제조업자가 만든 진품이지만 제품의 종류가 독점수입업체가 들여오는 정품과는 다를 수 있고 애프터서비스 수준에도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게다가 환율 변동에 민감한 고가품은 병행수입 자체가 안 된다. 공병주 협회장은 “샤넬·루이뷔통·에르메스 같은 브랜드는 전세계 직영점에서만 구매 가능한 독점적 판매채널로 이뤄져 있기 때문에 병행수입이 원활하지 않고 고가품의 경우 개별소비세 부과로 인해 수입 경쟁력이 없어 수입이 어렵다. 병행수입 제품은 고가품보다는 중저가 제품이 주축이다”고 말했다.

 어떤 제품이 통관인증을 받을 수 있는 병행수입 제품인지는 관세청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올 7월 현재 통관인증을 받고 있는 병행수입업체는 453개로 품목 수는 89개이다. 이들 제품은 주로 실생활에서 쓰는 주방용품·육아용품·신발·의류·가방·화장품·지갑·벨트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올해부터는 아우디·벤츠·BMW 등 자동차와 자동차부품, 애플의 태블릿PC, 질레트·쉬크 면도기에도 병행수입 통관표지가 붙고 있다. 통관인증제를 통해 국내로 들어온 제품 건수는 제도가 처음 도입된 2012년 1만3492건에서 지난해 170만7591건으로 증가했다.
 ※ 이 기사에서 당초 게재됐던 르크루제 무쇠냄비 22cm 사진은 현재 르쿠르제코리아에서 유통하고 있는 클래식 라인이 아니라 병행수입업체가 들여온 '시그니처 라인' 제품입니다. TIPA가 자료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혼선이 있었습니다.
 
김동호 선임기자 dong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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