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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현정의 High-End Europe] 위대한 부르고뉴 와인 - 그랑 크뤼 길(하)

부르고뉴를 부르는 또 다른 이름으로 코트 도르(Cote d’Or)가 있다. '황금의 언덕'이라는 뜻이다. 그랑 크뤼의 길을 따라 끝없이 이어진 포도밭을 보게 되면 그 말이 절대 과장이 아님을 떠올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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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포도밭을 가득 채운, 부르고뉴의 대표 포도 품종은 피노 누아(Pinot Noir)이다. 껍질은 두껍고 짙은 색을 띤다. 기후와 자연환경에 예민하여 부르고뉴를 벗어나면 재배가 어렵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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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모양으로 구별하는 부르고뉴 와인.

수확량도 적을 수밖에 없다. 타닌이 강하고 색과 맛이 진한 보르도의 카베르네 쇼비뇽(Cabernet-Sauvignon)에 비하면 와인을 만들었을 때 타닌과 신맛이 비교적 약하며 부드럽고 색도 연한 편이다. 그래서 와인을 사랑하는 사람들도 보르도 파와 부르고뉴 파로 나뉘기도 한다.  

부르고뉴에는 와인만큼 맛있는 음식도 많고 프랑스를 대표하는 최고의 식재료도 많다.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은 달팽이다. 과거 프랑스 음식이 한국에 처음 소개될 때 가장 많이 이야기꺼리가 되곤 했던 음식이다. 달팽이라고는 하지만 우리에게 익숙한 작은 골뱅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좋은 버터에 살짝 소테해서 먹는다. 샤블리(Chablis) 등의 화이트 와인과 잘 어울린다.

부르고뉴는 최고의 소고기와 닭고기가 생산되는 곳이기도 하다. 남쪽 마콩(Macon) 인근의 브레스(Bresse)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닭고기 산지이다. 농장에 방목된 흰 몸에 새빨간 벼슬을 가진 닭은 보기만 해도 너무나 프랑스스럽다. 풍부한 육즙과 깊은 맛이 자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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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르고뉴 와인닭찜 꼬꼬뱅.


닭고기를 이용하는 음식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대표적인 것은 역시 꼬꼬뱅(coq au vin)이다. 꼬꼬뱅은 그 이름 그대로 와인을 넣고 만든 닭찜이다. 어떤 와인이든 꼬꼬뱅의 재료가 될 수 있지만 부르고뉴 음식인 만큼 부르고뉴 와인을 주로 사용한다. 그래서 꼬꼬뱅은 누구나 즐기는 대중적인 음식이지만 어떤 와인을 넣느냐에 따라 최고급 요리로 변신하기도 한다. 그리고 그 요리의 재료가 된 와인, 혹은 그 마을의 와인과 꼬꼬뱅을 함께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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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소스를 곁들인 샤를레 소고기 스테이크.


최고의 샤를레(Charolais) 소고기도 마콩 인근 샤롤(Charolle) 마을에서 생산된다. 특유의 고급스러운 풍미와 부드러움이 자랑이다. 프랑스 사람들은 전통적으로 즐기는 육류가 다양하여 특별히 소고기를 즐기지 않는다. 하지만 샤를레 소고기라면 언제나 첫 번째로 꼽는다. 정성껏 만들어진 살코기를 와인 소스 등을 곁들여 즐긴다.  

소고기는 물론 다양한 요리에 곁들일 수 있는 겨자 소스인 머스터드도 최고의 것이 부르고뉴에서 생산된다. 바로 디종(Dijon) 머스터드이다. 디종은 옛날부터 운하를 따라 와인이 모여들던 교통과 상업의 요충지로 부르고뉴 공국의 중심도시였다. 그런데 운송·냉장 수단이 지금 만큼 발달하지 못했던 시절, 보관이 잘못되어 시큼하게 상한 와인으로 식초를 만들고 머스터드 소스를 만들기 시작했다. 디종 시내에는 머스터드 박물관이 있어 전문가와 함께 투어도 할 수 있고 다양하고 아기자기하게 준비된 수많은 종류의 머스터드를 구입할 수도 있다. 예쁜 병에 담긴 것들도 많아 선물용으로 적당하다. 브레스의 닭에 화이트 와인, 디종 머스터드를 이용해 만든 뿔레 가스통 제라드(poulet Gaston Gerard)도 꼭 먹어보기 바란다. 미식가였던 가스통 제라드 디종 시장 부부가 100년 전 쯤 만들어 낸 음식이다. 

이 외에도 부르고뉴에는 순대와 비슷한 방법으로 만드는 앙두이에뜨(andouilette) 소시지, 강에서 잡은 다양한 생선으로 만든 요리, 각 마을마다 내려오는 치즈도 있다. 부르고뉴를 대표하는 이 모든 맛있는 음식은 역시 그 지역의 부르고뉴 와인과 함께여야 더 맛있다. 그것이 와인과 음식 최고의 마리아쥬(marrige)를 즐기는 첫 번째 방법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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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