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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수 기자의 '학창시절'] 전교 1등 엄마들의 공통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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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이 먼저일까, 달걀이 먼저일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순환논증의 오류'를 이야기할 때 항상 등장하는 대표적인 예문입니다. 해묵은 닭과 달걀 공방이 아니더라도, 일상생활에서 순환논증의 오류가 빠질 때가 적지 않은데요. 요즘 저는 공부 잘하는 학생들을 거듭 만나며 그 비법을 묻다보니, 아이의 성적을 둘러싼 풀리지 않는 오류 하나에 빠져있습니다.

다름 아니라, 우등생의 비법과 관련된 내용입니다. 공부 잘하는 학생들을 만나보니 하나같이 '스스로 공부하는 습관'이 잘 들어있더군요. 공부가 잘 되는 시간과 방법을 잘 알고 있으니, 누가 시키지 않아도 그 시간이 되면 자신만의 방법으로 일정 분량을 학습합니다. 학생마다 학습 시간의 차이도 있고, 공부 방법도 제각각이지만 그저 자신을 믿고 반복하며 묵묵히 공부해나가는 건 우등생 모두가 꼭 닮았습니다.

아이의 습관은 부모가 만들어주는 거란 얘기도 있으니, 우등생의 부모님도 꼭 만나봅니다. 신기한 건 부모님의 성향도 비슷하다는 사실입니다. "아이를 공부하라고 채근한 적은 없어요" "아이 성적표 받고 깜짝 놀랐죠. 저도 학교 다녀봤지만 그런 성적은 못 받아봤거든요" "제가 TV 드라마 보고 있으니까, 아이가 '엄마 TV 소리 좀 줄여주세요'라고 하더라고요. 아이 눈치 보여서 '미안해'하고 TV 껐어요."

각기 다른 엄마에게 들은 얘기지만 이상하게 한 사람의 이야기같네요. 공부하란 잔소리 많이 하지 않고, 시험 기간이라고 아이를 닦달하기는커녕 몰래 TV 보다 들켜서 민망해하는 모습이 재미있습니다. 아이의 증언(?)도 별로 다르지 않습니다. "엄마가 도와주시는 거요? (한참 생각하다) 시험 기간에 TV 소리 줄여주시는 정도?"라고 말합니다.

처음엔 '아이가 워낙 잘하니까 엄마도 편안하게 지내나보다"라고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사례가 반복되니 '혹시 엄마가 아이를 편안하게 대해주니, 아이가 알아서 하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도 듭니다. 그리고 요즘은 후자의 생각이 더 맞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소위 교육 특구라는 곳에 가보면, 미취학 아동일 때부터 학원에 다니는 아이들이 흔합니다. 엄마의 삶도 아이의 학원 스케줄에 매어 있고 아이의 학년이 올라가면 엄마의 삶은 없어지고 아이를 보조하는 역할에 더욱 충실하게 됩니다. 그런데도 막상 1등을 하는 아이를 찾아보면 이런 '열성 엄마'보다는 '여유로운 엄마'가 많았기에, 아이의 성적과 엄마의 정성이 꼭 비례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우등생의 엄마들이 아이에게 무관심한 건 절대 아닙니다. 공부 잘하는 아이가 '나만의 공부 방법과 리듬'을 잘 알고 있는 것처럼, 그 엄마도 '내 아이의 스타일'을 잘 파악하고 있었습니다. 일반고에서 전교 1등을 하는 남학생의 엄마는 "주변에서 아이를 '과학고'나 '영재학교에 보내라고 하더군요. 성적은 과학고 진학이 가능했을지 몰라도, 제가 볼 때 우리 아이 성향에는 맞지 않았어요. 수학을 좋아하지만, 다른 역사나 경제에도 관심이 많은 아이였거든요. 고등학교 시절에 더 다양한 과목을 배우는 편이 나아보였거든요"라고 말합니다.

외고에서 1등을 하는 여학생의 엄마는 "아이가 어렸을 때 말이 빠르고 언어 배우는 걸 좋아했다"며 "좋아하는 과목과 싫어하는 과목에 대한 호불호도 강하니, 외국어 수업 시수가 많은 외고에 보냈다"고 합니다. 주변의 시선이나 아이의 성적에 맞춰 진학시키는 게 아니고, 아이의 성향과 스타일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 통찰력이 돋보였습니다.

아마 아이가 엄마에게 편안함을 느끼게 된 건 시험 기간에도 TV를 볼만큼 무신경한 모습때문은 아닌 것 같습니다. 중요한 순간에, 자신보다 더 자신의 성향과 적성을 정확히 파악하고 자신의 입장에서 판단을 내려주는 엄마의 성숙한 모습에 편안함과 여유를 느낀게 아닌가 싶습니다.

"내 아이가 1등한다면 나도 얼마든지 저렇게 편안하게 대해줄 수 있다"고 말씀하시는 학부모도 계실 겁니다. "우리 엄마가 나를 여유있게 대해주지 않고 채근하니 내가 공부를 못한다"고 불평하는 학생들도 있겠지요.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는 방법은 뭘까요. 아이부터, 엄마부터를 따질 게 아니라 '나부터' 바뀌어보면 어떨까요.

강남통신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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