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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의 왕' 그리스 총리, 물러난지 한 달 만에 압승

조기 총선을 통해 재신임을 받겠다고 한 달 전 총리직에서 물러난 알렉시스 치프라스(41)가 다시 총리가 됐다. 선거 전날까지도 박빙 승부로 예측됐으나 투표함을 열어보니 압승이었다. 그로선 올 1월 총선과 7월 긴축안 찬반 국민투표에 이은 세 번째 승리다. ‘선거의 왕’이란 걸 입증한 셈이다.

20일 총선에서 치프라스가 이끄는 시리자(급진좌파연합)가 35.5%를 득표, 원내 300석 중 145석을 차지했다. 1월 총선(36.3%, 149석)보다 다소 줄어들었지만 보수정당인 신민주당(28%, 75석)과의 차이는 여전했다. 시리자 내 강경파 의원 25명이 긴축안 수용에 반대해 탈당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선전한 것이다. 다만 투표율 측면에선 열기가 다소 줄었다. 지난 총선 때보다 8%포인트 준 55%로 그리스에선 낮은 수준이다. 치프라스는 민족주의 계열의 소수정당(ANEL·10석)과 연정을 구성할 예정이다.

그는 당선 후 연설에서 “정직과 근면으로 우리는 노동자 계급을 위해 노력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수년간 이 나라를 지배해온 부패와 기득권을 없애라는 국민들의 명확한 위임을 받았다”며 “앞으로 4년 간 얼마나 우리들이 효율적으로 일했는지 (유권자들이)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1월 반(反) 긴축을 내걸고 당선됐지만 7월 860억 유로(약 115조원) 규모의 3차 구제 금융 협약을 체결하면서 혹독한 긴축안을 받아들였다. 이 과정에서 독일 등의 반감을 샀고 경제도 역주행 했다. 난민 사태에도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그럼에도 승리한 건 그가 다른 이들보단 낫다는 평가 때문이다. 은퇴한 수학 교사인 코스타스 카프니사키스(64)는 “그의 U턴에 대해 실망스럽다. 그러나 여전히 그가 옛날 사람들보단 낫다고 여긴다”고 말했다.

치프라스로선 어려운 집권기가 될 것이다. 영국 BBC방송은 “새로 선출된 총리는 누구도 부러워하지 않은 미결 서류함을 들고 있다”고 표현했다. 다음달부터 시작 예정인 구제금융 1차 실사에 맞춰 100여개 개혁 정책 입법과 시중 은행 자본확충, 내년 예산안 편성 등 험난한 과제를 앞두고 있어서다. 하지만 원내 8개 당 중 극우인 새벽당(18석)과 공산당 계열인 KKE(15석)을 빼곤 긴축안의 필요성을 인정한다는 점이 위로가 될 수 있다. 치프라스를 떠났던 의원들이 결성한 민중연대가 2.8%의 득표에 그쳐 원내 진출 문턱(3%)을 넘지 못한 것도 위안이다. 전문가들은 “개혁 이행안을 위한 정치적 안정성을 확보했다”고 평가했다.

런던=고정애 특파원 ock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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