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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평화 권리 침해” 대규모 위헌 소송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이 위헌 논란과 국민 반발을 무시한 채 19일 참의원 에서 안보법안을 강행 처리한 데 따른 후폭풍이 거세다. 전국 곳곳에서 항의 시위가 이어지고 헌법학자들은 위헌 여부를 가리는 소송을 준비 중이다. 야당들은 내년 7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반(反)아베’ 연대를 확대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

 도쿄 지요다(千代田)구 국회의사당 앞에서는 19일 오후 300여 명이 항의 시위를 벌였다. 참가자들은 “평화를 요구하는 끈질긴 투쟁을 계속하자” “잠자코 있으면 우리의 뜻이 전해지지 않는다. 아이들과 손자들에게도 얘기하자”며 결의를 다졌다. 회사원 하시모토 다카시(橋本隆·50)는 “오히려 오늘 목소리를 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집회에 나왔다”며 “법은 통과됐지만 지금부터가 진짜 싸움”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교토(京都)에서는 고등학생 단체 ‘교토민주주의학교(School Of Democracy In Kyoto)’가 항의 시위를 주도했다. 고교생 30여 명과 시민 등 700여 명이 도심을 행진하며 안보법 폐지를 촉구했다. 학생들은 랩 조로 “강행 표결, 굉장히 짜증 난다”고 외쳤다. 나고야(名古屋)에서도 60여 명이 아베 정권 퇴진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69세 남성은 “법안이 성립됐다고 시위에 참가하지 않으면 지금까지 주장한 반대의 의미가 약해진다”고 했다. 아사히신문은 20일자 사설에서 “지금 아베 정권은 일본이 전후 70년에 걸쳐 쌓아온 이념과 규범을 벗어던지고 알몸을 드러낸 적나라한 권력의 모습”이라고 비난했다.

 안보법을 백지화하기 위한 각종 소송도 준비 중이다. 헌법학자인 고바야시 세쓰(小林節) 게이오(慶應)대 명예교수 등은 헌법 전문에 있는 ‘평화롭게 생존할 권리’가 안보법의 성립으로 침해되고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며 국가배상청구 소송을 검토하고 있다. 1000명 규모의 변호인단 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야마나카 미쓰시게(山中光茂) 미에(三重)현 마쓰사카(松阪) 시장과 그가 결성한 시민단체 ‘피스 윙(Peace Wing)’은 올해 안에 위헌 확인 소송을 내기로 했다. 이미 전국적으로 500여 명이 소송 참가 의사를 밝혔다.

 내각 불신임결의안 등을 제출하며 막판까지 법안 저지에 총력을 기울였지만 의석 수 열세로 실패한 야당은 내년 7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정권 교체를 위해 협력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시이 가즈오(志位和夫) 공산당 위원장은 19일 기자회견에서 “헌법 위반인 전쟁법을 폐지하고 아베 정권을 타도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다른 야당에 협력을 호소하겠다”고 했다. 각종 선거에서 독자 행보를 보이며 가장 선명하게 반아베 노선을 유지해온 공산당이 민주·유신·사민·생활당 등과 내년 참의원 선거에서 연대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시이 위원장은 선거구에 따라선 공산당 후보를 내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까지 내비쳤다.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민주당 대표는 같은 날 도쿄 긴자(銀座)에서 열린 항의집회에서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정당을 만들어내는 시발점으로 삼고 싶다”며 선거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민주당은 반대 시위를 주도해온 대학생 단체 ‘실즈(SEALDs)’와의 협력도 강화할 방침이다.

 한편 안보법안을 강행 처리하는 데 성공한 아베 총리는 21일로 취임 1000일과 61세 생일을 동시에 맞았다. 2차 아베 내각은 2012년 12월 26일 출범했다. 2006~2007년 1차 내각까지 포함하면 총 재직일수는 1366일에 이른다. 이케다 하야토(池田勇人) 전 총리의 1575일에 육박한다. 아베는 19일 밤부터 야마나시(山梨)현 별장에 머물며 골프를 치는 등 휴식 중이다.

 ◆남수단에서 자위대 임무 확대=일본 방위성이 안보법 성립 직후 자위대 해외 임무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고 NHK 방송이 20일 보도했다. 아프리카 남수단에 파견돼 유엔 평화유지활동(PKO)에 참여하고 있는 육상자위대 부대에 주둔 중인 다른 나라 부대가 무장집단의 공격을 받을 우려가 높은 경우 직접 출동해 무기를 써서 경호하는 이른바 ‘출동 경호’ 임무를 새롭게 맡긴다는 계획이다. 방위성은 자위대 부대가 행동할 수 있는 지리적 범위와 휴대할 수 있는 무기의 종류, 사용 방법 등을 임무별로 정한 ‘부대 행동 기준’을 정비하기로 했다. 현재 남수단에서 활동하고 있는 부대는 12월 교체할 예정이며 이르면 이때 새롭게 파견되는 부대에 추가 임무를 맡기기 위해 훈련을 실시할 계획이다.

도쿄=이정헌 특파원 jhleehop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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