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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일 대립 심해져 … 한국 역할 더 중요해졌다”


“아베 총리가 기어이 미·중 간, 중·일 간 갈등을 키울 ‘불화(不和)의 수’를 던졌다. 이제 우리의 과제는 이를 ‘화합의 수’로 되받는 것 아니겠느냐.”

 일본의 방위안보법안 참의원 통과 강행에 대해 20일 외교부 당국자가 한 말이다. ‘전쟁할 수 있는 일본’이 동북아 외교 지형에 미칠 영향을 놓고 복잡한 수 싸움이 시작됐다. 미국·중국·일본을 상대로 한 한국의 외교 셈법은 더 복잡해졌다.

 정부는 일본의 안보법제 통과를 직접 비판하지 않았다. 참의원 처리 직후인 지난 19일 오전 2시53분 외교부 노광일 대변인이 논평을 내고 “평화헌법의 정신을 견지하며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투명하게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반도 안보 및 우리 국익 관련 사안에서는 우리의 요청이나 동의가 없는 한 일본의 자위권 행사는 용인될 수 없다”고 강조하면서다. 우려가 들어 있긴 하지만 즉각 환영한 미국과도, 비판한 중국과도 결이 다르다.

 한국으로선 한·미·일 대북 안보 공조를 생각하면 일본의 재무장을 대놓고 비난할 순 없다. 하지만 역사 왜곡을 일삼는 가운데 군사적 야심까지 드러내는 일본을 환영할 수 없는 것은 중국과 같은 심정이다.

 이런 고민은 안보법 통과를 전후한 윤병세 외교부 장관의 행보에서도 드러난다. 안보법 가결이 사실상 확정된 지난 17일 한·미 친선의 밤 행사에서 윤 장관은 “천하무적”이란 표현까지 써가며 한·미 동맹의 공고함을 강조했다. 바통을 이어받은 마크 리퍼트 주한 미 대사는 “윤 장관의 말대로”란 표현을 세 차례나 써가며 한·미 관계가 역대 최상이라고 맞장구를 쳤다. 외교부 당국자는 “대통령의 방중 이후 불거진 중국 경사론을 불식하고 일본이 우리에게 영향을 줄 만한 군사 야욕을 펴지 못하도록 한·미 동맹으로 제어하겠단 의지를 보인 것”이라고 전했다.

윤 장관은 20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한·일 축제한마당’ 축사에서 한·일 관계에 대해 “전 세계 어느 지역을 봐도 이웃 국가들 간에 크고 작은 긴장과 마찰이 없는 곳은 없다”며 미래에 방점을 찍었다. 반면 “올바른 역사 인식을 토대로 국교 정상화 50주년이 새로운 미래를 여는 전기가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경고도 잊지 않았다. 정부 관계자는 “안보법 통과가 한·일 관계 개선의 장애물이 되지 않도록 우리 정부도 노력할 것이고 일본도 그렇게 해야 한다는 촉구”라고 설명했다.

 일본의 안보법제라는 새로운 외교 환경에서 전문가들은 한국의 외교력이 더 중요해졌다고 분석했다.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남광규 교수는 “미·중 관계에서 일본 변수가 더 커졌고 동북아 패권을 둘러싼 중·일 간 대립은 심해지게 됐다”며 “한국이 중간에서 기민하게 매개 역할을 하며 외교적 공간을 넓히는 것이 가능하다. 다자 관계를 잘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10월에 도발하더라도 과거처럼 한·미·일 대 중국으로 입장이 갈릴 가능성은 크지 않다. 냉전적 질서가 계속 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국립외교원 김한권 교수는 “이제 명시적으로 동북아에서 미국·일본·중국 모두로부터 전략적 신뢰를 얻는 국가는 한국밖에 없게 됐다. 동북아 긴장을 낮추기 위한 한국의 전략적 연결고리 역할이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25일의 미·중 정상회담, 10월 16일 한·미 정상회담, 10월 말~11월 초 한·중·일 3국 정상회의가 동북아 외교의 분수령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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