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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확 풀어 ‘금융 매력’ … 중국 밖 위안화 허브 노려라


이탈리아 화장품 제조사 ‘인터코스’는 지난해 말 판교 테크노밸리에 연구개발(R&D)센터를 열었다. 로레알·샤넬·디올 등 세계적 브랜드에 색조 화장품을 공급하는 회사로 이 분야에서 점유율 세계 1위다. 인터코스가 한국에 R&D센터를 둔 건 중국 시장을 겨냥해서다. 한데 이 회사는 이미 2001년에 중국 현지법인과 공장을 설립했다. 그런데도 굳이 한국 투자를 결정한 이유는 뭘까. 김왕배 한국법인 대표는 “중국 시장에서 뛰어난 경쟁력을 보인 한국 화장품 산업과 협력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과거 중국에 세운 공장이 수출 기지였다면, 한국의 R&D센터는 중국 내수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발판이라는 얘기다. 대륙을 홀린 한류와 화장품의 힘이 한국을 ‘아시아 뷰티 허브(hub)’로 거듭나게 만든 셈이다.

 국가와 도시, 산업의 매력은 전 세계에서 사람과 돈을 끌어당긴다. 이는 허브를 만든다. 그 정점이자 가장 진화한 형태는 ‘금융허브’다. 대표적 고(高)부가가치 서비스업인 금융이 꽃피면 전 세계에서 인재와 자금이 몰리고, 교육·의료·문화 분야에서 다양한 일자리도 생겨난다. 뉴욕·런던·싱가포르·홍콩 등 가장 경쟁력 있고 매력적인 도시들이 공통적으로 써온 ‘성공 방정식’이다.

 한국도 국가 전략으로 2003년 ‘동북아 금융허브 추진방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12년째 제자리걸음이다. 가시적 목표였던 세계 50대 자산운용사 지역본부 유치는 여태껏 단 한 건도 성공하지 못했다. 오히려 퇴보하는 모습도 보인다. 연초 영국계 은행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는 한국 지점을 철수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HSBC는 국내에서 2013년 소매금융 사업을 접었다.

 정부가 금융허브 추진 성과로 내세우는 건 주로 하드웨어다. 서울·부산을 ‘금융 중심지’로 지정하고 초고층의 금융센터도 지었다. 그러나 정작 핵심적인 문제는 소프트웨어에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진재욱 하나UBS자산운용 싱가포르 법인 대표는 “금융허브의 공통적인 특징은 철저한 법치주의, 일관된 정책, 개방적 문화”라면서 “해외 금융사는 불투명한 규제와 경직된 노동시장, 외국자본에 배타적인 문화를 한국 진출의 ‘숨은 비용’으로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서비스산업 발전을 통한 허브화가 한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전략적 중요성은 갈수록 커질 전망이다. 그간 한국 경제의 성장을 뒷받침해온 제조업과 수출 중심의 ‘무역의 시대’가 저물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무역규모 증가율은 2010년 13%에서 2011년 6.8%로 떨어진 뒤 3년 연속 3% 안팎에 머무르고 있다. 금융연구원 박해식 선임연구위원은 “단순한 경기순환의 문제가 아니라 중국의 성장 둔화와 경제 구조개혁 등으로 세계 교역량이 구조적으로 정체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허브화를 위해선 금융·의료·교육 등 서비스산업의 규제 개혁 속도를 더욱 높여야 한다.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 원장은 “싱가포르가 해외 유명 의료기관을 유치해 연간 120만 명의 의료 관광객을 불러들이는 동안 의료 수준이 훨씬 높은 우리나라를 찾은 의료관광객은 20만 명대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변화에서도 돌파구를 찾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안유화 전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이 경제구조 개혁 차원에서 추진하는 금융시장 개방과 위안화 국제화가 앞으로 큰 기회가 될 것”이라며 “중국과의 인접성, 투자의 편리성이란 장점을 극대화하고 기업 구조조정의 경험을 특화해 위안화 역외 허브로 자리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중앙일보·경희대 공동 기획
◆특별취재팀=윤석만·조민근·조현숙·남윤서·노진호·정종훈·백민경 기자, 김다혜(고려대 영문학과)·김정희(고려대 사학과) 인턴기자 sam@joongang.co.kr
◆경희대 연구팀=정진영(부총장)·정종필(미래문명원장)·지은림(교육대학원장)·김중백(사회학)·이문재(후마니타스칼리지)·이택광(문화평론)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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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