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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금 50만원 내게 만든 그놈 죽이려”…김일곤, 복수극 이용 위해 여성 납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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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피해자였는데 가해자로 돼서 벌금 50만원 내려졌고 ○○○ 그놈으로 인해…내가 ○○○을 죽이기 위해, 내가.”

 19일 오후 서울 성동경찰서 현관 앞. ‘트렁크 시신’ 살해 피의자 김일곤(48·사진)은 이날 서울동부지법에서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받으러 가기 앞서 취재진 앞에 섰다. 김은 “할 말이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영등포 폭행사건의 판사님한테 탄원서를 올린 것을 보면 알 것”이라며 입을 열었다. 그는 누군가의 이름을 외치다 형사들에 의해 호송차에 태워졌다.

 김일곤은 당초 살해 피해자인 A씨(35·여)가 아닌 다른 사람을 살해하려고 구체적인 계획까지 세웠던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대상자는 김이 메모지에 적어놓았던 28명 중 한 명이었다. A씨를 납치한 것도 살해 대상자를 유인하는 데 이용하기 위한 것이었다.

 20일 서울 성동경찰서에 따르면 김일곤은 올해 5월 초 영등포구 대림동에서 차량 접촉사고로 20대 남성인 K씨와 시비가 붙었고 이 사건으로 벌금 50만원을 물게 됐다. 하지만 자신이 피해자라고 생각한 김은 지난 6월 초부터 K씨가 일하는 노래방과 집을 일곱 차례 찾아가 “벌금을 대신 내라”고 요구했다. 8월 초에는 흉기를 들고 K씨를 찾아갔으나 K씨가 욕설을 하며 김을 쫓아냈다.

 경찰은 “영장실질심사 후 김을 조사한 결과 그가 K씨에게 해코지할 방법을 찾다가 여성을 활용한 복수극을 계획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여성을 납치한 뒤 노래방 종업원으로 일하는 K씨에게 ‘도우미로 일하겠다’고 전화를 걸게 해 그를 유인하려 했다는 것이다. 김은 이를 위해 지난 9일 오후 충남 아산의 한 대형마트 주차장에서 피해자 A씨를 흉기로 위협해 차량과 함께 납치했다.

 김일곤은 경찰에서 “A씨가 고분고분하게 말만 들었다면 죽일 마음이 전혀 없었다”며 “A씨가 도망을 치자 욱하는 마음에 목을 졸라 죽였다”고 말했다. 김은 또 “A씨를 살해한 후 K에 대한 복수가 불가능해졌다는 분노 때문에 시신을 훼손했다”고 진술했다. 성동구의 한 빌라 주차장에 주차돼 있던 차량 트렁크에서 발견된 A씨 시신에선 복부와 목 주변에 흉기로 베인 흔적이 발견됐다. 김이 이른바 ‘살생부’ 작성으로 보복범죄를 계획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김민관 기자 kim.minkw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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