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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차 경적 대신 돌 놓는 소리 … 100대 1000 ‘광화문 수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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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서울 차 없는 날 바둑행사’가 20일 오전 서울 세종로공원과 세종문화회관 주변에서 열렸다. ‘100대(對) 1000 지도 다면기(多面棋)’ 행사에 참가한 프로기사와 시민들이 바둑을 두고 있다. [신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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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에 참가해 대국을 하고 있는 홍석현 한국기원 총재(중앙일보·JTBC 회장), 박원순 서울시장, 가수 김장훈, 김지석 9단, 조훈현 9단, 최정 6단(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신인섭 기자]

“아직 나이가 어린데 수읽기가 예사롭지 않아요. 재능이 있는 것 같습니다.”

 바둑판을 찬찬히 훑어보던 프로 바둑기사 김선호(31) 2단이 흰 돌을 올려놓으며 말했다. 마주 앉은 구리 동인초등학교 6학년 정성수(11)군은 신중한 표정으로 바둑판을 응시하고 있었다. 잠시 바둑판 이곳저곳을 살펴보던 성수군은 검은 돌을 집어들더니 거침없이 수를 이어 나갔다.

 두 시간 넘게 계속된 승부는 아홉 점을 접고 시작한 성수군의 승리로 끝났다. 김 2단은 “나이에 비해 침착하고 실수도 적어서 발전 가능성이 크다”며 “다음부터는 프로기사와 둘 때도 아홉 점이나 접을 필요가 없을 것 같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성수군은 “바둑을 좋아해서 부모님과 함께 아침 일찍 왔다”며 “프로기사가 되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20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옆 공원과 광화문 일대에서 열린 ‘2015 서울 차 없는 날 바둑행사’에는 이른 아침부터 바둑팬 1000여 명이 모여들었다. 준비한 자리가 부족할 정도로 열기가 뜨거웠다.

 이날 바둑 축제의 백미는 오전 11시부터 세 시간가량 진행된 ‘100대(對) 1000 지도 다면기’였다. 다면기(多面棋)는 프로 바둑기사 등이 하급자 여러 명과 동시에 대국하며 바둑을 지도하는 것을 말한다. 지난해 ‘1004 다면기’ 행사에 이어 올해도 기사 100명과 바둑팬 1000명이 함께하는 다면기가 펼쳐졌다. 특히 부모의 손을 잡고 나온 어린 바둑 유망주들이 ‘한 수’를 배우기 위해 프로기사들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조혜정(33)씨는 “프로기사에게 바둑 지도를 받을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라며 “얼마 전 바둑을 배우기 시작한 딸아이와 함께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 올해는 프로기사 못지않게 실력이 뛰어난 팬들이 많아 기사들이 진땀을 흘리기도 했다. 손근기(27) 5단은 “열 판 중에 두세 판 정도는 진 것 같다”며 “이렇게 실력도 좋고 바둑을 사랑하는 팬들과 야외에서 바둑을 즐길 수 있어서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오후 1시부터는 ‘2015 차 없는 날’ 행사 홍보대사인 조훈현 9단·김지석 9단·최정 6단의 사인회가 열렸다. 바둑팬들은 사인회 30분 전부터 사인을 받을 바둑판을 들고 100m 넘게 줄을 섰다. 조훈현 9단은 “평소엔 차로 붐볐던 광화문 거리가 축제 현장으로 바뀌고, 그 자리에 바둑판들이 놓여 있는 걸 보니 참 뜻깊고 기쁘다”며 “찾아주신 바둑팬들에게 고마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또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공원 입구에선 한국 현대바둑 70주년을 기념하는 사진전이 열렸다.

 앞서 이날 오전 11시에 열린 개막식에는 주최 측인 서울시의 박원순 시장, 행사를 공동 주관한 한국기원의 홍석현 총재(중앙일보·JTBC 회장), 후원사인 KB금융그룹 윤종규 회장, 가수 김장훈 등이 참석했다. 홍 총재는 “1000명이 넘는 애기가(愛棋家)들과 바둑기사들이 수담(手談)을 나누는 걸 보니 가슴이 뿌듯하다”고 인사말을 했다. 박 시장은 “차 없는 날 바둑행사에 많은 시민이 함께 해주셔서 감사드린다”며 “내년 바둑행사도 잘 준비해서 제대로 된 바둑박람회로 거듭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글=윤정민 기자 yunjm@joongang.co.kr
사진=신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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