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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애의 유레카, 유럽] 국경 열었다 닫았다 … 유럽 난민 폭탄 돌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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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현지시간) 터키 서부 접경인 에디르네에서 시리아 난민 소년이 난민 이동을 차단한 경찰들 앞에서 바이올린을 켜고 있다. 난민들은 그리스가 난민을 받아줄 것이란 소문에 이곳으로 몰려들었다. [AP=뉴시스]


19일 하루에만 오스트리아 땅을 밟은 난민이 1만3000명이 넘는다. 헝가리·슬로베니아·크로아티아 사이를 오가던 이들이다.

 한때 세르비아-헝가리 노선이 논란이 됐다. 헝가리의 우파 정부가 철조망을 세운데다 철조망을 훼손하기만 해도 강력 처벌하는 새 이민법을 발효했고 15일엔 강제로 철조망을 넘으려는 난민들을 향해 최루가스와 물대포를 쏘는 일련의 조치를 취하면서다.

 크로아티아 정부가 직후 ‘안전한 통로’가 돼주겠다고 했다가 16일 당일에만 1만3000여 명이 몰려들자 국경 통제에 나섰다.

 슬로베니아도 유사했다. 미로 세라르 총리가 “북유럽으로 가는 통로 제공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한 뒤 수백 명의 난민이 슬로베니아 경찰 저지선을 뚫으려고 하자 경찰이 후추가스를 사용했다.

 독일을 비롯, 한때 난민들을 환영하던 국가들도 속속 국경 통제에 나서고 있다.

 이로 인해 유럽 곳곳에서 지정학적 갈등선이 드러나고 있다. 더욱이 “유럽이 대규모로 난민들을 받아들이기 전까진 혼란은 계속될 것”(영국 가디언)이란 전망이기도 하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의 최대 난제다.

  난민 전문가들은 “난민들은 고향 근처에 머물고 싶어 한다”고 말한다. 언제든 귀향할 수 있도록 말이다. 그럼에도 최근 유럽행을 시도하는 건 5년째인 시리아 내전이 끝날 기미가 안 보이는데다 요르단·레바논·터키 등 난민 캠프 상황이 열악해지고 있어서다. 특히 시리아 난민들의 경우 유엔 유관 단체들이 필요로 하는 올 예산이 45억 달러(5조2700억원)인데 37%만 확보한 상태다. 한 난민은 “어차피 죽을 바엔 여기서 서서히 굶어 죽느니 (유럽으로 가는) 길에서 빨리 죽는 게 낫다”(뉴욕타임스)고 말했다.

  독일은 경제적 요인 때문에라도 난민들이 필요하다. 현재 8200만 명으로 유럽 인구 최다국이지만 45년 후엔 1200만 명 줄어 영국(7700만 명)·프랑스(7200만 명)에 이은 3위(7000만 명)으로 추락한다는 전망이 나올 정도로 저출산·고령화가 심각하다. 독일을 대표하는 경제학자인 한스-베르너 진이 “난민을 받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다. 그러나 예상을 상회하는 유입 속도에 가장 먼저 국경 통제에 나섰다. 이웃 국가들에겐 난민 쿼터제를 받으라고 압박하고 있다. 동시에 난민 혜택을 대폭 줄이는 난민법을 마련 중이기도 하다. 독일 내에서 점차 “독일이 난민들을 모두 구할 순 없다”는 목소리가 점차 강해지고 있다.

헝가리 등 동유럽이 난민 문제에 엄격한 것 때문에 동서 갈등이 재연되고 있다. “공산권인 동유럽 국가들이 아직 인류애란 서구적 가치를 받아들이지 못했다”는 비난도 나온다. 동유럽은 그러나 소비에트 점령기 경험으로 국경·국가에 대한 상대적으로 강한 민족주의적 입장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가난해서 여력이 안 된다는 반론도 거세다.

고정애  특파원  ock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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