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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 간 교황 “미국과 관계 회복은 전 세계 화해 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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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왼쪽)이 19일 라울 카스트로 의장과 함께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아바나 AP=뉴시스]


프란치스코 교황이 역사적인 열흘간의 쿠바·미국 순방 일정에 나섰다. 그동안 자본주의 폐해와 환경파괴 등 전지구적 이슈에 대해 목소리를 내온 교황이 이번 방문에서 어떤 발언을 할지가 관심사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미국 방문에 앞서 19일(현지시간) 쿠바를 찾았다. 교황은 미국과 쿠바의 관계 정상화 과정에서 막후 중재자 역할을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일 쿠바 아바나 혁명광장에서 미사를 집전하는 것으로 쿠바에서의 공식 일정을 시작했다. 이날 혁명광장에는 교황을 알현하려는 시민 수만 명이 몰렸다. 전용차 ‘포프모빌’을 탄 교황은 거리의 시민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했다. 이날 오후에는 아바나 혁명궁전을 찾아 라울 카스트로 국가평의회 의장과 환담했다. 피델 카스트로 전 의장과도 만날 예정이다.

 교황은 전날 오후 쿠바 호세 마르티 국제공항에 도착해 라울 카스트로 의장의 영접을 받았다. 카스트로 의장은 교황이 쿠바와 미국의 관계 회복을 도와준 데 대해 감사의 뜻을 전했다. 교황은 “오늘 우리는 협력과 친교의 연대를 새로이 하고자 한다”며 “교회는 쿠바 국민을 계속 지지하고 격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과 쿠바의 관계 회복은 전 세계 화해의 모델”이라며 “양국 정치 지도자들은 자국 국민과 미주 대륙 사람들의 평화와 안전을 위해 꾸준히 관계 회복을 추진해나가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교황은 21~22일 쿠바 동북부 도시 올긴과 남부 도시 산티아고의 엘코브레 성모 성지를 방문한 뒤 23일 미국으로 떠난다.

 이번 순방의 하이라이트는 24일 미국 상·하원 합동연설과 25일 국제연합(UN) 총회연설이 될 전망이다. ‘자본주의의 심장’인 미국의 위상을 감안하면 그동안 성찰 없는 자본주의에 대해 날 선 비판을 해온 교황이 어떤 메시지를 전할지 관심이 쏠린다. 교황은 2013년 발표한 교황 권고문에서 “규제 없는 자본주의는 새로운 독재”라고 했고, 지난 7월 볼리비아 방문에서는 “물신숭배의 대상이 된 돈은 ‘악마의 배설물’”이라고 말했다.

 지난 6월 가톨릭 역사상 처음으로 생태와 환경에 대한 교황회칙을 발표한 교황은 유엔총회 연설에서도 기후변화협약과 개발의제에 대한 메시지를 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낮은 곳을 향하는’ 교황의 행보도 관심거리다. 교황은 25일 뉴욕 할렘의 가톨릭계 초등학교를 찾아 이민자와 난민들을 만날 예정이며, 27일엔 필라델피아의 교도소 재소자들을 만나는 등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끌어안는 행보를 계속할 예정이다. 이민과 종교자유를 주제로 한 필라델피아 독립홀 연설에서는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이 게티즈버그 연설에서 사용한 연단에 선다.

 미국 대선전이 뜨거운 상황에서 교황의 방미는 미묘한 파장을 일으킬 전망이다. 경제지 인터내셔널비즈니스타임스는 최근 “공화당이 ‘반(反)자본주의’ 주장을 설파하는 교황의 방문을 반기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공화당 폴 고사르(애리조나) 하원의원은 “교황의 기후변화에 대한 시각에 반대한다”며 의회연설을 보이콧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동현 기자 offarm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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