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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일본의 안보정책 변화, 각론으로 대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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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영
동서대 일본연구센터소장
전 외교통상부 동북아국장

일본이 드디어 금단의 영역으로 첫발을 내디뎠다. 지난주 말 아베 정권이 국회에서 밀어붙이기로 통과시킨 안보법안의 내용은 그동안 금기시됐던 집단적 자위권의 해금이 핵심이다. 일본이 직접 공격받지 않더라도 다른 나라를 지원한다는 명목으로 군사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일본 정부는 새로운 법안이 헌법 제9조의 틀 속에 머물러 있으며 전수방위(專守防衛)의 원칙을 계속 견지하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일본에서 벌어지고 있는 위헌 논쟁을 볼 때 이러한 설명에 설득력이 없음은 너무도 자명하다. 일본은 이제 안보정책의 근본적 변화와 함께 보통국가로 탈바꿈했다고 봐야 한다.

 여기에다 이러한 변화를 역사 수정주의적 언동을 반복해온 아베 정권이 이끌고 있다는 사실이 문제다. 한국·중국 등 주변국과 충분한 신뢰관계를 결여한 채 안보정책의 변화를 추진하는 것은 결국 일본의 국익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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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다고 일본이 과거사를 제대로 반성하기만 하면 우리는 일본의 변화를 그대로 용인할 수 있을까. 그럴 수는 없을 것이다. 역사 문제와 안보 문제는 다르기 때문이다. 과거사 문제에서 따질 것은 제대로 따지는 단호한 대응을 하되, 안보 문제는 어디까지나 안보의 논리로 분리해 다루어야 한다.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은 결국 우리 자신의 안보정책 문제로 귀결된다. 지금까지 한국의 안보 에서 일본은 투명인간과도 같은 존재였다. 아베 총리가 말했듯이 일본은 군사적으로 금치산자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보통국가로 거듭난 일본을 중요한 변수로 추가해 우리의 안보정책을 새롭게 다듬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우리 정부는 한국의 요청이나 동의가 없는 한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6·25전쟁 당시 일본은 미 군정 당국의 요청에 따라 원산과 인천 앞바다에서 기뢰제거 작전을 수행했다.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총부리를 겨눴던 적국 일본을 불과 5년 만에 작전 보조 역할로 활용했던 것이다. 지금은 미군과 자위대가 사실상 일체화됐다고 할 정도로 긴밀한 상황인 만큼 한반도 유사시에 미국은 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적극적으로 일본의 군사적 능력을 활용하려 할 것이다.

 게다가 첨단기술의 발달로 한·미·일 3국의 군사적 연계가 점점 깊어지고 있다. 예를 들어 국방과학연구소가 개발한 한국형 합동전술데이터링크체계는 미군의 데이터링크체계인 Link-16과 상호운용이 가능하다. 일본도 해상자위대와 항공자위대는 Link-16으로 이미 미군과 연결돼 있고 앞으로 육상자위대까지 연결할 예정이다. 이러한 기술적 측면을 생각하면 미국이 주도하는 군사작전에 한국과 일본이 협조하는 것 이외에 다른 대안이 없어 보인다.

 그런데도 우리가 ‘한국의 동의’가 필수적이라는 ‘총론’만 되풀이하고 있어서는 곤란하다. 실제 상황이 닥쳤을 때 기세 좋게 내세우던 ‘총론’은 흐지부지 무너지고 ‘각론’에서 군사기술적 요구에 떠밀려 일본과 협력하지 않을 수 없게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렇다면 지금 시급한 과제는 구체적으로 어떠한 경우에 동의하고 어떠한 경우에 동의하지 않을 것인지 세부적으로 검토하는 일이다.

 예를 들어 일본이 특히 우수성을 가지고 있는 대잠수함 초계 능력, 기뢰 제거 능력을 실용적으로 활용해야 하며 정찰위성 4기를 보유한 일본의 정보 능력도 활용하는 방향으로 생각해야 한다. 군사정보 교류, 상호 군수지원, 유사시 일본인 철수 문제 등이 검토 과제로 등장할 것에도 대비해야 한다.

 반면 전시작전권을 미국이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이 미군과 자위대의 일체화된 구조에 지나치게 깊이 빨려 들어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미·일 양국과 중국이 서로 억지력의 강화를 내세우며 견제하고 있는 동아시아 정세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입장에서는 미국·일본과의 협력을 통해 대북억지력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남북관계의 진전과 한·중 국방 교류협력의 촉진을 위해서도 노력해야 한다.

 앞으로도 한·일 양국이 적극적인 안보 협력관계로 가기에는 엄연한 한계가 존재한다. 특히 아베 정권의 보수우파적 색채를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전면적 협력관계보다는 제한적 협력관계가 현 상황에서 대일정책의 적절한 목표 수준일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일본과 실무적인 차원의 안보대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평시와 준전시, 전시를 망라한 다양한 상황에서 한국과 일본이 무엇을 함께하고 무엇을 함께할 수 없는지 구체적인 지침을 사전에 합의해두어야 한다. 이는 일본의 새로운 안보정책이 투명하게 추진되도록 담보하는 수단이기도 하다.

 한·일 외교·국방 당국의 국장급이 참여하는 안보정책협의회가 5년 동안 중단됐다가 지난 4월 다시 개최됐다. 앞으로 아무리 한·일 관계가 경색되더라도 실무적인 안보대화만큼은 중단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조세영 동서대 일본연구센터소장 전 외교통상부 동북아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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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