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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의 차 화면 키우니 … 타이어 끝 돌기까지 생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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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 테크노센터 디지털 목업(mock-up)룸에서 작업자가 가상의 신차 이미지를 화면에 띄워놓고 결함을 분석하고 있다. 르노는 이 시스템을 적용해 신차 개발에 들어가는 비용과 시간을 크게 줄였다. [김기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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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국민차’로 불리는 르노는 1991년 연구개발(R&D) 인력을 한데 모아 신차 개발의 효율을 극대화하기로 결정했다. 7년에 걸쳐 파리 남서쪽으로 20㎞ 떨어진 이블린에 테크노센터를 만들었다. 르노 신차의 R&D부터 설계·디자인·영업·마케팅까지 이 곳에서 이뤄진다. 르노는 여기에 연 25억 유로(약 3조원)를 쏟아 붓는다.

 17일(현지시간) 방문한 테크노센터는 건물 위에서 내려다 보면 벌집처럼 생겼다고 해서 ‘라뤼셰’(프랑스어로 벌집)로 불린다. 서로 연결한 벌집(건물) 한 개마다 각자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예를 들어 A 건물에선 준대형 세단인 탈리스만, B 건물에선 준중형 세단인 메간을 개발하는 식이다. 층별로 1층엔 디자인, 2층은 R&D, 3층은 마케팅, 4층은 정보기술(IT) 인력이 일한다. 셀린 알바브라 르노 홍보담당은 “프로젝트와 업무 성격에 따라 종횡으로 소통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며 “1998년 센터 설립 당시 60개월 걸렸던 신차 개발 기간을 30개월까지 줄였다”고 설명했다.

 국적 등 다양한 출신의 연구원들이 한 목표를 향해 협업하는 것도 이 센터의 특징이다. 센터엔 62개 국적, 1만1000명의 직원이 일한다.

 ‘디지털화’는 업무 효율을 끌어올리는 핵심이다. 이날 한국 언론에 최초 공개한 ‘디지털 목업’(mock-up)룸에선 실제 견본 차량 대신 디지털 작업으로 만든 가상의 탈리스만 이미지를 화면에 띄워놓고 결함을 분석하는 작업을 시연했다. 작업자가 마우스 휠을 돌려 화면을 확대하자 크롬 도금한 앞 범퍼에 비친 센터 복도, 타이어 끝 돌기, 앞좌석 가죽 시트의 파인 홈까지 보였다.

 미쉘 가브리엘 디지털 목업 디자이너는 “5500만 개 이상 화면으로 쪼개 붙인 신차 모형을 고화질(HD) TV의 2배 수준의 화질로 구현했다”며 “파일 한 개 용량만 150기가바이트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작업자는 가상 이미지 차의 문을 열어 버튼을 누르고, 부품을 클릭해 360도 돌려보면서 확인했다. 3D 안경을 낀 것도 아닌데 화질이 너무 생생해 말 그대로 차를 화면에 그대로 담은 느낌이었다. 가브리엘 디자이너는 이런 작업이 곧 품질 향상으로 이어진다고 강조했다.

 “시험차 1대를 만드는 데 과거엔 20주 이상 시간, 75만 유로(약 10억원) 가까운 비용이 들었습니다. 이제는 2주 동안 1만 유로(약 1300만원)의 비용을 들이면 가능합니다. 더 큰 장점은 신차를 만들기 전에 결함을 최대한 파악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수작업을 하던 10년 전에 비해 결함을 찾아내는 비율이 6배 늘었죠.”

 가상 시뮬레이터인 ‘카브’(CAVE)도 센터의 자랑이다. 3D 화면으로 구현한 신차에 탄 작업자가 가상 주행 테스트를 할 수 있는 공간이다. 르노는 이런 작업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수퍼컴퓨터 12대를 도입했다.

 르노 측은 “카브 덕분에 시험 주행 차량을 제작하지 않아도 돼 연 200만 유로(약 27억원)를 절감한다”며 “벤츠·BMW 연구진도 부러워하는 첨단 시설”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식으로 르노는 개발 업무의 90% 이상을 디지털화했다.

 센터는 한국과도 끊임없이 소통한다. 로렌스 반 댄 애커 르노 디자인 총괄 부회장은 “르노삼성차도 40여 명의 연구원을 센터로 파견해 탈리스만 개발에 참여했다”며 “앞으로 한국에서 르노 라인업을 적용한 신차를 더 많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파리=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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