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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이어 '99' … 발기부전 치료제 '작명 전쟁'서 승리할 수 있을까

타다포스, 불티움, 센돔, 타오르. 서양 신화 속 등장인물 이름이 아니다. 발기부전 치료제 시알리스의 제네릭(복제의약품) 제품명이다. 이달 초 글로벌 블록버스터 의약품인 '시알리스'의 특허가 만료됐다. 국내 제약사 마케팅팀은 '강한 남성'을 상징하면서도 기억하기 쉬운 이름을 짓기 위해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그렇게 수많은 이름이 탄생했다. 이미 출시됐거나 출시 예정인 제네릭만 150여 개에 이른다. 이쯤 되면 '작명 전쟁'이라고 불릴 만하다.

제약사들이 작명에 이토록 공을 들이는 이유는 앞선 '비아그라'의 사례에서 작명의 중요성을 충분히 체득했기 때문이다. 국내 제약사의 작명 전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2년 또 다른 발기부전 치료제인 비아그라가 특허 만료됐을 때도 지금과 비슷한 작명 전쟁이 일어났다. 누리그라, 헤라그라, 불티스, 해피그라, 프리야와 같은 다양한 이름이 등장했다. 스그라, 자하자, 오르거라와 같은 다소 민망한 이름도 있었다.

1차 작명 전쟁은 결국 한미약품 '팔팔'의 압도적인 승리로 막을 내렸다. 출시 한 달 만에 26만5129정을 처방하며 오리지널 의약품인 비아그라의 10만4657정을 가볍게 추월했다. 점유율 1위였던 시알리스의 20만9093정보다 많이 처방될 정도였다. 지난해에는 전체 발기부전 치료제 처방량의 3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점유율을 넓혔다.

효능·효과가 비슷하고 가격 차이도 크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팔팔의 압도적인 승리는 '작명' 덕분이라는 분석이다. 핵심은 친근하면서도 선정적이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팔팔의 성공을 이끈 한미약품 관계자는 "지나치게 선정적이지 않으면서 건강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작명 전쟁에서 한미약품이 팔팔 후속작으로 준비한 이름은 '구구'. 이미 시장 점유율이 높은 팔팔을 앞세워 자연스럽게 구구를 연상시킨다는 전략이다. '99세까지 팔팔하게'라는 뜻을 담고 있다. 구구와 팔팔은 닮은 듯 다른 치료제다. 팔팔은 관계 1시간 전에, 구구는 30분 전에 각각 복용할 수 있다. 팔팔은 성기의 강직도가 우수하고, 구구는 발기 지속시간이 길다는 장점이 있다. 이 밖에도 제품명에서 용도·효능이 연상되는 사례가 많다. 예컨대 안구건조증 점안액은 '눈앤', 분무형 코막힘 개선제는 '코앤', 목감기 치료제는 '목앤'과 같은 식이다.

김진구 기자 kim.jin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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