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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사시 주일 미군 한반도 파병 땐 자위대 후방 지원 가능

안보법안이 일본 참의원 본회의에서 통과되기 직전인 18일 밤 도쿄 의회 앞에서 ‘전쟁 반대’라는 플래카드를 든 시위대가 구호를 외치고 있다. [AP=뉴시스]



야당과 시민단체들의 격렬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19일 오전 2시18분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정부가 참의원 본회의에서 11개 안보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들에 대해 일본 내는 물론이고 한국과 중국, 북한 등에서 우려와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전쟁할 수 있는 일본] 한반도에 미칠 영향은

일본 국내에서는 이 법안들이 국가 정책수단으로서 전쟁을 포기한 헌법에 위배된다는 비판이 강력하게 제기됐다. 한국 내 주요 언론들은 이들 법안에 의해 ‘전쟁할 수 있는 일본’이 됐다고 경계하는 시각을 보이고 있다. 북한 관영매체들도 연일 이 법안들이 “군국주의 재생의 위험성”을 갖는 것이라 보도하고 있다.



반면 법안 강행을 관철한 아베 정권과 이를 지지하고 있는 일본과 미국 내 안보 전문가들은 이 법안들이 일본의 억제태세를 강화시켜 일본 및 아태 지역의 안정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 법안들의 내용이 무엇이기에 이처럼 상반되는 평가들이 나오는지 객관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미군 외 타국군도 군사시설 이용 가능소위 안보 관련 11개 법안은 이번에 개정 대상이 된 자위대법·국제평화협력법·중요영향사태안전확보법·선박검사활동법·무력공격사태대처법·미군행동관련조치법·특정공공시설이용법·해상수송규제법·포로취급법·국가안전보장회의설치법 등 10개 법안과 새로 제정된 국제평화지원법 등을 가리킨다.



이 법안들의 내용을 보면 공통으로 두 가지 경향이 발견된다.



첫째, 이 법률안들은 일본이 직면하게 될 안보 위기사태를 일본에 대한 직접무력공격사태·중요영향사태·존립위기사태라는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눠 각각의 경우에 육·해·공 자위대와 항만·비행장 등을 관리하는 국가기관, 해상보안청과 지방자치단체 등이 어떤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지를 규정하고 있다. 예컨대 미군행동관련조치법은 종전에 상정되던 무력공격사태뿐 아니라 존립위기사태에 처해서도 미군 행동과 관련해 일본이 지원을 확대할 수 있도록 했고, 특정공공시설이용법은 무력공격사태나 존립위기사태 시 미군 이외 타국군도 항만과 비행장을 이용할 수 있게 했다. 해상수송규제법도 종전에 적용되던 무력공격사태뿐 아니라 새롭게 규정된 존립위기사태에 있어서도 해상수송을 규제할 수 있게 개정된 것이다.



둘째, 국제평화협력법 개정안과 새롭게 제정된 국제평화지원법은 유엔 주관의 평화유지활동(PKO)이나 여타의 국제평화활동에 참가하는 일본 자위대가 외국 군대들이 수행하는 군사 및 비군사활동에 대해 후방 지원을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관련 국가 공격 받을 때도 자위권 행사원래 이 안보법제들의 상당수는 1997년 9월, 미·일 간에 방위협력을 위한 가이드라인이 개정되면서 책정된 것이다. ‘미·일 가이드라인 1997’은 일본에 대한 직접무력사태뿐만 아니라 주변사태, 즉 일본의 안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일본 이외 지역에서의 유사사태 발생 시에도 미·일 간 안보협력이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을 처음으로 제시한 바 있었다. 이러한 주변사태 개념을 적용해 99년과 2000년에 주변사태안전확보법·선박검사활동법이 제정됐고, 2003~2004년 무력공격사태법·해상수송규제법·미군행동원활화법·교통통신이용법·국민보호법·포로취급법 등의 소위 10여 개 유사 관련 법제가 성립됐다.



그런데 잘 알려진 바처럼 아베 정부가 재등장하면서 그동안 평화헌법과 전수방위 원칙하에서 행사가 금기시돼 왔던 집단적 자위권을 2014년 7월의 각의 결정을 통해 용인하게 됐다. 다만 아베 정부는 연립여당인 공명당 등의 반발을 고려해 종전에 적용되던 직접적 무력공격사태 및 주변사태 개념과 구별되는 ‘존립위기사태’라는 경우에 한해 집단적 자위권을 제한적으로 행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즉 일본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타국에 대한 무력공격이 발생해 이로 인해 일본의 존립이 위협받고 국민의 생명과 자유, 행복추구권이 근저에서 무너질 명백한 위험이 있는 ‘존립위기사태’에 다른 적당한 수단이 없을 때 필요 최소한도의 무력으로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하겠다는 세 가지 원칙을 밝힌 것이다.



시민단체선 “아베가 헌법 위반” 반발이같이 ‘존립위기사태’라는 개념하에서 집단적 자위권 행사가 용인됨에 따라 아베 정부는 기존 10여 개 안보법안에 대한 개정에 착수하게 됐다. 이 과정에서 종전의 주변사태 개념을 ‘중요영향사태’로 변경하고, 그에 더해 ‘존립위기사태’라는 상황을 추가하면서 일본이 개별적 자위권뿐 아니라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경우 자위대와 일본 국가기관들이 수행해야 할 역할들을 기존 법률안에 추가한 게 이번에 성립된 안보법제들인 것이다.



다만 일본 시민단체와 헌법학자들은 안보 관련 법제들의 근간이 되고 있는 집단적 자위권 용인이 전쟁을 국가 정책수단으로 부정하고 있는 현행 일본 헌법을 위반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에 더해 헌법 개정이라는 정당한 절차 없이 해석 변경만으로 안보법제 성립을 강행한 아베 정부의 일방적 정치수순에 대한 불만도 더해지면서 전례 없이 격렬한 시위를 전개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우리 입장에서는 안보법제 채택 등 일본의 안보정책 변화가 한반도 안보에 어떤 영향을 주게 될 것인지를 냉정하게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와 관련해 일본이 규정하는 무력공격사태·중요영향사태·존립위기사태 등의 상황에서 일본이 미·일 동맹하에서 한반도에 대해 어떤 정책을 전개할 수 있는지를 현실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일본 정부의 설명에 의하면 무력공격사태란 북한이 탄도미사일 발사나 공작선 침투를 통해 직접 일본의 영해와 영토를 침범하는 것을 말한다. 이 경우 일본은 집단적 자위권 행사 없이도 자위대법에 규정된 방위출동 개념에 의해 미사일을 요격하거나 공작선을 격퇴하는 무력행사를 할 수 있다. 실제로 2001년 12월에 북한 공작선이 일본 연안에 침투했을 때 일본 해상자위대가 관련 법에 따라 격침시켰다.



한반도 영토·영해·영공 접근 못해중요영향사태(종전의 주변사태)란 예컨대 한반도에서 남북한 간에 분쟁이 발생해 미군과 한국군이 북한과 교전에 돌입한 경우를 가리킨다. 이 경우 일본은 중요영향사태안전확보법 등에 의해 전방에 투입되는 주일미군 등을 후방 지원할 수 있다. 단 이 경우에도 일본은 한국 정부의 허가 없이는 북한 지역을 포함한 한반도 영해 및 영공에 대한 자위대의 접근과 무력행사를 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아베 총리가 국회에서 설명한 바에 따르면 존립위기사태란 일본의 미사일 방어를 담당하는 미국 함선에 대해 북한이 공격을 가하거나 미국을 향해 발사한 북한 탄도미사일이 일본 공역을 통과하는 경우를 가리키고 있다. 이 경우 일본에 대한 직접적인 무력공격이 아닐지라도 일본 정부는 국가안전보장회의 논의를 거쳐 집단적 자위권을 발동해 미국 함선에 대한 공격을 물리치거나 탄도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다. 단 이 경우에도 아베 총리는 한국이나 북한 영내로 자위대를 파견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호르무즈해협 등 다른 지역에서 미국 등에 대해 집단적 자위권이 행사된다고 해도 직접적 무력공격 참가는 불가하고 자위대의 역할은 집단적 자위권 행사의 세 가지 원칙에 따라 후방 지원에 한정될 것이라는 설명도 하고 있다.



이같이 새로 성립된 안보법제들과 그에 대한 일본 정부의 해석을 분석하면 집단적 자위권 개념하에서 일본의 무력행사 상황이 확대된 것은 분명하지만 한국 안보에 직접적 위해가 되는 요소들은 그다지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북한의 무모한 군사도발에 대한 억제태세 강화, 나아가 한·미 동맹의 운용태세 강화에 이어지는 요소들이 있음은 부정할 수 없다.



북한 언론에서 주장하듯이 군국주의로 회귀한다고 보는 관점도 지나치게 과장된 것이다. 유엔 회원국으로서 미·일 동맹을 견지하고 있는 21세기의 일본이 국제연맹과 주요 군축회의 등을 탈퇴하면서 세계 주요 국가들을 가상 적국으로 삼아 전쟁을 벌였던 30년대의 전철을 밟을 것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 아태지역 재균형 노려 환영현재의 일본은 90년대 이래 지속적으로 추구하던 보통국가의 길, 즉 경제력에 상응하는 안보 역할의 국제적 확대를 추구하는 노선을 가고 있다고 여겨진다. 한때 제2차 세계대전의 전범국가였던 독일과 이탈리아가 지금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동맹의 일원이 돼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 중동 지역 등의 국제분쟁에 참가하고 있는 수준의 보통군사국가가 일본 안보정책 변화의 지향점이 되고 있다고 보인다.



이 같은 보통군사국가의 노선은 아태 지역에서 재균형정책을 전개하면서 중국의 영향력 증대를 제어하려는 미국의 입장에선 환영할 만한 것이다. 올해 4월에 미국과 일본이 집단적 자위권 개념이 반영된 신가이드라인을 공표한 것은 일본의 보통군사국가화에 대한 미국 정부의 지지 입장을 잘 보여 주고 있다.



그러나 안보법제가 갖고 있는 한반도 안보상의 긍정적인 측면에도 불구하고 위안부를 포함한 역사 문제에 대해 미심쩍은 입장을 취해 오고 불필요하게 영유권 문제를 제기해 온 일본의 태도로 인해 그 안보정책에 대한 의구심을 쉽게 해소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일본이 진정 독일이나 이탈리아와 같은 21세기 보통군사국가의 길을 가고자 한다면 우선 역사나 영유권 문제로 촉발된 근린 우방들로부터의 불신을 해소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그것이 궁극적으로 일본의 안전보장에도 도움이 되는 길이 될 것이다.



 



 



박영준 국방대학교 안보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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